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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아이의 사생활 도덕성편, 직접 체험하며 느꼈습니다.

알루 조회수 : 1,376
작성일 : 2008-07-14 01:52:30
시아버지 생신이 며칠 남지 않아 시누네와 함께 시댁에서 주말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고종 사촌들을 만난 아이들이 좋아라하며 잘 놀아서 저도 즐거웠지요.
그간은 맨날 엄마 껌딱지만 하던 녀석들이라서요. ^^


휴우, 어쨌거나 본론은.
시댁 주차장에 차를 댔는데 주차장 라인이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니라 문을 좀 살짝 열어야했어요.
그런데 요즘 큰 아이가 카시트 안전벨트 혼자 풀고 문도 혼자 여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옆차와의 거리가 가까워보이길래 조심하고 잠깐 기다리라고 했는데
제가 내리면서 돌아보니 벌써 쿵! 했습디다.
은색 아반테, 뽑은지 일년도 안되어 보이는 새차더군요. 문짝에 3 밀리 정도 찍힌 자국이 분명히 났네요.

제가 남편에게 연락처를 남기라고 얘기해놓고 아이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데
시누네와 시부모님이 무슨 일인가 보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 반응에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장 양호한 의견 순으로 나열했을 때 이렇습니다.
1. 시누이 '아무도 안봤으니까...'
2. 애들 고모부 'CCTV 찾아보지 않을까?'
3. 시어머니 '괜찮다, 별로 많이 긁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가면 된다.'
4. 시아버지 '얼른 차 빼서 다른 데다 세워라. 절대 연락처 남기면 안된다.' (정말 차키 뺏아가심)

저도 인간이기에 정말 조금인데... 아마 몰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다들 저렇게 나오시니 오히려 마음이 더 굳게 먹어지더라구요.
'누가 보았거나 말았거나 많이 긁혔거나 적게 긁혔거나가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양심의 문제이다.'라고 얘기했으나
시아버지는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며 벌써 차를 다른 곳에 대놓으셨고
연락처 남길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셨어요.
평소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시는 시아버님을 존경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던 순간이었지요.

너무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아무리 정직이니 양심이니 말로만 애들을 가르치면 뭐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콩알만큼이라도 내 이익과 관계되면 도덕은 휴지조각과 다름 없이 내팽개치는 이런 도덕 불감증이
바로 2MB를 대통령으로 만든 그 바탕이구나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하긴, 가훈이 정직이랬지요. 그거 듣고 웃었는데 웃을 일이 아닙니다.)



EBS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중 도덕성편을 보고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일어난 일이어서
정신 없던 와중이지만 그냥 넘어가면 절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일단 큰 아이를 한 쪽으로 조용히 불러 이것은 분명히 네가 잘못한 것이고
아빠가 차 주인과 연락하여 배상하게 된다면 그간 용돈을 모아두었던 네 통장에서 비용을 댈 것임을 약속하여 두었습니다.

남편이 시아버님 몰-_-래 그 차에 연락처를 남겨두었고 오늘 아침 연락이 되었답니다.
다행히 별 것 아니니 마음 쓰시지 말라는 고마운 답을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었더니 안심하고 고마워하더군요.

그런데 두고두고 어른들의 그때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고 왠지 자꾸 화가 치미네요.
생신 축하드리려고 열심히 떡도 만들어가고 했는데 나쁜*이라 하시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 떡이 아깝습니다.
앞으로 시아버님 뵐 때마다 자꾸 그 실망감이 가시지 않아 원망의 눈으로 보게 될 듯합니다.
이를... 어쩝니까?
IP : 122.46.xxx.12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7.14 2:14 AM (59.3.xxx.241)

    알루님 너무 상처받지 마세요 남편분이 알루님과 같은 생각이셨잖아요 ^^ 어른들에게 그런걸로 한번 실망하면 ........ 아무래도 좀 뜨악해지더라구요 알루님 아이들은 참 복 받았네요 엄마 아빠가 실천을 하시다니 ^^ 하루종일 기분 우울했는데 편히 잠들것 같습니다 알루님도 편히 주무세요

  • 2. 짝짝짝
    '08.7.14 3:05 AM (211.205.xxx.229)

    정직한 아이들이 더 자존감이 높고 행복하다는 그 프로그램 주제가 생각나네요.
    알루님 아이들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행복해지겠지요.
    아반떼 새 차 주인한테 저까지 고마워집니다.

  • 3. --
    '08.7.14 3:14 AM (121.88.xxx.127)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입니다
    저도 굉장히 감동하면서 봤습니다
    저는 성인이지만, 조만간 자존감 편을 다시 보려고 합니다

  • 4. 힘내세요
    '08.7.14 3:32 AM (202.156.xxx.3)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아이들을 만듭니다.(이거 정신건강이라는 거 아시지요? 혹시나..해서^^) 해야할 일을 하는걸 바보같다고 보는 사람들이 가끔 미워지지만 이런 글 보며 힘 받습니다^^

  • 5. 저나
    '08.7.14 6:38 AM (222.238.xxx.132)

    시엄니는 원글님과 같은 생각인데
    문제는 시아버지...

    어느날 마트에서 찬기를 열어보던 엄니가
    실수로 그만 깨트렸습니다.
    그걸 카트에 넣어가 계산하셨지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아신 아부지...
    계산대에서는 암말 못하고
    주차장에서 대판 싸웠다네요
    하다하다 나중엔 "당신때문에 내가 여태 부자가 못되었다"까지 나왔답니다.

    울 큰애 두어살때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수퍼다니시는게
    최대의 낙이셨던 아부지
    아이가 손에 캬라멜을 쥐고 있는걸
    보고서도 못본체
    다른것만 계산하고 오셔서는
    무용담을 늘어놓으십니다.

    저 그때 시아버지 다시는 안보려고 했어요
    존경심이야 애저녁에 없어져버렸지만
    아이가 그러고 있으면
    바로잡아주고 안됀다고 얘기해어야지...

    지금도 울 시아부지는
    여전히 그러고 사십니다.
    제가 보기엔 엄니 기도덕에 별탈없이
    굴러가는 집안이에요

    그 이후로 시댁...
    저는 아주 무시합니다.
    물론 맘속으로만 ... ㅡ.ㅡ

  • 6. ..
    '08.7.14 8:33 AM (121.134.xxx.164)

    맞아요.
    어른들 질서나 도덕책 무시하면 사시는 모습
    어떻때는 힘든 세월 살아오셨으니 그러시겠지..이해하자 하면서도,
    아이앞에서 그럴때는 화나더군요.

  • 7. 맞습니다.
    '08.7.14 10:04 AM (220.122.xxx.155)

    아이를 보면 그집 부모가 보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 8. 알루
    '08.7.14 11:34 AM (122.46.xxx.124)

    댓글 고맙습니다.
    저렇게 써놓고나서 밤에 잠들다 제 얼굴에 침뱉기인데다 혼자서만 양심있는 척 한게 아닌가 고민했었어요.
    사실 다들 무단횡단이며 불법 주정차며 사소한 일들 그럭저럭 넘어가며 살잖아요.
    저도 사실 '아이의 사생활' 생각없이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본거라서요;;;
    그래도 아이 앞에서 당당히 '괜찮다' 선언하는 것은 아니다 싶었던 거예요.

    도덕성이 높은 아이가 인생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하니 공부 잘 하고 돈 많이 벌고 어쩌고 보다
    그 방향으로 제 교육철학으로 잡았기에 앞으로 제 도덕성도 키우려 노력하며 살려구요.

    위에 '저나'님 우리 시아버님과 거의 동급이신 시아버님 두셨군요. 그래도 시어머니가 바른 분이시니 다행이네요.
    우쨌거나 저는 그런 시아버님 밑에서도 잘 자라준(?) 우리 남편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 9. 잘 키우시네요
    '08.7.14 11:47 AM (121.179.xxx.75)

    도덕성이 높으면 마음의 갈등이 별로 안생기니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정서적 안정은 마음의 평안을 주고 행복지수를 높여준다네요.

  • 10. 저도
    '08.7.14 12:53 PM (121.140.xxx.168)

    본 받겠습니다.
    도덕적인 삶이 결국 행복할수 있다는것을
    요즘 많이 느끼며 삽니다.

  • 11. 정말
    '08.7.14 2:48 PM (61.99.xxx.139)

    잘하셨습니다. 멋진 엄마 아빠네요. 분명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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