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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그리고..

우울.. 조회수 : 741
작성일 : 2008-11-24 20:30:49
어제..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가 났다.
운전 십여년만에 처음당한 사고라..너무 당황스러웠고 놀랐고 무서웠다.
초보운전자가 초행길에 급차선변경..
짧은순간이었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말아야지..다짐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지만
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다. 수없이.
하지만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연락을 했더니 다친데 없냐고 물어보곤
보험처리하고 무조건 병원가라고 하길래 보험에 연락하고..
병원 가야할 정도는 아닌듯 하여 병원은 생략..

어떨결에 경찰아저씨 출동하시고 보험사 직원오셔서
이래저래 상황 설명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도저히 서있을 수 없어서
뒷자석에 있던 아이들 이불을 둘둘 감고 서있었다.

사고낸 분은 그 정신없는 와중에
내 상태를 계속 걱정스러워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게 읽어졌다.

전화..그나마도 동생이 계속 전화를 해서 통화됐다는.
어떻게 된거냐고 묻길래 사고났다고 하니..보험처리하란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나랑 애들이 다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하니
그제서야 다친데 없냔다....

그래 없다. 인간아. 멀쩡히, 다친데 한군데도 없이 멀쩡하다.
나도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말을 하고나니
놀랐는지 이것저것 묻는데 이미 귀에 들리지도 않고
처리 끝나고 전화해주겠다고 하고는 끊어버렸다.

두시간 가까이를 그렇게 있다가 집으로 출발하면서
전화를 했더니 안받는다..

집에 도착해서 전화했더니 역시 안받는다..
포기하고 짐정리하는데 전화왔다.
집에 잘들어갔냐고, 밤에라도 혹시 안좋으면 꼭 병원가라고,
정말 미안하다고..사고낸 분이다.

잠이들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밤새 헤맸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침에 무사히 눈이 떠졌다.
어디 한군데 아픈곳 없이 몸도 잘 움직였다.
애들도 그렇고..우린 체력하나는 끝내주나보다.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전화가 왔다.
사고낸 분..어떠냐고..
괜찮다고 하니 애들은 어떠냐고..학교갔냐고.
괜찮다고, 학교갔다고 하니 정말 괜찮겠냐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 걱정스런 목소리,
어찌나 살갑고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내가 다 미안해지더라는.

죽었나 살았나..전화 한통없는..

보험사에서 전화와서 수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살짝 긁힌 것까지 수리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했더니
전원이 꺼져있사오니 다음에 다시..
정말 뭐라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찌어찌하여 쉽지 않게 통화를 하고..수리를 맡기고..
자기 몸살나서 샹태 안좋으니 와서 간호하라는 씨도 안먹힐 소리만 해대는!!!

사고낸 분이 다시 전화왔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어제 추운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것도 있고..
오늘은 수리때문에 일부러 나간거니 기름값하고..
애들도 너무 놀랬으니 과자값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사양하는데도 정신적 피해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받아주면 감사하겠다고..
계좌번호를 물어오는데 세상 천지에 이런 남자도 다 있구나..하는 맘이 절로 들더라는.

그냥 수리비만 받고 수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내가 왜 이러고 사나..
가슴이 먹먹해서 오랜 남자친구에게 전화했더니 그 친구 역시 첫마디가 다친데 없냐고,
애들은 어떠냐고..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버렸다...
늘 신나게 듣고 다니던 맘마미아가 이렇게 슬프고 아프게 들릴줄이야..

저녁을 먹고 치우는데 전화가 왔다.
사고낸 분..

잘 처리해줘서 넘 고맙다고, 어제 자기가 그런 맘이 아니였는데 렌트회사에서
세게 나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경찰도 부르고 이것저것 따지고 했는데
본심은 아니었고 놀래켜서 너무 미안하다고..
자기도 첫사고라서 당황스러웠는데 내가 잘 처리해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는 운전도 조심히 하고, 사고가 나면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나더라도
사람 맘부터 잘 살피는 그런 운전자가 되겠다고..ㅎㅎ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선서도 아니고..  
이미 그렇게 했다는걸 본인은 모르는걸까..

한번도 이런적 없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단 한번도 이런적 없었는데
나를 배려해주는, 맘이 따뜻한 사람이 그립다..
IP : 121.158.xxx.25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장
    '08.11.24 8:50 PM (59.25.xxx.166)

    가까운 사람에게서
    배신감 느끼신거죠?

    다행히 사고처리 잘되고
    다치신곳 없으니
    따뜻하고 맛있는것 애들과 드시고
    집도 따뜻하게 하시고
    푹 주무셔요
    아무 생각 마시고...

  • 2. 근데..
    '08.11.24 9:03 PM (220.71.xxx.193)

    저도 행여라도 사고 내면 저렇게 피해자 챙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간혹가다 그걸 빌미로 물고 늘어지는 나쁜 분들이 있어서 그냥 보험회사에 일임하게 된다는;;;
    암튼 다친 사람 없는 사고라니 다행이구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며칠 상태 잘 지켜보세요.

  • 3. 푸르른날
    '08.11.25 5:17 PM (219.254.xxx.122)

    하룻밤 지내고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글에서
    힘든 맘이 느껴져서...
    그래도...힘...내세요
    힘 내셔야지요
    아이들이 있다니 아이들 보고 더 힘내세요

  • 4. 우울..
    '08.11.25 9:38 PM (121.158.xxx.253)

    가장 - 맞죠..서류상 가장 가까운 사람인데 실제는 그렇지가 못하네요.
    님이 적어주신 글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감사드려요..*^^*
    근데 - 저도 정말 많은걸 느낀 첫사고였답니다..애들도 그렇고 저도 괜찮네요..감사드려요..*^^*
    푸르른날 - 감사드려요. 힘내려구요..여태껏 이렇게 살아온거 억울해서라도 힘내려구요.
    애들때문에 산다는 사람들 정말 이해안됐었는데 제가 이렇게 될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저 따뜻한 말한마디가 그리웠을뿐인데.......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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