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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바이링구알입니다

동탄댁 조회수 : 1,740
작성일 : 2008-04-29 23:22:05
유년기를 유럽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통역대학원에서 통역을 전공했구요

그래서 외국어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전에 인터넷에서 보니 돌 전의 아기들에게도 영어에 자꾸 노출시켜줘야 한다고 하대요

저의 경험으로 미뤄보면 그건 아닌거 같아요

전 5살에 주재원으로 발령난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갔습니다

그때 이미 한글을 쓸줄 알았고 당시 어린이용 잡지인 '엄마랑 아기랑'의 애독자였으니 모국어에 대한 개념도

있을때였죠

5살에 처음 본 서양인들, 처음 들어본 다른 언어..... 외모며, 언어, 환경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진 저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수첩과 연필을 주면서 "니가 유치원에서 들은 말을 발음나는대로 한글로 적어와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집에 와서 아버지가 그 말이 무슨뜻인지 가르쳐주겠다고......

그러나 아이에게 하루아침에 달라진 환경은 우리 아버지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한 한달간은 입을 못뗐지만 한달이 지나면서 한마디 한마디 하게 되었구요 점점 외국어를 그냥 또다른 모국어

정도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에서만큼은 한국어를 하지 못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앉아서 한국어로 막 말하다가 나와서는 다시 독일어로 대화를 했었는데 그건 유치원때 몇달뿐이었고

점차 집에선 한국어, 밖에선 독일어 하는게 생활화 되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모든 엄마들이 영어교육에 열광하지만 영어교육을 철저히 어른의 잣대로 하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언어는 표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데 자꾸만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즉 우리들이 중고등학교때 영어 공부를 했던

것처럼 가르치려 한다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무의식 중에 영어공부를 시키는 중에 영어는 또는 외국어는 한국어와 다르다는 이질감을 먼저 가르치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거 같아요

아이에게 외국어 공부는 그냥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소꿉놀이나 병원놀이랑 동급인데....

그리고 너무 어린 나이에 영어를 가르치진 않아도 충분히 배웁니다

물론 일찍 배우면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지만 어휘력은 많을 수가 없죠

발음 문제 또한 5살에 배워도 발음은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독일어, 영어 모두 가능해요



제가 느꼈던 또다른 점 한가지

하바, 가베(이것도 독일 것 맞죠?) 등등 독일에서 온 좋은 교재들이 많더군요

가격을 보니 30-40만원씩 하더라구요

그 원목교재들은 독일에서도 비싼 교재이니 물건너 오면 더 비싸지는 건 당연한 얘기겠죠?

그런데 실제 독일에서 사는 부모들 중 그걸 사는 제 주변인은 정말 한명도 없었어요

한국에선 그런 교재들을 사지 않으면 죄짓는 부모이거나 무책임한 부모라도 되는 분위기더라구요


저는 현재 첫아이들을(쌍둥이라서..) 임신한 상태라서 요즘 임산출산 카페에 심취해 있는데

카페의 글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낍니다

노래방이 잘 된다 하여 우후죽순으로 노래방들이 생기다가, 오뎅바가 잘된다 하여 오뎅바가 와~하고 우후죽순

으로 생기는 우리나라 생리가 소중한 내아이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더군요

이거 해야 한다 그러면 우~하고 몰려가서 하고, 안하면 뒤쳐지듯 생각하는 분위기...

외국어 교육이나 독일제 수입교재에 관해 쓴글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소한 실제로 조기교육을

통해 바이링구알이 된 저의 경험을 여러분께 알리고 싶었습니다(저를 증인으로)

참고로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4학년때 유학 보내는 것은 -법적인 문제와 별개로 교육적 측면만 고려하여-

아이에게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그 나이때에 습득한 언어는 평생 가는거 같아요

실제로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일제시대에 소학교 다니셨던 분들은 일어를 아직도 하시잖아요

저의 경우도 그 기간에 배웠던 언어인지라 더 오래 가는 것 같아요

2살 터울의 제 동생은 다 잊어먹었습니다 ㅠㅠ


저마다 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냥 제 경험을 토대로 한번 적어봤습니다

IP : 202.136.xxx.21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4.29 11:31 PM (121.135.xxx.223)

    하루키 (별로 안좋아하지만) 가 자기 수필집에 다른 주제로 "문화적 화전농업"이라고 했는데
    그 표현이 딱 맞는 거같아요.
    한군데 논에서 화르르.. 태우고 나서 더 태울 것이 없으면 다른 논에 가서 또 화르르.
    애 교육이고, 옷 유행이고, 사회이슈고 간에 경향자체가 그런 듯해요..

    저도 어렸을 때 외국에서 살았어요. 왔다갔다 합해보니 8~9년.. 이 되네요.
    바이링구얼이라고 하기에는 챙피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는 지장없구요,
    통역대학원은 준비만 하다 머리아파 그만뒀구요 ^^
    원글님 글에 전부 동의하진 않지만 확실히 너무 어릴때 배우는 건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어릴때는 엄마사랑 듬~뿍 받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해야지요. 그것이 최선이에요.

    저는 4학년때부터 중1때 까지 배운 영어로 여지껏 써먹구요, 그 전에 1~2년 외국 살다온건 별로 도움이 안되더군요.
    제 동생도 저보다 어리니까 많이 잊어버리더군요. 중고등학교때 다시 외국나가 그때 따라잡았지요..
    인간의 언어중추가 닫힐때가 10살에서 13살경이라는데 (정확하진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초)
    제 경험상 적기(여기서 적기라 함은 최고의 수고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시기)는 딱 그때인 거 같아요.

  • 2. .
    '08.4.29 11:33 PM (121.135.xxx.223)

    최고의 수고 가 아니라 "최소"의 수고.. 오타에요..

  • 3. ...
    '08.4.29 11:52 PM (80.143.xxx.133)

    님, 반가워요. 우리 딸도 바이링구얼, 아니 3 개국어 합니다.
    독일어, 영어, 한국어.
    학교는 바이링구얼학교 다니니 독일어랑 영어로 수업하고 집에서는 철저하게 한국어 일기도 한국어 쓰죠. 아이가 커 나갈수록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키워 나가는 사춘기가 될수록 모국어의 뿌리가 있는 것이 얼마나 한국어를 쓰는 부모와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갖게 하는지 그리고
    두 문화를 따로 더 잘 이해하게 하는지 몰라요.
    그리고 하바 하하 여기도 그냥 한 두개씩 살 사람만 사는거죠. 여기서도 비싸요. 그거.
    장삿속이 젤 크죠. 그리고 우리나라 유아교육학과도 좀 할일이 많다고 생각해요.

  • 4. ㅎㅁㅎ
    '08.4.29 11:53 PM (222.106.xxx.197)

    저는 이중언어자라기엔 역시 조금 부족하지만
    대학 대학원에서 언어학 전공했어요.
    해당언어 국가로 유학가서 최고학부에서 학위땄고요.
    저도 늘 언어에 관심가지고 있고
    아이를 낳으면서도 아이의 언어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죠.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른데요.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하면
    아이가 덜 스트레스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요.

    우리 아이 돌부터 제가 외국어로 말걸기 했습니다.
    그때에는 한 번 말해주면 그 다음부터 바로 반응이 옵니다.
    그래서 한국어와 외국어의 실력이 같았죠.
    지금은 일반 어린이집에 다니기때문에
    아무래도 한국어가 시간면에서 압도적이기에 외국어 실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어릴때에는 아무 거부없이 바로 받아들이지만
    모국어에 더 익숙해질수록 외국어를 더 거부합니다.

    원글님은 외국어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거부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겠죠.
    저도 아이 데리고 외국에 나가니
    한국에서는 외국어로 잘 말 안하려는 아이가
    거부감 없이 외국어를 따라하더군요.

    '영세 교육의 비밀'이란 책...전체는 아니지만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더 어릴수록 뇌는 열려있는 듯 싶어요.
    특히 외국어.

    하지만,,잘못된 언어교육..주입식..인위적인 교육은 반대입니다.
    그래서 저의 아이도
    그냥 생활속에서 외국어로 대화하기...노래부르며 놀기.외에는
    다른 일절의 인지교육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 5. 저는
    '08.4.30 12:41 AM (124.170.xxx.6)

    원글님 견해에 찬성..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5년살다온 사촌은 바이링구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한동안 안하다가 다시 좀 공부하니 거의 그 수준의 불어 하구요, 반대로 학교에서 글은 배운 적 없는 그 동생은, 현지 살땐 한국말을 못할 정도였다가 귀국 후론 거의 완전히 잊어버려서, 대화 유지할 수준이 못되는데도 불어 말하기에 아무런 두려움이나 거리낌이 없다는 정도에요. 어릴 수록 뇌는 열려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 시기에 외국에 나갈 여건이 안되거나 어차피 한국에서 공부할 거라면 한국어 능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가지 언어를 확실하게 잘 하는게 학습뿐만아니라 다음 언어 습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거든요. 저는 책벌레여서 한국어 능력"만" 좋았어요. 6학년때까진 hello도 몰랐는데, 만 열다섯에 영어권국가가서 사오년 체류 이후로는 사람들 모두 당연히 바이링구얼 또는 내이티브겠거니 짐작할 정도로 언어 자체가 편해졌어요. 오히려 저는 한국어 영어 둘 다 100%가 아닌 것 같아요.. 한국말 하면 편할 때 영어하면 편할 때가 따로 있거든요. 아는 친구는 초등1학년부터 12년간 국제학교 다녔는데, 영어로 의사소통 자유롭고, 그 와중에도 한국말이 자기한텐 어느상황에서도 100% 편하다고 하는데, 전 그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원글님은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떤 언어를 쓰실 건가요?

  • 6. 저는님
    '08.4.30 9:13 AM (211.111.xxx.60)

    말씀 중에...
    아는 친구는 초등1학년부터 12년간 국제학교 다녔는데, 영어로 의사소통 자유롭고, 그 와중에도 한국말이 자기한텐 어느상황에서도 100% 편하다고 하는데, 전 그게 가장 이상적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 의견에 완전 동의합니다.

    그리고, 원글님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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