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아직도 생각나는 악한 사람... 하니까 항상 저를 울컥하게 하던 기억이 하나 떠올라서요.
저는 어릴 때..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던 여자애가 생각나요. 정말 그리 비비꼬고 모든 걸 나쁘게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껏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 친구가 제 뒤에 앉았는데, 어느날 자기 짝궁에게 역사 얘기를 해준답시고 이성계였나.. 어느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완전히 틀리게 이야기하고 있는거에요. 저는 뒤돌아서 '그건 이성계가 아니고 000야' 거의 반사적으로 한 마디를 했어요. 정말로 잘못 알고 있었나보다, 틀린 걸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그러자 바로 '지가 뭘 안다고 잘난체냐, 00년' 온갖 욕을 뒤통수에 대고 하는 거에요. 그때의 당혹감을 아직 잊을수가 없어요. 내 선의를 저렇게 완전한 악의로 해석할 수도 있구나. 그 뒤로도 제 뒤통수를 바라보며 머리에 비듬이 있다느니, 제 머리칼을 몰래 뽑아서는 머리카락 뿌리에 하얀게 달려나온다느니 (그 옆 친구: "나도 하얀게 달려 나오는데?" 그 친구: "아냐 그래도 얘의 하얀거는 네 하얀 거와 달라") 온갖 험담을 했죠.
제 기억으론 그 친구는 공부도 잘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유난히 잘난척 하기를 좋아하는 애였어요. 그 일이 있기 전에, 서울대공원에서 열리는 글짓기대회에 둘이 나가게 되었죠. 제가 간다는 걸 알고 그 애가 그래? 나도 나가볼래 같이 가자 하고 따라온 거였어요. 그런데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가니 그 애의 엄마가 따라오셨더라구요. 자연스레 그 애 엄마가 우리를 데리고 가시는 꼴이 되어 같이 버스도 타고, 점심도 먹고, 그 아줌마가 집에 오는 길에 분식점도 데려가셨는데... 그렇게 가는 와중 어느순간부터 그 애 엄마가 중얼중얼하시더라구요. 들릴락 말락하게 분식점까지 따라와 얻어먹는다고, 우유 얻어먹는다고, "자꾸 와서 얻어먹네, 이것도 먹었네, 얼굴에 철판을 깔았네,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이런 식으로 중얼중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저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네? 혹시 뭐라고 하셨어요? 물으면 아니야.... 그리고는 다시 뒤통수에 대고 들릴락 말락, 들어도 상관은 없다는 듯 제 욕을 중얼중얼...
지금 생각하면, 그래 내가 분식점에서 떡볶이를 얻어먹고 우유 한 팩 얻어먹고 그 아줌마가 계산하게 놔두고 염치가 없었나?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려다가도, 그래도 어떻게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자기 딸 반 친구한테 어른이 되어서는 그랬을까, 아직까지도 분한 맘이 들어요. 모전녀전이라고... 제가 그렇게도 염치가 없었던 건가요?
어릴 적 분했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애요. 지금도 혼자서 '그래, 얼굴도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성격까지 꼬였으니 분명 구질구질한 이명박 지지자가 되어 있을거야' 생각하고, '애한테 우유 한 팩 사준게 아까워서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하는 인성의 소유자인 그 아줌마는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을거야' 생각하고 혼자 저주(?)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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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각나는 악한(?) 사람.
달이 조회수 : 468
작성일 : 2009-01-12 16:56:35
IP : 124.170.xxx.2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9.1.12 5:39 PM (116.126.xxx.44)헐~ 글 읽는 제가 다 화가나는군요.
애는 그렇다치고 어른은 뭐하는건지..정말 모전녀전이네요.
함께 저주해드릴게요. 시뷰랑시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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