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껍데기의 추억
해변의 모래언덕에 소라껍데기 하나가 외롭게 앉아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겐 사랑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소라게라는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활달했고, 유머가 있어서 언제나 소라껍데기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소라껍데기는 욕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도 다른 소라껍데기들처럼 아름다운 파도소리를 갖고 싶어.’
그때부터 소라껍데기는 우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라게가 아름다운 산호숲을 구경시켜주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화만 낼 뿐이었습니다.
“이젠 너도 지긋지긋해!”
소라껍데기의 마음을 읽은 소라게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장 갈 곳도 없을 뿐만 아니라 소라껍데기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라게는 결심했습니다.
‘그녀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결국 소라게는 떠났고, 소라껍데기는 아름다운 파도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그녀는 행복했습니다. 바닷가에 놀러온 연인들이 자신을 귀에 대고 사랑을 속삭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이었습니다. 스스로 바다로 나갈 수 없는 소라껍데기는 정들었던 친구들을 만날 수도 없었고, 바다숲의 아름다운 사계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연인들이 자신을 모래 언덕에 내팽개치고 떠나버린 후에는 아무도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소라껍데기는 소라게가 미치도록 그리웠지만, 그는 이미 갈매기의 밥이 된 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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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름답지 않다.
우리의 머리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잊기 쉽지만
슬프고 상처받은 날들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가슴은 다르다.
생채기가 난 사연들도 가슴에 닿으면
하늘빛 영상이 되어 간직된다.
한때의 슬픈 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마음이 아프다면
뜨거운 가슴으로 생각해라.
소라껍데기가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푸른 파도소리처럼
잔잔한 그리움이 밀려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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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소라껍데기의 추억
창문 조회수 : 201
작성일 : 2007-10-23 22: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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