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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나만의 짐이 되겠죠..

냐앙 조회수 : 1,442
작성일 : 2009-01-21 19:54:52
저는 남편과 같은 직종에서 일해요.
스트레스도 많고 저녁 술자리 많이 갖고 사람 많이 만나야 성공할 수 있는 곳이예요..
저도 애기 낳기 전에는 유능했어요..

근데 아이를 갖고, 험난한 임신기간을 보내며 저는 밥 값 못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죠.
출산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야..라는 분위기가 많이 조성됐을 때지만..

아이를 낳고 나니, 저는 매일 분노에 불타올랐어요.
나는 애 때문에 왠만한 저녁 약속은 다 접고 들어오는데 별 것도 아닌 일로 일주일에 4일씩은 늦는 남편. 그나마 일찍 들어오면 뻗어자고(지도 사람이니 체력이 버틸 수가 있나)
애 목욕 한 번 시켜준적 없고,
애가 밤에 울어도 깨는 적 없고(안들린다네요)
남들 다 하는 일인데 너만 왜 그렇게 힘들어 하냐,
니가 최선을 다한다고 하기엔 니가 좋아 직장 다니는거 아니냐 = 그러니까 자기나 나나 똑같이 할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
일에 동참시키자..는 뜻에서 목욕시키고 통에 물 좀 버려달랬더니 자기를 머슴처럼 부려먹는다고 도끼눈을 떴죠

그런 과정을 거쳐 잘된건지 못된건지 이제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고 더불어 기대도 낮아져서 오히려 전보다 평화롭게 지냅니다.

그런데 이제 슬슬 둘째를 생각할 때인데 .. 아이를 보면 둘째를 낳을까 싶다가도 남편 얼굴을 보면 싫어요..
'너 그럼 일주일에 3일은 일찍 들어와서 애 볼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질거고, 그럼 또 남편은 화를 낼거고 그럼 또 전쟁같은 나날이겠죠.
또, 남편한테 기대지 않는다 해도..저에게 엄청난 짐이 주어지겠죠..

지금도 회사에서 자꾸 밀려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엄마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메세지가 나올 때마다
마음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는데 더 심해지겠죠.

왜 나만 희생해야해?
남들은 다 잘하는거 같은데 나만 왜 이리 무능해서 쩔쩔 매는거야?

회사에서 잘나가면 뭐하냐..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또 모르겠어요..
중간정도라면 몰라도 밥 값 축내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면 견디기 어려울거같아요..

전에도 여쭤보니.. 마미 트랙을 택하는게 맞다고 답주신분이 있었어요..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정리안되고..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우왕좌왕합니다.

그리고, 다음 생엔 꼭 돈 많은 집 잘생긴 남자로 태어나야지 다짐합니다...--;
IP : 61.72.xxx.21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1.21 8:00 PM (122.36.xxx.199)

    딱 위기의 주부들의 르네가 떠오르네요.
    원글님 마음의 갈등이 고스란히 이해가 가구요,
    무능한 남자들보다 두 배의 보람 - 일과 모성을 함께 잡으시려니
    그만큼 힘드신 거라고 위로해드릴 밖에요.

  • 2. ㅎㅎ
    '09.1.21 8:03 PM (122.199.xxx.92)

    전 전업이고 지금 딸 하나 키워요.
    솔직히 딸이 너~~무 이뻐서 둘째 낳고 싶은 맘 많았는데요.
    우리 신랑 하는 꼬라지 보고 둘째 생각 쑥 들어간지 오래 됐어요.
    돈은 둘째치고...주말이면 침대와 하나 되어 하루종일 TV 보거나
    반나절을 자고 집에 들어오면 또 침대에 쑥 들어가서 이내 잠들고..

    이휴~애 키우는게 보통 일이냐구요..ㅠㅠ
    전업인 저도 이만큼 스트레스 받는데...일하시는 원글님은 더 힘드시겠어요.
    그래서 저도 둘째 꿈도 안 꿉니다.
    우리 신랑은 돈이 없어서 둘째 못 갖는다~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난 돈이고 뭐고 당신 하는 꼬라지 보니 죽어도 둘째 못 가지겠어~!-.-+"

  • 3.
    '09.1.21 8:05 PM (125.186.xxx.143)

    남편이 일 안하면, 가사도우미 쓰세요~~~~스트레스받지 마시구요

  • 4. 에휴..
    '09.1.21 8:06 PM (220.94.xxx.199)

    저도 맞벌이..6개월된 아들 하나..
    낳기 전엔 애 셋은 낳아야지,했는데
    낳고 키워보니 둘째도 절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남편은 일때문에 많이 늦긴 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육아에 참여하는 편인데도..
    그래도 애를 키우는건 엄마몫이 많아요.
    전 주변에 친정이나 시가가 없어서 전적으로 두 부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어쩌다 같은 날 회식이 걸리는 날엔..
    그냥 제가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저도 요새 많은 고민을 해요.

    그리고, 직장에서.. 원글님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껴요.
    애기낳기 전엔 나 정말 인정받앗는데
    지금은 왠지 잉여인력이 된듯한 그런 느낌..

    남자들이 저만큼 일하면 그냥저냥 회사다닐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사회는 여자들에게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더군요.
    여자가 사회생활 하려면 남자 평균보다 훨씬 더 능력이 있어야
    그냥 보통..봐줄만..이렇게 인정이 되니까요.

  • 5. 전업
    '09.1.21 8:07 PM (121.183.xxx.96)

    주부도 집에서 애 하나 키우기 힘든데.
    취업주부니 오죽 할까요....

  • 6. 반대로
    '09.1.21 8:43 PM (119.196.xxx.24)

    님의 편을 하나더 만드는 길일 수 있습니다. 아빠의 고민은 마흔 넘어 애들에게 소외되는 것입니다. 그 점을 자꾸 상기시고 여차하면 하나 더 만들어서 아빠만 소외시키고 셋이서 똘똘 뭉칠거라고 해주세요. 전 키울 땐 힘들어도 학교 보내고 나니 작은 놈이 이뻐 없던 힘도 생기는 맘입니다.

  • 7. ..
    '09.1.21 8:46 PM (118.221.xxx.175)

    그래도...남편 분이 둘째 원한다고 말씀 안 하시면 낳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요...
    둘째 낳으면 세배, 네배 힘들것을 안 봐도 뻔하고..원글님은 일 욕심이 많으신 분 같은데 여차직해서 아이 낳고 전업이라도 되시면 무지 스트레스 받으실 것 같거든요. 지금도 돕지 않는 남편이 전업 와이프를 도와주겠습니까...

  • 8. 동감
    '09.1.21 9:29 PM (119.65.xxx.120)

    남편이 가정에 소홀한 사람이라면 낳지 마세요
    아이로 인해 여자는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거든요
    사이 좋을 땐 육아에 조금 도움 주다가 자기 기분 안 좋으면
    육아는 오로지 여자의 몫이 돼버리죠
    여자는 밖에서 힘들어도, 그리고 약속이 있어도
    아이부터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아이부터 생각하는 사람이 몇 있겠어요?
    그래서 약속 취소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있겠어요?
    오로지 아이는 엄마의 책임인 거죠

  • 9. 원글
    '09.1.22 12:54 AM (125.177.xxx.70)

    댓글들 보니까 위로도 되고, 역시 둘째는 아니라는 생각이 커지네요..

    사실 집안 일이나 애 보는 거 상당부분은 조선족 아주머니께서 해주신답니다. 저희 애도 아주머니를 할머니 쯤으로 여기고 좋아하구요. 어떤 때는 남편 없어도 아주머니하고 셋이서도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같은 느낌마저 들지요.(머 사실상 그렇지만)
    근데 아무리 그래도 아주머니는 아주머니이고 엄마가 해야할 몫은 따로 있더라구요. 애들 나름이겠지만 그걸 놓쳤을 경우는 부작용도 있구요.. 할머니가 키워주실 때보다는 확실히 부담이 큰 것 같아요..

    둘째는 저는 입 밖에도 안꺼내요.. 남편이 가끔 '둘째가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야 동생 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하죠. 정식으로 제안을 하면 자기한테 책임이 갈걸 아니까 절대 안그러죠. 저도 절대 흔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못들은척하죠....

    오늘도 1시 넘겨 오려나보네요.
    우리 남편은 왜 결혼을 했고 왜 애를 낳았을까 갑자기 궁금하네요. 어쩌다가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도 혼자 우아하게 독서나 할거면서. 독서하시는 폼은 어찌나 고상하신지..생각하니 짜증나네요.. 애가 놀자고 하면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한다느니.. 애한테 자야되지 않겠냐느니..하고..

    페이지 많이 넘어간 글이라 보는 분 없을거라 생각하며 독백하네요..

  • 10. 흑흑
    '09.1.22 12:58 AM (211.173.xxx.155)

    제꿈은 셋이였는데 신랑이 가정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둘찌 셋찌는 사치더군요 정말 실망스러워요 아이를 키우는걸로도 힘들지만 돈벌어오는걸로 자신의일을 다한줄만 하는 신랑으로 인해 결혼생활의 회의감만 커져요

  • 11. 원글
    '09.1.22 1:00 AM (125.177.xxx.70)

    앗 보신 분이 계시네요^^;
    덧붙이자면 하루종일 애랑 지내면 둘 셋씩 키우는 전업주부님들..존경해요;;;

  • 12. 꼭..
    '09.1.22 1:44 AM (125.177.xxx.151)

    저도 예전에 원글님과 흡사한 분위기의 직종에서 일했고 남편 역시 동종업계에서 일해요. 원글님 마음이 정말 150% 이해되네요. 그러면서 왠지 제가 아는 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팍!

    암튼..

    저는 지금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 관두고 마미트랙을 밟고 있는데, '유능했던' 과거의 나와 여전히 화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설혹 그만둬도 '심중 전쟁'은 계속된다는 의미지요. 원글님이 원글님의 일을 사랑하고, 일에서 자존감의 적지 않은 비중을 얻고 있다면 그만두지 마세요. 친구들 봐도 고 맘때 지나면 요령도 생기고, 손도 덜 가고 해서 나름 절충하며 살 길이 찾아지더라구요.

  • 13. 원글
    '09.1.22 9:00 AM (61.33.xxx.206)

    꼭..님이 절 아실까요..^^
    저희 남편은 밖에서 보기엔 너무너무 가정적일거예요. 저한테 주워들은 아이 얘기들을 밖에서 떠들고 하니까...--;
    또, 다른아이를 보면 예뻐서 어쩔줄 몰라하거든요.(저도 그래서 남편이 가족한테 살뜰할줄 알고 결혼했는데..참 황당하대요...) 그리고 결혼식에 가서 밥을 먹으면 아이 챙겨먹이고 입 닦아주고 그런답니다.. 전 옆에서 멀뚱히있고요..;;;

  • 14. 저도
    '09.1.22 10:09 AM (211.202.xxx.98)

    나만의 몫이 될것 같아 둘째의 꿈을 접은 아줌마랍니다. ㅠㅠ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회사 일을 완벽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일주일에 5번 야근, 토요일도 출근. 야근후 술도 한두잔...
    시간이 되면 아이랑 주말에 정말 열심히 잘 놀아주고 놀러도 잘 데리고 다니지만, 케어는 못해주니 세돌까지는 울면서 혼자 봐야되는거 눈에 훤히 보이는데, 아무리 남편이 둘째 갖자고 졸라대도 그럼 회사일을 조정하고 한 달만 성의를 보여라 했습니다. 결코 일을 포기 못하더라구요.
    한마디로 힘은 안 들이고, 재롱만 보겠다??? 는 생각아 괘씸해 안 낳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금 불경기라 그런지, 지금은 오히려 남편이 때로는 하나인게 안심이 될 때가 있다네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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