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보청기 관련 글을 읽다 보니...어떤 분이 생각나네요.
그 원글과는 성격이 다른 얘기예요.^^
아주 오래 전 알고 지내던 분이 계셨어요.
그냥 일때문에 알게 된 사이라서인지 서로 자주 연락하는 편이고 둘다 미혼이었지만...오랜 동안 손톱만큼도 서로를 이성이라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최소한 저는 그랬고, 그 분도 그러셨을 거예요.
그러던 중...그야말로 어느날 갑자기 앗, 저 사람이 남자였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분 또한 그러신 듯 보였어요.
하루는 같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슬그머니 제 손을 잡으시는 겁니다.
당황해서 황급히 손을 뺐지요.
그랬더니 그냥 잠깐만 있어 줘요...라더니, 자신의 손가락이 하나 없음을 확인시켜 주시더군요.
제법 오랜 동안 알고 지냈지만, 평소...얼굴과는 달리(^^;)하얗고 긴 손가락이 예쁘다...라고만 생각했었지...전혀 몰랐던 사실이었고요.
그 때 저의 느낌은...음...정말 아무렇지도 않았거든요.
손가락이 하나 없다...이게 뭐 이상한가...그럴 수도 있지...이런 생각이었고,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렇고요.
영화관에서 나와 차를 마시러 갔어요.
거기서 손가락에 대해 얘기를 꺼내시더군요.
본인은 엄청난 핸디캡으로 생각하는 느낌, 이 핸디캡을 이해해 주지 않을거면 너랑 만나지 않을거야...라는 느낌 진하게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불행히도 그 이후로 그 분과 만날 일이 없었습니다.
단지 이전 연애 실패의 후유증으로...그 분을 이성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제 자신이, 다가오는 그 분이 너무 두렵기만 했어요.
그 땐 그 분이 아니라 어느 누구였어도 그랬을 거예요.
때문에 분명 고백이었을 그 분의 이야기를 짐짓 못 알아들은 듯 애써 명랑씩씩버전으로 대했어요.
급기야 제 친구와 만남을 주선하기에 이릅니다.
그런 저의 태도에 부흥(?)이라도 하듯 그 분 역시 씩씩명랑버전으로 저를 대했고, 아주 흔쾌히 소개에 응하셨어요.
저의 거절을...그렇게 받아들이신 거지요.
그리고는 연락이 끊어졌어요.
그런데...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명쾌하지 못한 것은요...
정말 그 손가락때문이 아니었거든요. 정말인데...
그 분이 오해를 하지 않으셨길 바랄 뿐이예요.
제가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렸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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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오해하지 않으셨길 바랄 뿐이예요.
아주 오래 전 조회수 : 486
작성일 : 2009-02-19 20:47:54
IP : 211.33.xxx.22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들꽃베로니카
'09.2.19 8:55 PM (125.131.xxx.242)만약 그분이 그때 오해를 하셨더라도
지금은 다 잊고 행복하게 사실거라고 생각하세요..
원글님의 진심이 그러하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2. caffreys
'09.2.19 9:27 PM (203.237.xxx.223)영화관에서 가만히 손가락을 잡으시던,
손이 유난히 하얗고 긴 그님...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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