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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년이야기(묻지마 살인을 보며...)

happy21 조회수 : 899
작성일 : 2008-10-24 02:17:06
소년에게 세상은 회색빛이었습니다.
엄마는 가출했고, 학교에서도 가난한 결손가정 열등생... 누구에게도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었죠.
게다가 돌봐줄 이 없는 집에는 먹을 만한 것도 없어 허기가 진 상태였답니다.
갈 데도 없고 반겨줄 데도 없고 놀아 줄 친구도 없고... 그냥 무작정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배회하던 중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한 어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3,4학년쯤 되었을까... 뭔가 잔뜩 신난 표정으로 친구와 한참을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깔끔한 옷차림새, 예쁜 머리방울...
종달새마냥 까르르 웃는 그 아이의 모습은 부서지는 햇살만큼 밝았습니다.
갈림길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총총거리며 집으로 가는 그 아이를 빛에 이끌리듯 무심코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올라가며 생각했습니다.
'저 아이는 이제 곧 집에 도착하겠지... 집에는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저 아이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가족속에서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워...'
갑자기 소년은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저 아이는 저렇게 행복한 걸까???
아이의 행복을 부숴버리고 싶었습니다.
마침 주머니에 들어 있던 커터칼... 소년은 아이를 찔렀습니다.

예기치 못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아이... 그 놀란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동맥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채 공포속에 집으로 내달렸습니다.
'집에까지만... 집에만 가면 엄마가 해결해줄꺼야... '
하지만 엄마가 기다리는 집에 도착하기전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아이는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습니다...
이웃에게 발견되고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만큼 악화된 상황...
몹시도 보고 싶었을 엄마에게 단 한마디도 못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나야 하는... 소년의 뜻대로 완벽하게 부서진 한 가정의 행복... 소년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고시원 방화 살인사건을 보면서 갑자기 생각난 종로 h아파트 중학생 살인사건...
사건이 십수년전으로 기억되는지라 디테일은 제가 약간 살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시사월간지에 자세한 르포기사가 실렸던 것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아서 아직도 사건정황을 잊을 수가 없네요.
죽은 아이 불쌍한 거야 말할 필요가 없고 어린 나이에 살인자가 된 중학생도 안쓰러운 인생이었어요.
따뜻한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사회의 방치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괴물이 되어 버린...
두 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요근래 묻지마 살인이 연쇄다발적으로 일어나네요.
지금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IP : 218.38.xxx.18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게
    '08.10.24 8:54 AM (218.39.xxx.237)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정신병자들이 넘 많이 돌아다니지요.
    그게 누군지 아무도 모르니 더 무서운일...
    모두 모두 불쌍해요...

  • 2. 아....
    '08.10.24 8:56 AM (123.111.xxx.65)

    인간은 왜 이다지도, 약하고 가련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일까요.
    그렇다고 지금 세상만 이렇게 잔인한 것도 아닙니다.
    역사이래로 인간의 폭력과 잔혹함이 없었던 때가 있었나요.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가 괴물인가봅니다.

  • 3. 휴~
    '08.10.24 9:28 AM (218.49.xxx.224)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비록 물질적으론 풍족하게 채워주진못하지만
    포근하게 안아주고 허해지지않도록 사랑으로 채워줘야겠네요.

  • 4. 소외된인간
    '08.10.24 10:04 AM (211.173.xxx.198)

    유영철도 그렇고 세기의 희대적 살인마들이 대부분 우울하고 불행한 어린시절을 겪었습니다.
    어제 경찰대범죄학교수가 나와서 얘기하는데, 14세전후(사춘기)에 겪은 심한 충격은 평생 간다고
    합니다. 그시절에 당한 폭력이나 힘들고 우울했던 기억이 어쩌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자신의 불행에 참담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듭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현상의 자꾸 우리사회를
    병들게하고있어요. 주위의 소외된사람에게 눈길을 주는 사회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소녀를 찔렀던 그 소년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듬어주는 어른이 한사람만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불행하지는 않았을거잖아요

  • 5. 또 남자가 여자를
    '08.10.24 10:36 AM (121.176.xxx.138)

    찌른건가요?
    그냥 같은 남자아이도 아니고 여자아이..후..
    그들은 항상 비겁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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