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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 잡념들
밤하늘엔별들이 조회수 : 209
작성일 : 2008-06-26 13:14:47
촛불과 이 꿈쩍도 않는 세상에 대한 상념들로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있지요.
본래 본성이 나약한 편인지 조금만 불의를 보아도 저는 '어떻게 저럴수가....세상이 썩었어' 하며 좌절하곤 합니다.
아마도 너무 순진하게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보고 살아왔나 봅니다. 이 나이 먹도록.
그 썩은 무리들이 이제와서 갑자기 썩은 것은 아닐텐데...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들이 이제야 내 눈에 들어오게 되었을 뿐일텐데...
저에게는 왜 이다지도 쇼킹한 것일까요?
세상이 원래부터 그러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분들은 어떻게 제정신 갖고서 여지껏 꿋꿋하게 살아왔는지
새삼 존경스러워질 정도랍니다.
하긴...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세상이 말세야' 라는 말이 있었다고 하니까요.
어제 저녁엔 모처럼 술을 사온 신랑과 앉아서 촛불정국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랍니다.
며칠전까지 종종 보이는 전경들의 강경진압에만도 기함했던 저는... 초등생과 국회의원, 항의하는 변호사까지
닥치는대로 막무가내로 잡아가는 전경들에게 혐오감을 느꼈습니다.
신랑이 저를 말리더군요. 우리나라의 전경들은 군대라고. 자신이 경험한 군대도 역시 그런 곳이었노라고.
전경들 또한 자신이 미치지 않고 버티기 위해선 자기를 합리화하고 지킬 수 밖에 없을것이라고.
광주항쟁 때 시민들에게 발포한 군인들은 어디 다 미친놈들이라서 발포했겠느냐고....
한참을 토론한 끝에
'그래.. 일부 멘탈이 이상한 전경들이 보이면 그저 그 한놈만을 욕하자. 전경들 전체를 욕하지 말자' 고 마음먹었습니다. 다같이 불행한 시대에 태어난 불운한 운명인 것을...
술상을 치우고 신랑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잠시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아프리카TV를 보고, 게시판들을 둘러보았습니다.
1분전의 그 이성적 판단이 깨끗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솟구쳐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
무기라고는 촛불 하나 뿐이었던 여성 시위자의 손가락이 짤렸다는데...
꼬시다, 다 밀어버려, 전부 화장시켜버렸음 좋겠다, 그러게 여자가 왜 나와... 등등의 발언이 알바들이 아닌,
전경 어머니들의 입에서 나온 것임을 보는 순간 저는 머리속에서 퓨즈가 툭 하고 끊어진 느낌이었어요.
조중동만 보는게 아니라 자기네들도 아프리카TV로 현장을 보고 있으면서도...
자기 자식 손끝하나라도 다치면 가슴이 무너지는 엄마들 심경을 저라고 어찌 모를까요?
아직 멀었지만 저도 군대를 보내야 할 아들이 있습니다.
내 아들도 전경으로 차출되지 말란 법은 없겠지요.
나도 저들의 입장이 되면 저렇게 될까? 남의 딸 손가락이 짤렸다는데 '꼬시다' 소리가 나올까...
내 아들 괴롭히는 것은 그 지휘관이며, 어청수며, 이명박인데.. 이성적으로 그들에 대한 원망보다는 저런 소리가 먼저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은 변하지요.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지요.
문득 두려워졌습니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본래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지금 한나라당이며, 뉴라이트, 신을 저버린 일부 개독교 등등에 속한 사람들 중에도 과거에는 바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분명 있었겠죠.
효순양, 미선양 추모식 앞에서 "그깟 기집애 둘 죽은게 뭐 대수라고" 말하는 기독교 보수 아줌마도 분명 자기 가정에선 좋은 주부이겠죠? 인간이란 참 무서운 존재입니다.
결론도 없고, 맥빠지기만 하는 이 잡념의 끝에 그저 이런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렇게 경악스러운 말을 내뱉은 전경 엄마들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을거라고.
아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확 깨는 엄마들 지금 현재도 심심찮게 보잖아요?
지하철 의자에 신발신고 올라가 서있는 아이에게 옆사람이 점잖게 타이르면, "남의 아이 왜 기죽이고 난리냐" 큰소리치는 여자.
지나가다 자기 아이가 찬 축구공에 맞아 아파하는 젊은 아가씨에게 "어른이 되어서 왜 그렇게 애 앞에서 아픈 티를 내고 그래요? 우리애가 기가 죽은 표정이잖아요? " 라고 말한다는 여자.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심술맞게 굴고 친구 때려서 선생님이 혼 좀 냈더니, 선생 듣는 앞에서 "엄마가 선생님 때찌해줄께" 말한다는 여자.
가만보니 우리 주변에서도 소소하게 이상한 멘탈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았던겁니다.
그저... 원래부터 그랬던 여자들이 어제 내가 본 전경엄마들 같은 사람이었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차마... 나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싶지조차 않은..... 작위적인 희망.
그러나... 원래부터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널렸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절망.
오늘 하루는 모든걸 잊고 대청소나 할랍니다. 하하~
IP : 211.179.xxx.23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오차즈케
'08.6.26 1:21 PM (121.138.xxx.91)사람이 그렇게 변하지 않습니다.
2. 원글님...
'08.6.26 1:33 PM (58.230.xxx.141)저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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