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내 복실이 이야기

어릴적 친구 조회수 : 385
작성일 : 2008-06-03 22:00:05
몇날며칠을 모니터앞에서 날밤을 지새며 앉아있었더니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무지 아픕니다.

오늘은 특별한 시위도 없고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밀린글 읽고 있는데

저 밑에 어느분이 퍼오신 글중
쥐잡는 끈끈이매트를 청와대에 한박스 보냈다는 글이 있어서
간만에 그들의 황당한 얼굴을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문득
저는 밥을 한그릇 보내고 싶더군요.

이게 좀 잔인한 밥인데...

어릴적 시골마을엔
쥐를 잡자는 포스터 많이 붙어있었지요
얼마전에도 그 포스터 페러디해서
붙여놨다고 올라왔던데
뭐... "쥐는 살찌고 사람은 굶는다"던가?

정말 그 옛날 쥐가
살이 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큰집에 사시는 쥐님과
그 일가족은 요즘 확실히 바쁘긴 해요
곧 차려먹을 진수성찬 생각에 맘이 바빠
남들 태극기보며 애국가부를때
미리 허리띠 풀러놓으며
준비하는 세심함을 잊지 않는다더군요.

어릴적
엄마 아부지는 도시에서 갓난 동생데리고
생활전선에서 바삐 뛰셨지요
대여섯살 먹은 저는
한창 말 안듣고 제멋대로였는지
할매집에 유배당해서
머리하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았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날마다
논에 밭에 엎드려계시다가
해떨어지면 들어오시고...
어린 나는 친구가 없었어요
오로지 온통 하얀털에
눈이 유독 까만 복실이외에는...

날마다 복실이를 들었다 놨다
꼬리를 들고 들어올렸다
귀를 들고 들어올렸다
난리를 쳤는데...

밥도 먹다가 할매 몰래 나눠주고
갈치 꼬랑지라도 굽는 날이면
마루밑 복실이한테
몰래 주느라 정작 나는 별로 먹지못하고...

그리 아끼고 사랑하던
내 친구 복실이가
어느날 내 눈앞에서 주검으로 누워있었지요.

사인은?
쥐잡는다고 할머니가 쥐약을 탄
밥을 부엌근처에 두었는데
갈치도 많이 먹은 내 복실이가
또 밥을 탐하다가 그만...



쥐 끈끈이 보내신 아저씨덕에
옛날 쥐약 탄 밥 몰래 먹다
그만 죽어버린 우리 복실이가
오늘은 참 그립네요.

저는 청와대로
밥이나 한그릇 보내고 싶어요
제발 어서 퍼먹고
가버리라고....


IP : 222.238.xxx.132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6.3 10:10 PM (218.54.xxx.150)

    울집 멍멍이나 야옹이도 쥐약에 희생된 적 있었어요.ㅠㅠ

    어렸을적 생각하면 그녀석들이 지금도 보고 싶긴 해요...

    에휴...옛생각 나니 괜시리 서글퍼지네요...

  • 2. ㅠ.ㅠ
    '08.6.3 10:58 PM (83.78.xxx.76)

    저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적에 키우던 개 세 마리를 다 사고나 병으로 잃었어요.
    슬펐던 마음이 후유증으로 오래 남아서,
    지금도 개를 못 키우겠습니다.

  • 3. 저도..
    '08.6.3 11:58 PM (218.54.xxx.110)

    어릴적에 키우던 강아지 캐치..ㅠㅠ 타지역으로 이사간다고 새끼를 금방 낳은 너를 옆집에 주고 이사가버렸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9393 '나이키 추태' 경기도의원 징계안 부결 3 tmzk 2008/06/03 422
199392 뉴라이트에 대한 글 퍼옴 1 코끼리 2008/06/03 264
199391 우리나라에는 u2같은 가수는 없나요? 9 ... 2008/06/03 577
199390 도시락통 문의합니다!(급식 안 먹일려구요) 6 도시락 2008/06/03 573
199389 제가 마음이 너무 약한가봐요 ㅠ.ㅠ 6 ㅠ.ㅠ 2008/06/03 788
199388 [펌]한우만 먹고 사실건가요? 11 간디 2008/06/03 718
199387 바라는 것이 아니고 이미 끝난듯! 17 게임 오버 2008/06/03 1,289
199386 아프리카 생중계하네요 10 오늘도 무사.. 2008/06/03 605
199385 이상득, 집회 폄하발언 11 냠냠 2008/06/03 697
199384 비록 정리되는 옷, 신발보다 못할지라도... 12 프링지 2008/06/03 959
199383 [펌] 조선일보가...유기농 식품을 넘보는군요.. 5 주의하세요~.. 2008/06/03 479
199382 뉴라이트가 10일 연다는 구국기도회-2004년에 시청에 30만명 왔었습니다! 10 아놔 2008/06/03 745
199381 시아버님과의 통화 4 댕~ 2008/06/03 786
199380 5살아이 변볼때 치질처럼 항문이 밀려나오는데...어떻게.. 3 이런증세 2008/06/03 553
199379 MBC뉴스건 질문입니다. 11 둥이맘 2008/06/03 820
199378 삼양은 짱구요! 8 . 2008/06/03 700
199377 문화일보,국민일보 등다른 신문은 어떤가요? 21 궁금 2008/06/03 622
199376 또 하나 의경.. 물대포 쏜 놈 포착 2 ㅡㅡ 2008/06/03 779
199375 형제는 용감했다. 2 대단하셔 2008/06/03 502
199374 (펌)드디어 찾다 수돗물 민영화, 이상득-코오롱 최근까지 밀착관계 2 코끼리 2008/06/03 346
199373 임산부에게 라면 안좋겠죠? 10 ... 2008/06/03 1,062
199372 안전모 2500원 투표하고 맘에 드시면 주문주세요. 9 지윤 2008/06/03 456
199371 [펌]6.4 재보궐선거 시행되는 52개지역 명단 아는사람이 .. 2008/06/03 181
199370 재협상만 살길이라 그렇게도 말했건만 3 환장하네 쥐.. 2008/06/03 308
199369 지금 kbs1에 시사기획 "쌈" 보세요 6 ... 2008/06/03 1,064
199368 오늘도 무사히... 2 오늘 2008/06/03 177
199367 내 복실이 이야기 3 어릴적 친구.. 2008/06/03 385
199366 기침감기에 좋은 민간요법 아시는분.. 14 임산부 2008/06/03 539
199365 누군가가 죽어주는 것? 26 바라는 게 .. 2008/06/03 1,350
199364 여대생사망설에 대한 정리 (펌) 3 화남 2008/06/03 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