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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조리 실기시험을 치루며.....

실기 시험장 조회수 : 750
작성일 : 2008-10-27 13:12:38

늦은 나이에 결혼하며 하던 일도 그만 두게 되었어요.
아니...저의 능력이 바닥나면서 일을 그만두고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처음엔 하루종일 집에서 편안하게 있으니 좋더니 일년 정도 지나니 심심하고
제가 퇴화되어 가는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음식을 배우게 되고
동네의 작은 요리대회라도 나가서 작은 상이라도 받으니 참.....인생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전혀 관심도 들어 본 적도 없더 조리사 자격시험이라는게 있다는 걸 알았어요.

동네 복지회관에 가입해서 반장도 되고, 사람들이 잘 한다고도 하고.....
으쓱하는 마음에 잠시  주부가 되어 사회와 격리되는 듯 하는 마음을 털어 내었죠

근데요....
지난 주 처음 실기시험을 치루러 갔습니다.
서울 본부로요.

어깨가 빠지도록 도구를 챙겨들고 버스에 지하철을 몇 번 갈아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남편의 응원도 듬뿍 받고.....남편은 운전 면허도 없는 제가 뜬금없이 이런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는걸 기뻐했어요.
우울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쁜 마누라라고~
삶이 긍정적이라서 좋다고.....ㅋㅋ

도착해서 서점 사장님의 친절한 예상문제 프린트를 받고
다시 응원을 받고
상기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실기 시험장 대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부터
기분은......음.......자존감이 무너졌다고 할까요?
운전면허를 딸 때도 이런 식인지 모르겠습니다만.....시험을 안내하는  내부 직원들은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말투고 화장실을 물었더니
인상을 쓰며 고갯짓만 합니다.

어찌 어찌 시험을 보러 왔으니 시간이 되어 입실을 시작합니다.
낯설고 떨리는 마음으로 제 자리에 가서 보니
앞서 시험을 본 선수가 설거지를 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엄청 지저분......아니 참을 수 없게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방을 내려 놓고 대충 치웠어요.
그리고 가지고 온 기물을 풀어 놓는데.....아, 산 넘고 물 건너 서울로 간 제 짐  보따리가 얼마나
꽁꽁 싸여 있었겠습니까?
그거 풀고 냄비랑 프라이팬 올리는데 앙칼지고 금속성인 목소리의 여감독관이
당장 손 떼세요!!!
그러더군요. 준비물을 챙길 시간을 놓쳤습니다.


저도 모르게 비굴하게 아.....예....죄송합니다...
이랬습니다.
그러는 순간 너무 너무 자존심이 상하더군요.
보따리를 미처 풀지 못해서 시험 볼 자세가 안된 상황은 저의 사정이라고 해도
시험 볼 장소를 제대로 제공해야 하는 곳은 인력관리공단이죠.
모두가 공정하려면 시험 조건이 같아야 하잖아요.
저더러 어쩌라구요?
네?

제가 결벽증 환자는 아닌데
한마디로 너무 너무 더럽더라구요
앞 서 시험 본 수험생들이 미처 청소를 못하기도 했겠고
시간이 빠듯해서 치우지 못하기도 했겠고....
다 이해가 되는데요
만지기도 끔찍한 수도꼭지의 더러운 물때는 이 곳이 한국의 조리사들을 시험하는 곳인지
믿어 지지 않더이다.

배수구의 바구니.....헉!!!
참을 수 없는 그 지저분 함의 극치
누런 물때가 무슨 에일리언 녹아 내릴 때 장면처럼 흐물흐물......으악~

옆 수험자와 함께 이용하게 되어 있는 양념통들은 어찌나 찐득한지....
처음엔 이렇게 만들어 낸 많은 음식들이 어찌 되는가 궁금했는데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관리공단 쪽에서 절대로 먹거나 누군가 주거나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이렇게 지저분한 상황에서 만든 음식을
위생과 숙련된 조리솜씨를 봐야하는 관리공단측에서 먹거나, 남을 주거나 하지는 않겠지요?

얼마 전 9시 뉴스에서 인력관리 공단에서 시험을 신청하고
불참하거나 취소하면서 신청자들이 받지 못하는 그 많은 돈을 다 착복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사정이 생겨서 변경해 보려고 신청함 다음 날 들어 가 봤더니
당일에만 전액 환불이고 다음 날 부터는 50%나 삭감이더라구요
그래서 돈이 아까워 그냥 봤습니다만,

신청한 사람들이 무료로 시험을 보나요?
그렇지 않잖아요.

청결에 신경 좀 쓰세요
일자리 구하는 몇 분 구하시면 안되나요?
청소 좀 하세요
너무 너무 더러웠습니다.

아,
시험 끝나고 조미료통 탁탁 신경질 적으로 내려 놓으면서
닦으라고 강압적인 말투로 시켜놓고
그거 닦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빨리 나가라고 닥달하십니까?

우리가 뭐 가제트 팔이라도 가졌나요?

조리사 시험이 무슨 요리사가 되는것은 아니지만 조리의 기초를 배우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고
하나 하나 제대로 알아 가는 즐거움이 저의 가을을 빛내고 있었는데

조리사 자격시험장의 실체는
이것이 3D업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 당신들 일인데 괜한 수험생들에게 신경질 내지 마십시요.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그런 대우 받는거
무지무지 모멸감을 느낍니다


IP : 221.153.xxx.8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짜노
    '08.10.27 1:19 PM (222.119.xxx.157)

    님! 마음고생 많으셨네요
    글을 읽고 보니 지금의 저와 너무 판박이라 댓글을 아니 달 수 없네요
    저도 한 달 뒤면 중식 실기셤 보는데요
    살짝 걱정이 되네요 생전 처음보는 셤인데
    많은 참고가 될 듯 하여요
    불쾌한 기억 오래 지니지 마시고 훌훌 털어 버리세요
    합격 기원 합니데이 ^^

  • 2. 린넨
    '08.10.27 1:44 PM (59.12.xxx.78)

    그래서...꼭 합격하실겁니다.
    거기..또 안가시게요.
    저도 한달닷새후에 일식셤입니다.

  • 3. 문제점
    '08.10.27 1:55 PM (125.131.xxx.195)

    주의사항 설명해주는 공단 직원 너무 고압적이에요.
    두번 시험보러 갔는데 두번다 유의사항 안 읽는 수험생들을
    한심하다고 표현하더군요. 어이 없었다는..

  • 4. 후//
    '08.10.27 2:00 PM (121.162.xxx.120)

    어린 학생들이 많이 오고.. 한식은 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여러번들 오시던데..(전직조리사입니다) 그 음식 서울본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지인이 지방에 똑같은 시험장 감독알바 했었는데
    거기는 푸드뱅크로 간다고 하더라구요..-_-;

  • 5. 작년
    '08.10.27 2:06 PM (203.128.xxx.141)

    이맘때 한보따리 짐들도 한시간 전철타고 가 시험 봤던 기억이 새삼나네요
    진짜 실습실 지저분하고 더럽더군요
    며칠전 일일연속극에서 일식조리사 시험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찍었더군요
    초등생 울딸 보다가 엄마도 저기서 시험봤냐고 왜 저렇게 더러워 하고
    묻는데 속으로만 저것도 촬영때문에 대청소 해서 저정도지 하고 생각했네요
    전 시험 끝나고 나오다 출입문 옆에 차마시게 종이컵이랑 준비되어 있어서
    종이컵 들었다가 무한당했던 기억이 나네요.(감독관이 먹을거라고 자판기는 다 고장인데)
    학생들이 시험을 많이 보기 때문에 그런지 사십넘은 아줌마들도 애 나무라듯하더군요
    실기시험 보고나오면서 기분 참 그랬었는데 합격은 했네요

  • 6. 합격기원
    '08.10.27 2:07 PM (210.98.xxx.135)

    합격 통지서 딱 받아들고 낱낱이 글 써서 공단 홈페이지에 올려 시정을 하도록 하셔요.
    저도 예전에 한식 시험 봤었는데 그 당시는 그것도 참 시험이라고
    주변 상황 살필 겨를도 없이 시간에 쫓겨 후다다닥 끝내고
    또 쫓기듯이 시험장을 빠져나오느라 잘 못봤었거든요.
    맞아요.
    감독관들이 무슨 벼슬이나 한것처럼 거들먹거렸고 고압적인 자세였던건 확실했어요.

    공단도 그렇고 앞에 시험 본 수험생들도 자세가 안되었네요.
    분명히 자기가 요리 하면서 나온 쓰레기들은 본인이 말끔하게 치웠어야 하는데
    그랬군요.
    아마도 감독관이 똑바로 된 사람이었다면 그 뒷처리도 시험 점수에 영향을 미치게 했을텐데요.
    뒷정리까지도 체크가 된다고 그랬던거 같아요.

    꼭 합격 하셔서 두번 거길 가시지 말아야할텐데요.

  • 7. ..
    '08.10.27 5:49 PM (125.139.xxx.235)

    전주는 대체로 친절했어요. 마음도 편하게 해주시려고 애쓰시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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