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행복합니다.
제 이야기 한번 들어 보실래요?
(나이* 광고같군요-_-;)
어렸을 땐 언니오빠와 가부장적이신 부모님에 치어 제대로 제 생각도 말하지 못하고 컸죠.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저는 제쳐놓는 분위기...
제가 지금 30대 중반인데 지금도 그래요. 그래놓고는 이렇게 이렇게 결정이 났으니 무조건 따라라 항상 이런 식.
당연히 거부감이 생기고 반론은 꿈도 못 꾸고.... 할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가 됐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제가 저도 모르게 몸담고 있는 집단에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식하고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절대로 제 아이들은 큰애 작은애 상관없이 참여하고 의논해서 결정하는 습관을 길러주기로 마음 먹었지요.
우리 부모님은 공부하는 것을 막지는 않으셨으나, 단 그것이 집안 경제에 누가 된다면 싫어하셨죠.
이유를 불문하고 부모님 하시는 사업에 동참해야 했어요.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거 막으셨습니다. 고생도 해보고 세상도 경험해보고 싶어했으나
부모님은 이유를 불문하고 당신들 하는 일을 도와라 그거였지요.
학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을 도와야 학교 등록금을 탈수 있었습니다.
저 14살 때부터 집안 살림 도맡아 했습니다. 제 위로 다른 식구들은 일을 해야 했거든요.
저 대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휴학하래서 휴학했습니다. 사정이 있었지요.
한달인가 후 해결됐다면서 다시 복학하라고 하시대요. 1년 쉬어야 하는대요.... 왜 복학 못하냐고....
대학 뿐 아니었지요.
중학교 때 부모의 잘못된 결정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1년 붕 뜬 기억.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고 싶은 학교에 진학하겠다고 했다가 마지막에 안된다고 말려서 또 1년 붕 뜬 기억.
남자친구? 꿈도 못꿀 일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모르는 친구들 만나는 것도 마음에 안들어하셨지요.
제 진로, 사생활, 미래까지 부모가 짓누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떠날 준비를 했지요.
그 때부터 혼자 유학준비를 해서 미국에서 꽤 알아주는 주립대에 편입했습니다.
보내달라.. 제발... 애원했습니다.
아버지. 고민 끝에 알았다 하시더군요.
부모 돈으로 가는 거였지만 그동안 부모님 사업 도와드린 것 생각하면 자식에게 그 정도 해줄 수 있다 생각했지요.
제가 떠난 첫 학기부터 집에 전화만 하면 돈타령이었습니다. 물론 미국 등록금 생활비 매우 비싼 거 맞습니다.
하지만 전화만 하면 제 얘기는 없고 돈 얘기 뿐이었지요.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아냐. 지금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 아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짓눌립니다.
자연 돈이 필요할 때만 전화를 하게 됐지요.
유학 시절에 지금 제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한국에서 졸업 후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장거리 연애 했지요.
제가 3학기를 남겨두고 있었을 즘 집에서 더 이상 학비 못대준다 하더군요.
부모 곁으로는 다시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남편(당시엔 남친)에게 휴학하고 일을 할까 한다 했더니
남편이 자기가 대준다 하더군요.
우리 남편도 없는 집 자식입니다.
성실하고 머리 좋아서 탄탄한 직장 다니고 있었지만 그래봤자 갓 30이 무슨 돈이 그리 많았겠어요.
남편이 자기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제 학비 대주고, 저는 아르바이트로 제 생활비 벌며 졸업했지요.
그리고 저 졸업하고 취직하자마자 결혼했습니다.
우리 부모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사사건건 저와 너무 맞지 않았고 같이 있을 때 숨이 턱 막혀 왔어요.
그리고.. 솔직히 모든 좋은 사람이 좋은 부모는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모님은 부모자격 별로 없는 분들이었다 생각해요.
전 엄마아빠에게서 받은 게 별로 없거든요.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차라리 해주었던 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와 뭔가를 함께 하며 행복했던 기억은 하나도 없네요.
폭발하는 아버지. 맞는 어머니. 우는 우리들.
식사시간엔 체할까 두려웠지요.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에.
제 어린 시절과 사춘기는 슬프고, 우울하고, 화나고, 분노에 차서 악다구니 쓰던 모습만 생각나요.
그 덕에 전 항상 주눅 들어있고, 의기소침해있고, 수동적이고, 낮은 자존감에 시달렸어요.
부모 밑에 있었을 때 내 뜻대로 해본 것이라곤 하나도 없으니까.
전 머리도 좋은 편이고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던 아이였어요.
부모가 부모답게 뒷받침 해주었더라면 지금의 저와는 비교도 안되게 당당하고 멋진 여성이 되어있을 거에요.
그런데 늘 현실을 비관하고, 현실이 싫어 항상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살았지요.
어렸을 때 끔찍하게 싫었던 기억 중 하나는
감기몸살이 나 열이 펄펄 끓어 이부자리에 누워있으면, 아버지가 누워있으면 더 아프다며
이불을 확 제끼고, 울면서 울면서 억지로 일어나 청소든지 뭐든지 해야하는 것이었지요.
아프다고 죽쑤어주지 않았고, 아프다고 돌봐주지 않았답니다.
참 엄마의 막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윗옷이 살짝 들려 배꼽이 보이기라도 하면 창녀같다느니...
뭐 일일이 기억하기도 귀찮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제게 성인이 된 후의 복은 따로 떼어두셨는지
남편을 만난 이후 약간의 굴곡은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네요.
제 친정 부모는 매우 부정적이고 비관적입니다. 약간의 어려움이 두려워 자식 앞길을 막았지요.
그런데 제가 부모를 닮았습니다.
조금의 시련이라도 닥치면 하늘이 무너진 듯 비관하고 무너져 내렸지요.
그런데 결혼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에요.
남편은 웬만한 일에는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 좋은 점도 있지만요;;)
저를 항상 믿어주고, 지지해주고, 사랑해줍니다.
전 이제야 진정으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어요.
내가 지켜야 할 가정이 있고, 내가 한 사람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내려야 할 결정들이 있고.
내게는 의무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결정권도 있다는 사실...
나는 부모 밑에서 우울하게 자라났지만 내 아이는 나같은 엄마를, 내 남편같은 아빠를 만나서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
나에게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강요했지만 부모로서 마땅히 베풀어야 할 애정을 베풀지 않았던 부모가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처럼 내 옆에 우뚝 서있는 믿음직스런 내 남편이 있다는 사실.
안타깝게도 30 중반이 되어서야 이 사실을 매일매일 느끼며 행복해하고 있네요.
가끔 게시판에 친정부모에게 응어리 갖고 있는 글 올라오면 이런 글귀가 마음 깊이 박혔죠.
내 아기 낳아보니 이렇게 예쁜데 당신 딸을 어떻게 그렇게 모질게 대했느냐고.
저도 우리 부모에게 마음 한켠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생각합니다.
당신들과 같이 있었을 때 나는 징그러운 딸이었던 것 같다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당신들을 떠나 살고 있는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한 아내이자 엄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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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
행복 조회수 : 578
작성일 : 2009-02-11 16:42:02
IP : 203.232.xxx.4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2.11 4:52 PM (61.66.xxx.98)박수 짝짝짝...
보통 대물림이라고 하죠..
그걸 끊어내시려 노력하고,어느정도 이루어내신
원글님의 인생은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겁니다.
앞으로도 쭉 행복하시길...2. 음~
'09.2.11 5:27 PM (219.240.xxx.208)과거는 과거일 뿐~~~
찬란한 햇빛이 반짝이는 오늘 그리고 내일이 중요하답니다.
편안한 남편을 만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할 내일을 설계하시는 원글님께
응원을 보냅니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 잘 해나가실것같군요.
화이팅!!!3. ..........
'09.2.11 6:04 PM (220.85.xxx.238)아,,,,, 가슴이 찡해요.
마지막 두 줄, 너무 좋았네요 저는..
계속 행복하세요.4. .
'09.2.12 12:51 AM (121.148.xxx.90)조금의 시련이 닥치면 비관하고 무너져 내리는것
전데요....
아..저희 친정 분위기와 비슷하네요
그런데,전 극복을 못하고 이지경인데
너무 부럽네요5. .
'09.2.12 12:52 AM (121.148.xxx.90)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요..
정말 좋은 신랑을 얻으셨네요
아...박복한 나는 뭔 죄가 많데요.6. 저도
'09.2.12 3:41 AM (58.226.xxx.110)평생 돈벌어다주는 기계로만 생각히는 엄마한테서 탈출했어요
저도 든든한 남편,행복합니다
지긋지긋한 친정엄마한테서 탈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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