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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학교 커뮤니티에 속속들이 시위하고 돌아온 학생들 후기가 올라오네요...

화이팅 조회수 : 622
작성일 : 2008-06-01 07:38:19
그 중 하나예요. 올라왔을 때 글 제목이 '패잔병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돌아왔다'고...


어제 7시에 시청으로 가서 9시부터하던 도보행진을 참여했어요.
가다가 길이 막히고 또 사람들이 분산되기도 해서 혼란스러웠지만
안국동으로 다시 집결하게 되었어요.
대학 연합에서도 많이 왔었고 정말 사람들 많았답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조중동 찌라시 등등 구호를 외치며 걸어갈 때
전율이 느껴지며 멋지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뭔가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삼청동에 다다라서 전경차가 청와대로 진입하는 길목을 막은 후부터
저는 심한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11시 경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힘내고 있었기에
잘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 했어요. 그 땐 전경들도 별 반응이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1시쯤이었나.. 살수차를 발포하기 시작하면서 부상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살수차 발포하니까 너무 추워졌어요.
저는 물을 많이 맞지 않았는데 갑자기 몸이 너무 추워서
의료봉사단 쪽에 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고막에 물을 맞았다고, 고막 터진듯하다는 남자 분이 봉사단의 손에 이끌려 오시고
여자 분들도 물에 다 젖으셔서 저체온증으로 덜덜 떨고 계시고..
봉사단 쪽에서 시민들에게 덮을 것 없냐고 담요같은것 없냐고 묻자 시민들이 몇 개를 건네주셨고
그렇게 구급차 올 때까지 사람들을 지켰습니다.
전 너무 놀라서 그 여자 분 옆에 앉아서 제가 들고 있던 초의 온기 전해드리면서
제 몸의 온기로라도 좀 나으시길 바라서 손을 맞대고 있었어요.
그렇게 3분 정도가 구급차에 실려가시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부상당하셨습니다.
다리를 다치신 분도 계셨고, 탈진하신 분도 계셨고.ㅠㅠ
봉사단 쪽에서 물을 요구하셔서 제가 들고 있던 생수를 드렸구요
어떤 분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셔서 봉지 있는 사람 있냐그래서
마침 갖고 있던 봉지 전해드리고..

한 번 부상자들을 보게되니 그 쪽에서 쉽게 나올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의료봉사단 쪽과 전경차 있는 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부상자가 생길 때마다 달려가서 의료봉사단을 데려오고 그런 식으로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경찰들 미쳤더군요.
원래 살수차는 공중에만 분사해야하는건데,
처음엔 공중에만 분사하는 듯 하더니 앞 쪽에 있는 사람들한테 직격탄으로 물을 발포하고
그래서 앞 쪽에 있는 사람들 계속 쓰러지게 되고..
가장 무서웠던건 전경차 위에 올라가계셨던 분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 위로 바로 살수를 해서...
그 중 한 분이 바로 실신하셨습니다.ㅠㅠ
봉사단이 바로 달려가서 데려오셨는데..
구급차 실려가실 때까지 제가 곁에서 보았는데 의식이 없으셨어요.ㅠㅠㅠㅠ
그 분 어떻게 되셨을지 너무 걱정됩니다.

계속해서 구급차가 오고가고-
제가 본 부상자 분들만 해도 10명은 넘고
구급차가 끊이지 않았던 점을 생각해보면 몇 십명은 부상당하셨을 듯 합니다.
삼청동(박진 사무소 있는 곳) 쪽의 부상자만 이런 정도였는데
세종로 쪽이나 다른 곳 역시 비슷했을 듯 해서 정말 많은 사람이 다쳤을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ㅠㅠ


그렇게 계속 돌아다니다가 일행에 합류하여서 조금 쉬기도 하고 그랬어요.
시민 분들은 먹을거 사 오셔서 막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시기도 하고
저도 신문지 같은거 들고 다니면서 추위에 떠시는 분들께 드리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서로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뭉클하기도 하면서 가슴아팠어요.

이 분들 이렇게 서로 위하고 있는데, 그리고 정말 우리 아빠, 엄마, 친구, 할아버지- 이런 분들인데
그냥 평범한 시민들이신데... 살수차를 맞고 쓰러지시고 부상당하시고 탈진하시고..
그런 모습들을 보는게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ㅠㅠ
쏟아지는 물로 인해 사람들이 고통받아하는데 저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발만 구르면서 뒤로 물러나 있다가 부상자가 발생하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노력하는 것.
그 외에 정말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너무 힘이 들어서 5시 30분쯤 나왔었는데 그 때부터 저희 있던 곳에 전경 투입되었나봐요.
나오면서 봤을 때 세종로 쪽에서는 살수차 두 대가 직접적으로 사람들한테 물을 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 쪽에서 사람들 몰아가서 마지막에 제가 있었던 삼청동 사람들 쪽엔
특공대도 투입하고 심지어 최류탄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조금 더 늦게 나온 제 친구가 해 준 얘기예요.. 최루탄 조금 맵고 이상한 냄새 났다고.
근데 친구가 있던 곳은 최류탄이 터진 곳과 좀 먼 곳이어서 그나마 나았다는데
가까운 곳에 계셨던 시민분들은 어떠실지 걱정됩니다..


마음이 아파요.
정말 평범한 시민들,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시민들이 전경들의 무력대응에 힘없이 쓰러지게 됩니다..
진중권 교수님도 연행되셨다고 들었고 고 3 학생은 실명했다고 전해들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어야 그 만행을 그만두게 될까요?

시민들을 지켜 줄 사람이 너무 없어요.
예비군 분들은 오늘도 오셨었지만 그 분들도 무기같은거 없으셔서 많이 다치셨다고 들었어요.ㅠ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서야 할 때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민들 외에도 교수님들도 함께,
또 시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어기구라도 마련해 줄 수 있는 업체 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경 투입될 때까지 끝까지 남아있었어야하는건데 미리 나온게 죄스러웠어요..
부상당하시고 다치신 분도 많이 계신데 저는 온전히 빠져나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일행과 함께 걸어나오던 인사동 거리는 고요했습니다.
하늘은 덧없이 맑고 아름다웠구요.
우리의 그런 투쟁들은, 시민의 상처는, 아픔은 지난 밤의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요한 아침이었습니다.
어딘지 우리들은 패잔병의 기분으로 터덜터덜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귓가에는 시민들의 함성이 계속해서 맴돌았습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나라.'

그렇게 우리는, 저는 무기력한 패잔병의 기분을 5월 31일 시위를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저희와 같은 사람이 나오기 전에 이제 전 국민 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에서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 같습니다.

더 이상 우리 가족같은, 이웃같은, 선량한 시민들이 다치길 원치 않습니다.
국민없는 국가는 없습니다. 국민을 죽이는 이명박 정부는 물러나야할 것입니다.
IP : 87.11.xxx.12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6.1 8:03 AM (222.101.xxx.58)

    너무 일찍들어온거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마음이 너무너무 아파요.
    tv에서 무슨뉴스하나 틀어보면 다들 아무일없다는듯 세상은 돌아가고...
    정말 나쁜넘들...
    오늘도 뛰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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