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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두행진후기 - 깔려죽을뻔했어요. ㅡ.ㅡ;;

ⓧPianiste 조회수 : 1,170
작성일 : 2008-05-27 23:06:28
참석하셨던 분들께서 후기 올려주셨고, 다들 아프리카 생중계로 보셨을테니
어제 종로상황에 대해서 아시죠?

전 동화면세점 앞에 앉아있다가 가두행진 참여하려고 청계광장으로 넘어갔는데,
이미들 떠나셨길래 여기저기 연락취해서 기다리다가 종로에서 대치중이란걸 알게됐어요.

제가 어젠가 쓴 글에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행진을 할만큼 하면서 시민들에게 홍보를 하다가,
전경이 눈썹 휘날림서 달려오면 딱 도착하는 순간 "안녕~" 하고 해산하는거.
이게 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을 갖고있기땜...
대치하시는 분들 상태가 어떤지 걱정되서 가서 확인하고는 들어오려구 했어요.

그런데, 도착했을때 미국있는 사촌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

"언니, 지금 전경들이 꼼짝도 못하는 이유가
NHK , AP , CNN 에서 취재와서 그래.
전경애들이 뭐만 쪼끔 하려고 하면 바로 카메라로 찍어댄대!!"

오 마이 갓~

민망하지만(!) 절대로 외신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알려야겠다. 는 생각을 갖고,
외신 빠질때 빠지기로 같이 계신 82쿡 분들과 약속하곤 미치도록 구호를 외쳤어요.

정말 전경들이 뭐만 하려고 하면 꺼져있던 NHK 카메라 조명등이 눈이 부시게 켜지면서 찍어대더군요.
얼마나 든든하던지... ㅠ.ㅠ

몇번을 그러다가 새벽 1시 15분쯤.
미국에 있는 사촌동생과 아프리카로 생중계 보던 친구한테 동시에 문자가 왔습니다.

"언니 진압시작이야! 이젠 집으로!!!!!!!!"
"피해!"

근데요. 구호외치느라 진동으로 된 그 문자를 못본거죠.
아니 정말 순식간에 전경들이 헬멧을 쓰더니만 너무 어이없게도!!!!!!!!!!

NHK 가 찍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진압을 느닷없이 시작한거에요.

갑자기 스크럼을 짜고있던 시민들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어요. 인도쪽으로.
저도 밀리면서 냅다 달렸죠. 근데요.

인도로 넘어가는 난간이 제 키에 비해선 넘 높더라구요.
저는 밀려서 순간 등이 'ㄱ '자로 꺾였었어요. -.ㅡ;;;
어떤 남자분이 그걸보고 지옥같은 순간에도 "괜찮으세요?" 하고 챙겨주시더라는.. ㅠ.ㅠ
(덕분에 지금까지 등이 욱씬욱씬... -_-;;
어제 현장에선 몰랐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아프기 시작하더라구요. )

제 앞에서 사람들이 미친 황소들처럼 그 난간을 넘어가는데...
전 포기했습니다.
"그냥 잡히자" 라는 소리가 머리속에 들렸어요.

저 혼자였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뿐하게 넘었겠죠.
근데, 사람들이 너무 미친듯이 난간을 넘어가서 그 와중에 가냘픈(;;;) 제가 넘는다는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어요.

게다가, 제 앞에서 건장한 아저씨 한분께서 급하게 난간 넘어가시다가 발이 걸려서
땅바닥에 너무 끔찍하게 떨어지시는걸 보고는 순간 판단에 "난 그냥 잡힐랜다" 는 생각이 들었죠.
제 살짝 비싼 카메라는 미친듯이 몰린 사람들 틈에 끼어서 저랑 이별할뻔했는데,
전 그 와중에 "안돼애애~~~ 카메라는 지켜야대!!" 그 생각으로 미친듯이 카메라를 빼냈다는.. -_ㅡ;;

근데요. 그 아비규환에서 남자분들은요.
여자분들부터 먼저 탈출시키려고 자신들은 안빠져나오고 여자분들을 난간위로 넘겨주셨어요. (캐감동)

전 그냥 포기하고 서있었는데요.

제 상황을 정확하게 눈치채신 어떤 아주머니께서 제게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셨어요. 손 붙잡고 빨리 넘어오라고.
순간적인 판단으로 정신 바짝 차려서 그 아주머니 손을 잡고 난간 구멍뚫린곳에 발을 넣어서 난간에 서긴했는데,
넘어서 발을 디딜만한곳이 애매해서 넘어오질 못하고 있는데, 그때 어떤 남자분께서 발을 받아주셔서..

그래서, 전 무사히 탈출했죠.

계속 구호외치는데 자비로 편의점서 생수를 사다가 돌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기 희생해감서 여자분들 먼저 탈출시키려는 남자분들이 계시고,
차도에서 시민들이 얻어맞는걸 본 몇몇분이 돌려졌던 생수통을 던지시는데 다들 말리시면서
"비폭력! 비폭력!!" 을 외치면서 평화시위를 하는 우리들은 정말 멋진 국민들입니다.

80년대에 시위를 정말 많이 했던 친구가 어제 그러더군요.

정말 시민들 대단하다고....

자기들은 화염병을 들던지, 쇠 파이프를 들던지, 아님 각목이라도 글고 싸웠는데,
지금 우리들은 어쩜 이렇게 완전한 무방비인 상태로
여지없이 찍어내리는 방패앞에 촛불만을 들고 설수가 있냐고... 정말 대단하고 멋진 우리들이라고..
IP : 221.151.xxx.20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5.27 11:10 PM (61.255.xxx.253)

    그렇잖아도 피아니스트님 글이 없어서 걱정됐어요.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인도에서 멈춰 계시네요.
    정말 어찌해야 할지..
    저도 피아니스트님 말씀처럼 열심히 가두행진 하다가
    12시좀 넘어서면 바이바이 인사하고 무사히 귀가하셨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 2. 그저그저
    '08.5.27 11:11 PM (125.178.xxx.12)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꼴랑 성금보태는거말고 못하고 있어요.
    저녁밥먹으면서도 왜이리 죄송한지...
    네살아이만 아니면 달려가고 싶어죽겠는데...
    정말 죄송하고 죄송하고 고맙습니다.ㅠ.ㅠ

  • 3. 뿡뿡이
    '08.5.27 11:11 PM (193.51.xxx.203)

    수고 하셨습니다...

  • 4. 근조 ▶◀민주주의
    '08.5.27 11:11 PM (123.111.xxx.193)

    삐아니스뜨님...(불어라고해서리 ㅋㅋㅋ)
    고생 많으셔요

    요즘 이 아줌마 반성 많이 하고 있답니다
    난 저 나이에 조국과 민족을 위해 뭐했나 -_-::

    계속 화이팅!!
    82나사모 화이티~잉~~

  • 5. ㅜ.ㅜ
    '08.5.27 11:13 PM (119.149.xxx.231)

    넘 버거운? 위치에는 있지 마세요
    진압 시작될거 같으면 인도쪽으로 올라와 있으세요.
    저 같으면 그러겠어요, 비겁하죠?ㅠ.ㅠ

  • 6. 근조대한민국
    '08.5.27 11:14 PM (124.54.xxx.47)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ㅠ

  • 7. 정말
    '08.5.27 11:14 PM (122.43.xxx.81)

    어쩜 그럴수 있는지.. 저도 어제 퇴근할려다 자게에 어떤분이 링크 걸어놓으신거 보느라
    맘졸여서 퇴근을 할 수 없었어요..
    진짜루 다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함께 하지 못해도 마음만은 늘 함께라는걸 잊지 말아주시구,,정말 대단하세요..

  • 8. 답답
    '08.5.27 11:15 PM (58.121.xxx.100)

    수고하셨어요...저도 면세점에 있다가... 사람들 놓치고
    뒤늦게 종각갔는데.....끝쪽에 있다가 사람들 연행할때 인도로 빠져나왔어요.어휴...
    아무튼 안그래도 피아니스트님 명동에 있나 걱정했는데....다행이네요.
    오늘 명동은 정말 아닌데..... 쁘락치다 아니다 하는데....명동은 정말 의심스럽네요

  • 9. 구름
    '08.5.27 11:19 PM (58.224.xxx.139)

    수고하셨습니다

  • 10. ⓧhighcrown
    '08.5.27 11:34 PM (81.152.xxx.16)

    님 글을 읽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네요.
    옆에서 작은놈이 빨개진 제 눈을 보면서 엄마 왜그러냐고 쳐다보네요..ㅠ.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정말..
    멀리서 이렇게 수고하신분들 이야기만 듣고 있는게 참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지치지마시고 끝까지 부탁드립니다.
    저도 끝까지 제 힘이 닿는대로 응원 보내드립니다...

  • 11. 아..진짜
    '08.5.28 9:18 AM (59.22.xxx.248)

    지방이라 그런지 너무 조용해요...ㅠㅠ
    컴앞에서밖에 할일이 없는게 미치겠어요..

    힘내세요...

  • 12. ㅠ,ㅠ
    '08.5.28 9:34 AM (211.108.xxx.251)

    부디 몸조심하세요.
    항상 무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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