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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의 사용에 대한 생각....

조회수 : 419
작성일 : 2008-11-03 03:11:37
<냄새의 문화사>란 책에 보면
어느 사회에서나 하층집단은
"악취가 난다"는 말로 매도당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악취냐 향기냐의 구분이
사실은 냄새 자체의 속성보다
누구에게서 나는 냄새이냐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욕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즐겨 접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욕을 하나 들어 볼까요?

제 에미(니미) 씹할 놈(새끼)

원래 저 말이 처음 사용되었을 때에는
행실이나 태도에 문제가 있는 어떤 사람의 특성을 표현하는
매우 참신한 비유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비유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던 데에는
금친상간금기라는 사회적 관습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고요.
그래서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내가 정말 그렇게 나쁜 놈이란 말이야"라고 벌컥 화를 내게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원래 내용과 관련되어 의미를 지녔던 저 말이
어느 순간 표현과 관련된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다시 말해 내용의 요소는 잊혀져 버리고
그저 나쁜 표현, 즉 욕설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런 변화가 일어나게 된 데에는
성과 관련된 말을 대놓고 하는 것을 꺼리게 된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처음에는 참신했던 비유를 너무 반복 사용하여
죽은 비유로 만들어 버린 사람들의 게으름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동시에 냄새에 대한 모두의 얘기를 참조해 볼 때
에미, 씹, 놈(새끼)와 같은 표현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요?
아시다시피 이 말들은 그냥 일상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양반이 아니라 상놈의 말이었지요.
따지고 보면 놈이란 말은 훈민정음 서문에도 나오는 평범한 일상어였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시대에
우리가 지금 욕설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말과 관련하여
그 말이 가리키는 내용의 부분은 잊혀진 채
표현과 관련된 것만 문제삼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반면 그런 표현이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를테면 양반들이 사용했을
"자모(自母)와 더불어 불가위(不可謂)한 행위를 능히 행할 자"와 같은 표현은
전혀 욕설로 분류되지 않았겠지요.

이렇게 본다면 결국 욕설이란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집단의 일상적 표현에
낮은 가치를 부여한 사회적 편견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마치 사투리를 바르지 않은 말로 얘기하는 것이
특정 지역, 특정 계층 이외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에
낮은 가치를 부여한 결과에 지나지 않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욕설이 이미 죽은 비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욕설을 사용하면 표현력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욕설의 표현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 사용을 비판하는 것은
특정 시대에 형성된 편견을 무비판적으로 되풀이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물론 다양한 표현력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도
이른바 '교양인'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이에 대한 논의는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그러니 표현에 신경쓰지 말고 내용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씹할 놈이나 이런 오딧세우스 같은 사람이나
어차피 내용은 동일한 것일테니까요.
IP : 211.212.xxx.6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11.3 9:19 AM (211.237.xxx.199)

    표현에 신경쓰지말고 내용에 집중하라는 말씀...맞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쉽지 않습니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곳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요?
    좋은 음식도 좋은 그릇에 담겨져나오면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부탁컨데....올바른 표현으로 올바른 글을 써주시길 바랍니다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지만
    심한 욕설은 천박한 입에서 나오는 천박한 말로밖에 상상이 안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오염됩니다
    폭력은 육체적인 폭력만이 아닙니다
    언어폭력은 듣는 사람도 피폐하게 만듭니다
    왜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천박한 언어를 사용하시는지요?

    표현에 신경쓰지 말고 내용에 집중하라는 말씀은
    애들에게 쌍욕을 하면서 욕은 표현일 뿐...내용은 너 잘되라는 것이다라고 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 2. 우울한나라
    '08.11.3 9:47 AM (58.121.xxx.168)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는데,
    아주 욕이 주절주절,
    그 책을 다 읽도록
    욕을 달고 살았습니다.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던 거죠.
    그리고 잠시 잊었는데,
    요즘,
    좀 심해지네요,

    유인촌이 씨~~한 거,
    조선일보 어디 칼럼에
    그건 욕이 아니다.
    그것도 자신들의 의견이 아니고,
    뭐 국어원장인가 뭔가하는 사람의 말을 빌려서
    자기도 들어봤는데
    욕이 아니라네요.
    나라가 이 지경인데,
    문화부장관이라는 사람의 수준이 그모양인데.
    뭔 교육이 되겠습니까????!!!!!

    조선일보의 수준이야 진즉 짐작했지만,
    욕인촌까지,,,,,,,,
    나라꼴이 말이 아닙니다.

  • 3. 그러게요..
    '08.11.3 10:26 AM (125.137.xxx.245)

    요새 욕이 어디 욕이랍니까..서민들의 울분을 나타낸것이지요..
    욕 안하고 살 수 있도록 위정자들이 그리 만들어주셔야하지않나요?
    저는 요즘 82에서 나오는 욕 땜에 정신건강상 훨씬 도움이 되고있습니다. 대리만족이라고 할까요?
    지들은 다 해먹고 있으면서 욕 얻어먹는 것도 사양하겠다? 욕심이 너무 과~하십니다요.

  • 4. ..
    '08.11.3 10:28 AM (211.237.xxx.199)

    욕이 생활화된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마이크로 학생에게 쌍욕하는 나라...
    대한민국 강남 한복판에 있는 중학교입니다
    친구사이에 애칭이 쌍욕이구요
    흥행 대박의 영화도 쌍욕이 언어더군요
    심지어는 애들끼리 자기 부모를 지칭할때 쌍소리로 지칭합니다
    그*이~~... 여기서 그~은 자기 엄마입니다

    살기 싫습니다
    천박이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돈과 성적만이 최고이고 지성이고 품위고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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