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애가 갑자기 열이나서 픽 쓰러져 잔다고 글 올렸던 사람입니다.
우선 답글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처음으로 애기 옆에서 병수발을 해 봤습니다. 지난 겨울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끔씩 옆에서 지키긴 했습니다만..집에서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애를 지키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생전 처음으로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 물수건으로 애를 닦으면서 이렇게 말랐구나..하는 생각, 더 아프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 암튼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성적표 비슷한 걸 그제 가지고 왔더군요.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거의 방목수준인 제 입장에서 그래도 약간은 아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는데 평균 이하란 그래프를 보고선...쌩글거리는 애 한테 "잘 했긴 했는데 아빠 조금 실망스럽다"라고 이야기 했더랬습니다.
이후 좀 시무룩 하더니 결국은 어제 픽~하니 맛이 가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압박이 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
흔히들 부모란 자식이 세상의 빛을 보게하는 통로...란 말을 종종하죠. 저 역시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통로 역활을 훌륭하게 소화했으니 세상살이에 대한 지혜는 자식놈 스스로(어느정도 기본적 조언은 필요하지만) 깨쳐란 교육관/인생관이었습니다. 수학풀이 보다는 화단 가꾸는 법을 가르쳤고, 국어 받아쓰기 보다는 독서를 가르쳤고, 학원 수업보다는 같이 등산가는 걸 가르쳤습니다.
결국 이러한 제 행동이 자식으로 하여금 독립성이 아니라 애비에 대한 의존심을 키운것 같습니다. 다른 애들과 다른 색깔로 살아 간다는게 엄청난 부담이었겠죠.
밤새...끙끙이며 뒤척이는 자식놈 모습에 덜컥 겁이나다가..불쌍하다가..자책하다가..깜박 졸다가..체온재다가..온몸닦아 주다가..새벽에 잠깐 잠들었는데 제 옆에서 초롱초롱하게 처다보고 있는 자식놈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이맛에 자식 키우나 봅니다.
여튼 쌩쌩하게 최강 자식놈 모드로 등교 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원 데리고 갈려고 소화과 의사에게 전화 했더니 구토 증상없이 고열이면 하룻밤 지켜 보라더군요.
그 의사 분께도 감사 드립니다. 감기로 병원가면 감기약도 안주시는 분이죠. 약먹고 일주일 안먹으면, 7일만에 낫는게 감기라면서..
*그리고 매실 엑기스 관련 답변 주신분 감사 드립니다. 이번주엔 시골가서 엑기스 좀 훔쳐 와야 겠습니다.
입맛없다고 먹을게 없다고 더위 드시지 마시고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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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마음
에구구 조회수 : 268
작성일 : 2008-07-23 09:21:45
IP : 211.211.xxx.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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