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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글 싫어하시는 분은 패쓰!) 아마추어리즘이란?....^^
Crete 조회수 : 196
작성일 : 2008-02-15 18:20:09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경제협력 양해각서 체결 비판
사실 올 상반기까지는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경제나 외교 분야 공격을 가능하면 자제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원칙이었습니다. 취임 초의 허니문이니 뭐니 이런 것 보다는, 일단 국민 다수의 투표
로 선출된 국가 원수로서 정통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고, 무엇보다 일단 의욕을 가지고
실행하는 일은 국민들이 모두 마음을 합쳐 최상의 결과가 나오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
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이런 제 신념에 엄청난 도전을 받았습니다.
발렌타인데이에 이명박 당선자가 쿠르드 자치정부의 바르자니 총리와 악수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날 쿠르드 지방의 바지안 광구 추가 확보를 포함해서 사회간접자본
건설 분야에까지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그 동안 계속 죽만 쓰던 이명박 진영에서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딱 맞는 ‘한껀’을 했다고 좋아하겠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랍니다.
이명박씨의 최대 약점이 국제 외교라고 하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명박씨와 그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집권 경험 부족과 자질 부족이 진짜 문제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이명박이란 개인의 철학 부재와 인성 부족이
더해진 것이고요.
제가 예전에 지적한 대로 이명박 당선자의 철학 부재와 인성 부족 외에도 이명박 당선자 주변에
국제적 감각을 가진 인물이 도대체 없다는 문제가 늘 염려가 됐었는데……
드디어 제대로 대형 사고를 터뜨리고 말았네요.
(1)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중앙정부의 갈등
일단 국제 정세, 그 중에서도 중동 정세에 눈곱만한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중앙정부 사이에 석유를 둘러싼 갈등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영어가 좀 되시는 분들은 google.com에 ‘kurd, iraq, oil’ 딱 이렇게 3 단어만 넣고 검색을 해 보세요.
이코노미스트, BBC, 파이낸셜 타임즈, 영문판 알자지라, 가디언, 타임즈… 수도 없이 많은 외신들에서
그 동안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사이에 외국 회사에 석유 채굴권을 분배하는 문제로 티격
태격한 내용을 얼마나 오래 전부터 보도했나 하는 것이 끝없이 나옵니다.
작년 11월에 SK에너지와 석유공사 그리고 몇몇 국내 기업이 컨소시엄을 결성해서 이미 쿠르드 지방정부와
어제 이야기가 나온 바지안 광구에 대해 생산물 분배 계약을 맺었었죠.
한창 이라크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간에 석유 분배권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한복판에
한국 기업 몇 군데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별동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온 겁니다.
당연히 이라크 중앙정부는 열을 받을 대로 받아 1차로 SK에너지에 구두 경고를 한 뒤, 올해 1월부터
실력행사에 나서서 당시 계약의 당사자인 SK에너지에 원유 공급을 중단해 버렸답니다.
아마 경제 신문을 중심으로 올해 1월 30일에 일부 보도가 됐을 겁니다. 덕분에 SK 에너지는 졸지에
훨씬 비싼 값으로 현물시장에서 부족분을 사다가 메우느라 고생을 하고 있고요.
현재는 여기까지 진행되어 있지만 이라크 중앙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쿠르드 지역에서
석유개발 사업을 지속하면 아예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수출 자체를 통째로 중단하겠다고 이미 경고
해 놓은 상태입니다.
자~~ SK에너지 한 회사가 이라크 중앙정부에 물 먹은 것도 부족해서 우리나라 전체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면 당장 우리나라 일년 도입 물량의 5% 이상이 빵꾸가 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차기 정부의 지도자라는 양반이 덜컥 쿠르드 자치정부의 총리를 불러다가
추가로 대대적인 석유개발 사업 확대에 더해 사회간접자본 투자까지 패키지로 체결해 버렸습니다.
저렇게 사진까지 떡 하니 찍어서 말이죠.
저 사진과 계약 내용을 본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응은 안 봐도 비디오죠. 이제 우리 기업들이 당분간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좋은 대접 받기는 글렀다고 봐야죠. 조만간 우리나라 전체로의 원유 수출을
중단해 버리겠다는 통보가 와도 전혀 놀랄 상황이 아니란 말씀입니다.
(물론 그런 막장 상태가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그리고 가능성이 거의 0% 이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모든 일이 잘 진행이 되어서
석유를 퍼내게 된다고 해 보죠. 이라크 중앙정부가 반대한 일에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의 송유관을
이용할 수는 없을 테고……
원래 이라크 내륙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나갈 수 있는 길은 크게 3군데 정도입니다.
(1) 이라크 전략 송유관을 거처 걸프만과 연결된 바스라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되거나,
(2) 시리아-요르단 송유관 경로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3) 터키를 경유하는 송유관을 이용하게 되죠.
그럼 일단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의 남쪽 통로와 시리아-요르단 송유관을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 되고,
결국 터키 경유 송유관이 남는군요.
이제 쿠르드 자치정부와 터키와의 관계를 한번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쿠르드 자치정부와 터키의 갈등
터키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관계는 한마디로 하자면, 앙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쿠르드족이 이라크, 터키 이란에 걸쳐 넓게 흩어져 사는데, 인구는 제법 규모가 되고 반면에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며, 중앙정부에 전혀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그 동안 많은 박해를
받고 살아왔죠. 그러니 독립에 대한 소망이 큰데 반면에 터키, 이란,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이들이 독립하여 자신들을 위협하면 어쩌나 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답니다.
그런데 미국 주도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시작되고 물 만난 고기처럼 이라크내의 쿠르드족은
열심히 미군에 협조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비율에 비해 현재 이라크 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죠. 물론 이런 이라크 영내의 쿠르드족의 영향력 확대는 이라크 내부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쿠르드족 탄압에 앞장서온 터키의 신경을 엄청나게 자극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더군다나 이라크 북부에서 자치권을 획득한 쿠르드족 중에 일부 정파는 터키내의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을 공공연히 지원하여 얼마 전에는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 영내에 군사작전을
전개하기도 했죠.
즉 터키는 쿠르드족이 이라크 중앙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국가로 독립하기를 절대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 외국 회사나 정부가 공공연히 쿠르드 자치정부의 재정에 막대한
도움이 될 개별적 원유 채굴권 확보를 추진한다면, 이를 곱게 볼 이유가 없죠.
그리고 그 일이 어렵사리 추진이 된다고 해도, 쿠르드 자치정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자신의
영토를 경유하는 송유관을 열어줄 이유도 없습니다. 막말로 터키 의회 자체가 쿠르드 반군 진압을
위해 이라크 북부에 대한 군사작전을 승인할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운데 한가하게 이들 쿠르드족의
경제적 유익을 높여 줄 송유관 통과를 터키 정부가 승인해 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와 터키의 관계도 잠깐 살펴 보겠습니다.
역대 정권의 군사력 강화 노력의 결과 우리군에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이
군침을 삼킬만한 우수한 무기들을 자력으로 많이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무기들은 성능이
우수한 반면 아직은 국제 무기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해외 수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걸 극복하게 해 준 대표적인 나라가 터키입니다.
우리가 터키에 수출하거나 수출 계약이 성사된 대표적인 것들이 K-9 자주포와 XK-2 흑표 차기 전차 등을
들 수 있죠. 이외에도 KT-1 훈련기도 55대나 수출하고 말입니다. 특히나 XK-2의 경우 겨우 우리나라는
시제품이 나온 상태였는데, 외국의 유수업체를 제치고 터키에 수출 계약을 성공한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의 우리 무기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터키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
국가가 우리 무기를 선정해줬다는 건 앞으로 우리 무기의 해외진출에 거의 무한한 도움이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무기 수출의 결정은 아주 미묘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그 결정이 바뀌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차기 전차 흑표의 경우도 K-9 자주포 수출 시 보여준 우리 기술진의 꾸준한 기술 지도와 애프터 서비스에
터키 국방부 관계자들이 아주 만족한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런데…..
여기에 이명박 당선자 측의 쿠르드 자치정부 손들어 주기가 시작된 겁니다.
지난 수십 년간 친미 외교에 앞장 선 덕분에 중동 지역 내에 변변히 친하게 지내는 나라 하나 없던 우리가
우수한 군사기술력과 지난 10여 년간의 외교 다변화 정책에 힘입어 이제 겨우 터키 정도의 우방국을 중동
지방에 하나 만들어 놨습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의 저 닭대가리 수준의 국제 감각으로 돈만 앞장 세웠을 때, 터키와 관계가 한 순간에
나빠지고 무기 수출을 포함한 경제 관계가 손상되는 건 일도 아닙니다.
(3) 결론
올 한해 의욕은 많은데 비해,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높은 환경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갈 길에
가장 큰 걸림돌이 물가 문제입니다. 특히나 엄청난 수준으로 뛰어 버린 국제 석유 가격이 우리나라
경제 안정에 큰 부정적 작용을 할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한두 명이 아니죠.
가격도 가격이지만 안정적 수급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어제 이명박 당선자 측이 저지른 저 일은 단순히 아마추어 정도가 아니라, 국제란에 올라오는 기사를
전혀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자해를 일삼는 정치 집단의 망발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저 질 낮은 국제 감각은 고스란히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길 겁니다. 차라리 삽질을 하면 삽이라도 팔아 먹지, 이건 얻는 것 하나 없이 기존의 동맹국에
돌팔매질을 한 격이니……
주변의 중국 같은 경우 쓸개도 다 빼어 놓고 에너지 확보를 위해 북극으로 아프리카로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새로 정권을 잡은 집단은 눈 앞의 작은 콩고물에 현혹되어서 우리의 전략적 요충지에 똥물을
퍼다 붇는 대삽질을 저렇게 백주 대낮에 광고하듯이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제 이라크와 터키 정부의 반발을 어찌 주워 담을지…… 정말 막막하네요……
아마추어 아마추어… 설마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사족: 전 개인적으로 쿠르드족에 대한 동정심이 많습니다.
우리 민족 역시 주변 강대국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 힘든 시절을 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가능하다면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쿠르드 민족이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정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 측이 그런 고도의
쿠르드 민족 독립성 확보라는 윤리적인 가치관을 이유로 이번 일을 추진한 것 같지는 않네요.
아마 돈이 된다니 앞뒤 따져보지 않고 어설픈 중재자 꾀임에 넘어가 덥석 패를 물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일이 더 반복이 될는지……-.-;;;
IP : 121.187.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2.15 6:32 PM (202.30.xxx.28)옆에서 직언 하는 사람은 진정 없는걸까요
2. 휴..
'08.2.15 6:58 PM (121.168.xxx.38)어제 뉴스에서도 간단한문제가 아니라고 한 멘트뒤에
또 엄청난 일이 도사리고 있겠구나
짐작하고 있었지요.3. .....
'08.2.17 1:30 AM (122.43.xxx.92)아무리 눈감고 귀막아도...
이명박이 하는 이런 일이 정말 안보이고 안들려서 지지하는건지.....
갈수록 속이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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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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