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선배가 식사대접을 한다기에 일 보다가 서둘러 돌아오면서 '유기농 식당에 가야겠다' 하고 왔는데
소고기를 먹으러 가자는 겁니다. 직접 잡는 곳인데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어서 유명하다고....
왠지 식욕이 떨어져 전 아이들과 안 가겠다고 했지만, 남편의 입장이 있고 해서 갔죠.
한참을 어디론가 가서 내리니 정육식당. 1층은 정육점. 2층은 식당.
일단 2층에 올라갔습니다.
소고기 메뉴만 있어 살살 사양하며 돼지고기를 먹으려던 계획이 틀어져 버렸죠.
600g 37,000원 세상에나 ~
사시미와 모둠구이 셋을 시켜 권하는데 큰아이는 원래 소고기를 안 좋아하는데다 광우병에 대해 알고 있기에
막 짜증 내면서"돼지고긴 없잖아!" 하는데 분위기가 썰렁해지는 것 같아 남편과 구우며 "맛있네요~"를 남발했죠.
갓 3살이 된 둘째는 배가 불러 있어서 실컷 놀기만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했는데 한 3점 집어 먹더군요. ㅠㅠ
독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진짜 한우 일수도 있는데 목이 메고 느글거려 미치겠는 걸 참느라 혼났습니다.
선배를 보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바탕 싸웠습니다.
우리가 먹거리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데 한순간에 거절을 못 해서 아이를 먹게 하냐고, 이러면 그간의 운동이 어찌 되는 거냐고하면서 말이죠. 남편도 미치는 줄 알았답니다. 그러면서 소를 먹는다 안 먹는다 개월 수를 따지며 이러는게 너무 속이 상하니 채식을 하자더군요. 살아있었던 생명체였는데 먹거리가 되어 싸니 어쩌니 하고 양껏 먹으려고 너무나 경박하다고.
그래서 죄를 짓는 거라고.
사실 유기농으로 식사를 준비하면서 건강뿐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도 갖추게 되었었는데 이번 소고기사태로
내가 쏟아내는 언어들에 가슴이 아픕니다.
20개월, 30개월, 부위들... 공산품이 아닌데 우리가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걸까요? 두렵습니다.
우리를 이렇게 소비하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정부도 싫고(결국 이런게 그들의 경제 논리겠죠.)
속이 상해서 창밖을 보니 경인냉동 창고가 보이더군요. 에효~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보니 원산지를 속인 기사들이 많네요.
막상 현실적으로 문제 앞에 서면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남편들은 특히나 회식이나 거절이 어려운 관계일 때 문제겠더군요.
문제 인식이 낮은 이들과 모두 거리가 멀어지고 원수 되기 싫으시다면 적당한 자기 방어책들도
미리 준비하셔야 할 것 같아 글 남깁니다.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게 두렵군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싸고 맛있는 소고기ㅜㅠ
고즈넉 조회수 : 345
작성일 : 2008-07-10 16:08:44
IP : 125.132.xxx.23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고즈넉
'08.7.10 4:11 PM (125.132.xxx.238)자주 가는 카페에 올리고 여기에도 올립니다.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아서요.
2. 동감입니다
'08.7.10 4:26 PM (121.149.xxx.17)이번 소고기문제로 제 식생활을 돌아보니
너무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돼지 소 닭도 생명체인데... 개월수따지고 너 어느나라에서 태어났니 너 뭘먹고 컸니 요리조리
따지고 ...싸다 비싸다 투정하고,, 죄짓는 기분이더라구요
게다가 다른가족들과의 식사자리나 기타등등 사회생활하면서 행해지는 모든 관계에서
내생각만 고집할수없는 부분도 있고...
그나마 저희 가족이나 시댁 친정모두 비슷한 생각이라 다행이긴하지만 입장차가 많이 나는
가족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이참에 채식주의자로 변해야하려나,,, 이생각저생각이 교차하네요3. 돈데크만
'08.7.10 5:18 PM (118.45.xxx.153)저두 고기만 보면 느글 거린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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