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봤어요.
기자들 쉽게 글 쓴다는 거는 익히 봐왔던거라 별로 놀랍지도 않지만 이번에 하도 끔찍한 사건을 대하고 보니 또 예의 그 획 휘갈긴듯한 기사나마 인터넷에서 읽게 되는데요 범인에 대해서 거의 항상 나오는 단어가 "사이코패스"더라구요.
그게 남의 아픔에 무감각하고 양심이 마비된 사람이고 그래서 끔찍한 범죄를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치우는 인간이라고 그런 말로 범인을 묘사하더라구요.
근데 어제 제가 생각 해 본 건 그런 게 사이코패스라면 이제까지 역사상 그보다 더한 인간은 쎄고 쎗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데요.
히틀러는 그 보다 더많은 인간들을 지금조차도 사진만으로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잔혹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였으면서도 역시 양심에 가책이나 받았을까요? 전혀 아니죠. 그런 인간은 어디에나 동서를 막론하고 널려 있으니 모택동은 또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였게요. 다들 자기 명분에 따라서 자신의 적이라고 생각되는 대상을 향해서 전혀, 전혀 양심이라는 기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랑스럽게 그런 일을 처리한 인간은 많았다는 거죠. 하다 못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전쟁나면 일단 적이라 생각되면 죽일 수 밖에 없지만 그거 갖고 양심의 가책 어쩌고 하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어요. 그 때는 그게 적어도 자신의 세계안에서는 정당한 거고 명분이 있고 자신의 적이기 때문에 양심이 작동할 이유가 없고 상대방의 아픔과 죽음에 마음이 동할 이유가 없는 거죠.
옛날 유영철 사건때도 그 범인 유영철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불우한 환경에다 종내에는 감옥에 있으면서 이혼 당하고 자식까지 뺏기게 되면서 사회에 대해서 증오심과 복수심을 갖게 됐다는 글을 읽었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 역시도 그래서 자신을 제외한 불특정 다수의 이 사회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래서 없애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기에 전혀 죽이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라든지 그런 건 작동 안 했을 것 같아요.
히틀러도 자신의 애인에게는 너무나 멋진 남자였고 잘 해 줬듯이 그리고 유태인이나 집시들을 생체 실험까지도 하도록 허락했거나 실제로 행했던 그 당시의 KZ 의 의사들도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아빠였고 크리스마쓰 때는 또 전혀 전혀 맘에 꺼리낌 없이 성탄을 축하했다고 하니 상대를 무엇으로 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인간의 행동에 양심이 얼마나 미미한 역할을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걸 모든 사람에게 양심도 없다느니 혹은 양심이 마비됐다는 식의 표현만으로 사이코패스라고 말한다는 건 범인을 이해하는 말로 같다 붙이는 표현으로는 너무 쉬운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영철 역시도 자기 애와 죽일려고 생각했던 마누라는 오히려 마른 김 한 장으로 안주 대신해서 술 마시는 거 보고 불쌍해서 그만 뒀다지요. 결국 그 마누라는 자신의 적이 아니라 생각 했던 거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 하다가 여러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어쨋든 사람 양심이 그리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말하자면 여기 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인터넷에서 받은 불법 복제물 단 한번도 안 보거나 안 이용한 사람 한 사람도 없을 텐데 아니면 하다 못해 학교 다닐 때 책 복사하는 것도 사실 저작권 침해로 그것도 불법이지만 그거 한다고 아무도 자기 양심에 걸리고 못 견디겠다는 사람 하나 없잖아요. 오히려 아마 그래서 책 복사 못하고 아니면 인터넷에서 원하는 거 내려 못 받겠다고 하는 사람을 다 이상하게 볼테죠.
이럴 때 보면 양심에 호소하는 종교나 또는 현명한 생각인 철학에 호소했던 사람들보다 모든 걸 법으로 규제했던 과거의 로마인들이 참 현명했단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어떤 이해하기 어려운 끔찍하고 흉악한 범죄자를 묘사할 때 사이코패스 어쩌고 하면서 양심이 마비되고 라고 표현하는데 그것도 그다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다 다를 수 있는 양심이 어떻게 내 양심이 네 양심과 같다고 가정하고 말하는 건지 그것부터 범인을 인식하는 방법이 잘못됐단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런 얘기하면 또 그런 얘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안되고 불우하다고 해서 누구나 다 유영철이나 이번 범인 정모씨처럼 되지는 않는다고. 그 말은 맞지요. 근데 그건 또 달리 말하면 다 혁명의 시대가 됐다고 해서 모택동이 되지는 않고 히틀러가 되지는 않는다구요. 그건 말 그대로 얼마나 자신의 적이라고 내지는 없어져야 할 대상이라고 설정한 것을 간크게 내지는 철저하게 행동에 옮걌느냐의 문제니까 그건 사람의 성향 내지는 타입의 문제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좀 더 다르게 말하면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철저하게 행동에 옮기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고나 할까요.
근데 이렇게 보기 시작하니까 세상의 많은 사람들 하물며 예수 옆에서 같이 십자가를 지고 죽은 바라바도 - 사실 바라바는 한글 성경에는 강도로 나오지만 강도가 아니고 일종의 우리식으로 보자면 안중근 의사같은 사람이었거든요. 유대를 당시의 대제국 로마의 식민지 상태로부터 독립시키고자 한. 그리고 당시 십자가 형은 일반 강도같은 죄수가 아니라 정치범이 받던 형벌이었으니까 더욱 바라바가 생계형 강도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데요 -
많은 사람을 죽였다 해도 그 사람도 역시 무슨 양심의 가책을 받았겠으며 옆에 예수가 있었다 한들 양심이
움직여서 천국을 소원하고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쨋든 그래서 제 말의 요지는 사이코패스 어쩌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까 그런 흉악범을 설명할 때 그런 단어로 설명하고 묘사해서는 그런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인간은 누구나 다 그런 식의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으니 - 왜냐면 각자의 양심이 제 각기 다른 상황과 욕심 이익 앞에서 어느 정도 까지 그리고 얼마만큼이나 작동할 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 그런 거 보단 차라리 법이 좀 더 그런 사람의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수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강력한 법집행과 거기서 나오는 여러 가지 권리의 박탈 - 신체, 자유를 막론하고 - 이 갖는 강제성과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이 훨씬 더 인간의 행동을 강제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 어젯밤에는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남편과 주거니 받거니 해서 전체가 하나의 생각속에서 일관성을 갖고 있었는데 글로 쓰니까 좀 허술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쨋든 끔찍한 사건을 보며 느낀 저의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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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사이코패스 운운 하길래
인간은 뭘까 조회수 : 1,088
작성일 : 2008-03-19 19:41:43
IP : 80.143.xxx.18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흠..
'08.3.19 7:45 PM (125.191.xxx.70)외국성경에는 그럼 바라바를 어케 묘사하고 있는지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궁금해서요.
2. 인간은 뭘까
'08.3.19 8:06 PM (80.143.xxx.180)외국 성격에도 물론 강도라는 뜻으로 되어 있어요.
근데 그 강도라는 단어의 뜻이 지금 의미하듯 그런 강도가 아니라 그 당시에는 정치범을 의미했다는 거죠. 단지 단어만 봐서 그런 걸 아는 건 아니구요 당시의 십자가형은 정치범한테 주어지던 로마식 형벌이었답니다. 만약 유대식으로 했더라면 그냥 돌로 쳐죽이지 그렇게 십자가에 매달지 않죠.3. 정치범
'08.3.19 11:32 PM (211.176.xxx.67)정치범으로 기소된겁니다. 예수님도
로마식민지에서 유대인을 선동한 격으로 . 허나. 실상은 유대원로들이 찔러 넣은거지요
게다가 바라바도 정치범입니다
윗 님 말씀하듯 그 형벌은 정치범에게 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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