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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촛불집회에 갔었습니다...

촛불을들어요 조회수 : 526
작성일 : 2008-05-17 14:14:34
지난 수요일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갔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기 전까지는 마음이 좀 불편했었습니다.

부모님이 아시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도 됐고,

무엇보다 ‘집회’ ‘투쟁’ 이런 단어가 낯설기도 했습니다.

전 이때까지 어디서 시위하는거 제대로 구경해본 적도 없거든요;

대학 1학년 때 역사기행 동아리엘 들어갔었는데 선배들이 무슨무슨 집회에 나가자길래

그 동아리 탈퇴했었습니다;;;

정말 그 쪽으론 관심도 없었고 얽히기도 싫었거든요.


부모님도 친구들도 잘했다 했습니다. 그런데 나가면 큰일난다고…

괜히 이상한거 하지 말고 공부나 잘 하라고 했습니다.

안될 일은 뭘 해도 안된다, 정치는 윗사람들이 다 알아서 잘 한다,

‘하라는 공부’나 잘해라… 그런 말을 잘도 믿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수도권 3류대학이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학점에 토익점수도 많이 올렸습니다.

그런데 취업이 안되더군요;;; 지난 2월 졸업했는데 아직 취업 못했습니다 ㅠㅠ

뭐 그래도 별 불만 갖지 않았습니다.


내 노력이 부족했던거라고… 자격증을 딸까, 아니면 빚내서 어학연수라도 다녀올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왜 우리집은 항상 생활비가 모자라서 마이너스 통장을 쓸까,

왜 우리 부모님하고 동생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나,

그런거 단 한번도 사회나 정치 탓으로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사는게 조금 더 나빠져도, 그냥 다들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대선 때는 부모님이 경제 살릴 사람 MB밖에 없다고 하셔서

그냥 별 생각없이 찍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손을 자르고 싶네요 ㅠㅠ)


취업준비 한다고 도서관 다니느라 광우병 얘기도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중앙일보를 봐서… 그냥 고기 수입하나보다 했습니다-_-

나중에 보통고기;가 아닌걸 알고도

솔직히 청계천가서 촛불 들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그냥 마음 속으로 응원해야지 했습니다.

저랑 비슷한 분들 꽤 계실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는 많거든요;

뭐 그런데까지 나가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죠…

그런데 나갔다가 사진이라도 찍혀서 알려지면 어쩌나,

취업에 지장있지는 않을까… 살짝 겁먹기도 했습니다.(지금은 취업생각 뿐이라;;)



그런데 며칠 전에 도서관 다녀오는길에 교복 입은 아이들 한 무리가

피켓이랑 빨간색 전단지 같은걸 들고 가는걸 봤습니다.

죽기 싫어요, 살고 싶어요.

잘 기억 안나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걔들이 노점에서 떡볶이를 사먹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무슨 짓이냐며;; 호통을 치시고

애들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가버리시더군요-_-;;

‘하라는 공부’를 하다 돌아가는 길이어서 그랬는지

뭐라 말할 수 없이 암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어린 애들도 피켓들고 거기로 나오는데

혼자 영어공부하는 제 자신이 우스워보이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취업이 되면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글이 좀 길어지네요; 어쨌든 그래서 저로서는 정말 큰맘 먹고

촛불 문화제엘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투쟁’ ‘불법시위’ 이런 단어와는 너무도 멀어보이는

어린 딸을 안은 아줌마, 중고등학생들, 이런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그냥 광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바보같이… 저는 촛불들고 거리로 나가는걸 굉장히 크게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정말 지나가다 잠깐 들러서 앉아있을 수도 있는… 그런거였는데…

그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도 거의 볼 수가 없던데요…

정말 ‘평화 집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약한 사람들을 만약에 경찰이 어떻게 한다면… 그 다음은 상상도 하기 싫네요.

어쨌든 저는 앞으로도 별 부담없이 계속 나가렵니다.

솔직히 아직도 집에 현수막 같은거 붙일 용기는 없습니다.

그래도 촛불집회는 계속 나갈겁니다.


내가 촛불 하나라도 보태서 무언가 바뀔 수 있다면…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게 세상을 조금씩 바꿀 수 있다면…

처음 집회에 다녀온 이후로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예전에는 그래봤자 바뀌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세상을 한번에 뒤집어엎자는 그런게 아니라

최소한 어린 학생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드는 그런 사회는 아닌 사회,

그런걸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내일도 촛불 들러 나갑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것으로 족하다 생각하시는 분들…

이 글 보시고 많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리로 나가서 촛불 드는 것… 저 같이 아무 생각없는 바보도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일입니다.

언제까지 모니터 앞에만 있을 수 없습니다.



<출처 : dvd프라임>




IP : 118.131.xxx.16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08.5.17 2:19 PM (221.165.xxx.191)

    그게 시작인거죠..두아이엄마인 저는 4번째까지 열나게 가나가 지금은 못가고 있어요..컨디션이 안좋아서..

  • 2. ^-^
    '08.5.17 6:52 PM (58.236.xxx.51)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우리 더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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