이미 늦어버린 시간…
(서프라이즈 / 강남 아줌마 / 2009-02-20)
도서관에서 책들을 훑어보다가 낯익은 이름이 있어서 빼어 들었다.
내가 들어오고 나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시골의사란 닉으로 서프에 글을 쓰셨다고 들은 박경철님…
경제에 관한 책도 내신 걸로 알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광고를 듣기도 했으니 꽤 인지도가 높으신 듯하다.)
이 책은 의사로서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이 책이 누군가의 아픔을 안주 삼아 얄팍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도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야기 하나하나에
작가의 따뜻한 마음과, 의사로서의 갈등, 의료보험의 불합리한 체계… 등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유익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쓰고자 하는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고…
이 책이 나온 시점이 김근태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 할 때였는지
장관의 위치에서 책 후기를 썼고, 책 표지에는 우리가 알 만한 사람들이
서평을 한마디씩 했다.
▶시골의사는 세상을 결코 ‘쉽고’ ‘가볍게’ 보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좋다. 부박한 생이긴 하지만 세상살이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제 ‘나는 누구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며,
천천히 무겁게 살아볼 일이다.◀
누가 썼을까…?
세상을 쉽고 가볍게 보지 않는 게 좋고,
나는 누구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작가와 직접 적인 인연이 있었던 건지, 출판사의 부탁이었는지,
본인이 직접 쓴 건지, 과연 책은 읽어보기나 했는지…
유인촌이 쓴 서평이다.
이명박 수하에서 장관질 하기 전엔 천천히 무겁게 살고자 했는지…
그랬었나 보다.
삶의 철학이 그리 쉽게 바뀔 수 있는 건지,
애시당초 이전의 삶은 다 구라였는지…
▶절망에 대는 메스로 새살이 돋게 하는 힘!
지친 우리 삶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가 이 책에 있다…◀
라고 쓴 이는 살랑거리며 청와대에 들어간 부자 앵커 김은혜이다.
그녀가 앵커로 방송에 나올 때, 그녀는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나운서가 아닌 기자 출신에 외모, 음성… 빠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다시 이십 대로 돌아가면… 하는 실현 불가능한 꿈을 꿔보기도 했다.
이들이 실제로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살았는지 나는 모른다.
그들이 이전에 어떻게 살았든 상관없기도 하다.
나름… 시설에 기부도 하고, 문화산업에 투자했을지도,
세상의 부조리를 파헤치기 위해서 바바리 깃을 날리며
진실을 파헤치러 다녔을지도 모른다.
책을 덮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서평들은 잠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내가 도덕 선생도 아니고,
나 또한 시시때때로 내 말을 뒤집기도 하고,
내 자신조차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기 싫은 시간들,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들의 가식 아니면 변색에 화가 나기보다는 눈물이 난다.
나는 누구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한때 이런 고민을 했던 사람들,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들…
적어도 언행이 일치하기를 바랐던 사람들… 도
권력과 명예와 작은 유혹들에 흔들리고, 이전의 삶을 부정한다.
그중에는 진흙탕에 한번 발을 딛고 나면
케세라세라 하는 심정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을 인정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너무 창피해서
합리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기도 한다.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되돌릴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주변에서 몰아대는 힘에 밀려갈 수도 있다.
‘넌 나쁜 사람이야…’라고 정색하며 말하는 상대에게 부정하다 보니
결국,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아니면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뉴스를 보면서,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생각한다.
‘넌 원래 그런 사람이었니…?’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물음을 한다면…
난 어쩌면 이렇게 대답할지 모른다.
'부정할 때는 이미 시간이 늦었다고…'
ⓒ 강남 아줌마/ www.seoprise.co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이미 늦어버린 시간…
-_- 조회수 : 306
작성일 : 2009-02-21 12:07:30
IP : 211.218.xxx.19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은석형맘
'09.2.21 12:10 PM (203.142.xxx.147)나중에..정말 케세라세라였다고 고백서가 나오지 않을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