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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맞춤법 교실]5-2. 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 의존명사의 경우
어쨌든 저 표현 안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끼리 웬 결혼?’이라는 놀라움과 비아냥거림이 뒤섞여 있는 듯합니다. 뭐, 사실이 그렇긴 하니까요. 퓰리처상 수상작가와 “잘 때 뭘 입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샤넬 넘버 파이브. 그리고 나 자신”이라고 대답하는(즉, 향수만 뿌리고 아무것도 입지 않는다는 뜻) 여배우가 결혼한다고 했으니 누군들 안 놀래고 누군들 술자리에서 비아냥거리지 않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 본 <스크린>이라는 잡지에서는 마릴린 먼로가 저렇게 대답함으로써 씨잘데기 없는 질문을 던진 기자를 한방 먹였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해서 결혼했을까. 바보 같은 의문이지만 사랑했다면 무엇 때문에 사랑하게 됐을까..... 그건 (당연한 말이겠지만) 두 사람만이 대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좋았던 시절에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말이죠, 아서 밀러가 마릴린 먼로를 참 흐뭇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애틋함이 담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닳아버릴까 아까워하는’ , 그런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달까. 뿐만 아니라 아서 밀러는 이혼한 후에도 마릴린 먼로를 비난한 적이 없습니다. 87년에 발표한 자서전을 통해서는 오히려 그녀를 단순히 섹스 심볼로만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면서 마릴린 먼로는 어린 시절의 불행 때문에, 그 망령에 사로잡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산 가여운 영혼이라는 식으로 술회하고 있죠.
그런가 하면 마릴린 먼로는 아서 밀러를 위해 자신의 배우 생명을 걸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 매카시 광풍이 불었을 때 아서 밀러는 공산당에 가입했던 전력 때문에 ‘비미위원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동료들이 누군지 불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때 같이 호출당했던 사람이 엘리아 카잔입니다. 카잔은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초연을 연출한 연극 연출가이자 영화 <초원의 빛>, <에덴의 동쪽>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죠. 그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공산당 입당 사실을 시인했고 동료 당원들의 이름을 줄줄 읊어댔습니다. 아서 밀러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고요. 그런 아서 밀러 옆에 마릴린 먼로가 앉아 있었습니다. 지금 이효리나 전지현이 빨갱이로 낙인 찍힌 작가 곁에서 “이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난 오히려 이 사람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마릴린 먼로는 그랬다는 겁니다. 인기 절정의 위치에서 빨갱이 아서 밀러를 옹호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그와 결혼발표까지 했던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지금까지의 썰이 다 여담이긴 하지만--;), 엘리아 카잔은 미국 영화계에 남긴 그 깊은 족적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하지 못했었습니다. 아카데미상이 아무리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해도 과거 그 더러운 청문회에서 동료들의 이름을 줄줄이 불어댄 전력이 있는 사람한테까지 함부로 상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었죠. 그러다 한 몇 년 전에 아카데미위원회에서 드디어 그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결정합니다. 뭐 이 정도면 그만 사면해줄 때도 되지 않았느냐... 그런 의미였겠죠. 그에 따라 노구의 그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싸한 분위기라니.... 참석자의 반이나 기립을 했을까. 그때 중계방송에서 본, 닉 놀테를 비롯해 많은 참석자들이 냉랭한 표정으로 그냥 자리에 앉은 채 박수도 치지 않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답니다. 저에겐 참 신선하면서도 인상적인 시상식 풍경이 아닐 수 없었어요.^^
그건 그랬고요--;, 헌데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처럼 다른 사람 눈에 결합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는 커플이 미국에만 있었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서양 건너 저 유럽에도 있었으니까요.
1904년, 무대는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입니다. 시골에서 도망쳐온 스무 살의 아가씨가 더블린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하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여자의 이름은 노라 바너클. 관능적인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한 청년이 길에서 우연히 보고는 반하게 됩니다. 청년의 이름은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에서 대학을 마치고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갔다가 원래 동경하고 있던 문학으로 방향을 튼 청년이었습니다. 그 전해에 어머니를 여읜 청년은 잠시 고향에 다니러 온 참이었죠.
청년은 호텔로 노라를 찾아가, 만납니다. 그리고 네 번의 만남 끝에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린 청년은 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완강히 반대하는 탓에 청년은 노라를 데리고 아일랜드를 뜹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됐냐면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를 떠돌면서 같이 삽니다. 주욱,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계속. ^^ 아들과 딸도 낳고 결혼식도 올립니다. 식은 그로부터 한참 후 1931년에 파리에서 올리긴 하지만요.
조이스의 아내 노라 바너클은 사치스럽고 방탕한 면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조이스의 지인들은 그랬답니다. 조이스 같은 사람이 왜 저. 런 . 여. 자와 같이 사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조이스처럼 천재 소리를 듣는 사람이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가방끈 짧고, 그러면서 사치스러운 데다 방탕하다는 은밀한 소문까지 있는 여자를 마누랍시고 계속 데리고 산 것이었을까요?
그 내막은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조이스 작품을 읽다 보면 그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듯도 하답니다.
음... 야식(떡국) 만들어야 해서 이번 편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맞춤법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요, 이 사람이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썰이 참 길구나... 이렇게 생각해주세요.
맞춤법 하면 전 생각나는 것이, 삼성출판사에서 펴낸 <새 우리말 큰사전>이랍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에 온 월부장수 아저씨가 지나가는 저를 붙들고 대학생이라면 이런 사전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알바 뛴 돈으로 샀던 건데요, 시꺼먼 표지에 상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소설가 김소진이 습작기 때 대학노트에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쓰면서 어휘 공부를 했다고 한 그 사전이죠. 그 사전을 사니까 부록으로 준 게 팸플릿처럼 제작된 ‘한글맞춤법 개정안’이었답니다. 저, 그거 꽤 열심히 봤었어요.^^
그러다 그 사전, 제가 사정이 어려웠을 때 헌책방에 들고 가 팔아 넘겼네요. ㅎㅎ 그리고 그 돈으로 소주 사와 갖고 음악 틀어놓고 먹으면서 ‘좆까라, 인생아’를 되뇄답니다. (죄송합니다, 저런 표현을 써서...) 그리곤 취해서 잤었어요. --;
이따금 한 번씩 그 사전이 생각나곤 해요. 그 두껍고 시꺼먼 표지가 있던 사전. 기회가 되면 그 사전, 꼭 그걸로,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월부장수 아저씨한테 사서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그걸로 다시 찾고 싶은데.^^ 음... 그때 술 먹다가 휘청이면서 들춰봤던 시가 이거예요. (김수영전집은 팔아먹지 않아서..ㅎㅎ) 드디어 봄도 오는 것 같고.... 그러니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뜨고 기적소리가 슬프다 해도 인생, 이노무 인생, 오오 인생! 그때 월부장수 아저씨는 잘 살고 계신지... 오오, 인생. 오오 인생이여!!!!!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 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 김수영, ‘봄밤’
1. ^^
'09.2.15 12:38 AM (58.230.xxx.53)아 그래서 조이스가 왜요???
떡국 드시고 속편 올리시길.
어딘가에서 본 제임스 조이스의 동상이 생각납니다.
여기 서 있으면 유명한 사람일텐데...했었던...
즉 저는 조이스의 책이 없어요.ㅠㅠ2. 이런~
'09.2.15 1:51 AM (221.146.xxx.39)펌글인 줄 알았습니다;;;
홀라당 빠져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움마나...내공이 두둥~
'82 죽순이 맨날 출퇴근 해 놓고서
댄서님 글도 못 보고 뭐했던겨!!...'ㅋ3. 모기
'09.2.15 1:57 AM (118.35.xxx.114)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씨리즈로 계속 나가세요~ 넘 재미있어요.. (젯밥에만 관심갖는 1인)
4. 프리댄서
'09.2.15 2:14 AM (219.241.xxx.222)첫 댓글님, 그럼 아일랜드에 가보셨다는 말인가요?
아님, 아일랜드에 사시거나... 그렇담 '와우'입니다. ^^
근데 야식 먹었더니 졸리네요.--;
맨날 적당히 먹어야지 하면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먹는 이 버릇!
어쨌거나 다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5. 아놔.
'09.2.15 2:29 AM (92.228.xxx.72)프리댄서님. 도대체 정체가?? 책읽는 댄서? 춤추는 글쟁이??
속편 궁금해 잠 못자겠어요.ㅜㅜ6. 위 이런~님
'09.2.15 2:35 AM (123.212.xxx.169)전 프리댄서님글만을 저장해두는
폴더가 별도로 하나있답니다7. 프리댄서
'09.2.15 10:29 AM (219.241.xxx.222)음.... 별도의 폴더까지. ㅎㅎ
그럴 만한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요...
지금 생각난 건데, 한 3-4년 전에 아서 밀러가 죽었는데 그가 죽고 나서 밝혀진 사실이 있었습니다.
마릴린 먼로와 이혼 후 밀러는 세 번째 결혼을 했는데 그 사이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어요.
딸은 현재 소설가 겸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부인이기도 하죠.
근데 아들은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났답니다.
놀라운 건 아서 밀러가 그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설로 보내버렸다는 거예요.
그런 다음 그 아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는군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서전에서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러다 죽기 직전에 유언장을 고쳐서 아들에게 유산의 일부가 갈 수 있도록 했는데,
그렇게 하기까지 사위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아들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고...
그런 사실에 대해 딸은,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는 아버지만이 알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하구요.
밀러 사후 그 아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밀러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장애아 아들을 극진히 생각했던 오에 겐자부로와 참 많이 비교되기도 하고...
근데 딱 꼬집어서 명쾌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밀러가 이해될 것 같은 전 뭘까요?--;8. 하늘을 날자
'09.2.15 11:11 AM (121.167.xxx.36)글 잘 읽었습니다. 늘 프리댄서 님의 글을 보면 반가워서 즉시 클릭하는 1인입니다.
...
근데, 제임스 조이스는 그 위에 어찌 되었는가요...? @..@9. 프리댄서
'09.2.15 11:31 AM (219.241.xxx.222)저도 반갑습니다. 하늘을 날자님.^^
지난 주 며칠 접속을 못한 채 지나가서, 님이 올리신 어린이집 이야기를 뒤늦게 읽었어요.
댓글 달려다가 날짜가 지나서, 걍 지나치고 말았는데.
....딸한테 왜 큰바위얼굴을 물려주셨나요?
흑. 얼굴 큰 거... 사는 동안 정말 속상하답니다.^^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는 녹내장으로 시력이 점차 떨어지고
딸은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끝내 요절합니다.
(그 딸이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새뮤얼 베케트를 짝사랑하다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우울증이 도져 정신병이 더 심해졌었죠)
그 외에도 조이스는 위도 안 좋았고 어디고 아프고 그랬어요.
(사진을 보세요. 삐쩍 마른 게 많이 아프게 생겼잖아요.^^)
그 와중에 <율리시스>를 써서 우여곡절 끝에 뉴욕에서 발행하는 한 아방가르드 문학잡지에 연재하는데
외설시비가 붙어서 출판이 어려워졌구요..
조국 아일랜드한테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었고...
그러면서도 아내와는 굳건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아내를 비난하는 소리도 하지 않았고..
그런 얘기는 다음 편에 써볼게요. 맞춤법 얘기랑 꼭 같이!10. 그런데
'09.2.15 6:07 PM (123.214.xxx.227)임신한 모기가 왜그리도 많은걸까요??
11. 프리댄서
'09.2.15 8:50 PM (219.241.xxx.222)하하, 그러게요. 임신한 모기가 왜 그리도 많을까요?
그것도 겨울까지.^^
글고 담부터는 제목 바꿔야겠어요.
이 글 안 읽으시는 분들이 왜 저 사람은 맨날 임신한 모기, 피 빠네 어쩌네... 하는 말만 한담?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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