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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무 바보같아요

세상에 조회수 : 1,364
작성일 : 2007-03-06 19:09:58

얼마전 수퍼에서 유기농 쌀을 샀어요 10킬로에 4만원 가까이 하더군요

밥을 해봤는데 이상한 겨 같은게 자꾸 물위로 뜨고, 중간중간 검은 쌀도 보였지만

괜찮겠지 하고 계속 먹었어요

오늘 수퍼에 들렀다가 그 쌀이 있길래 직원한테 왜 그런 일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저희집에 들러서 한번 보시겠대요

잠시 후 와서 보고 확인을 하시더니 남아있는 쌀이 2킬로밖에 안되어서 좀 곤란하지만

일단 새로운 쌀을 놓고 가시겠다고 하더군요

그러지말고 남은 분량의 쌀만 교환해달라고 했더니 그냥 두고 가시겠대요

그리고 곧 그 수퍼의 다른 직원에게서 전화를 받았어요

쌀이 이상하면 바로 얘기를 하지 한참 먹다가 이러면 어떡하냐고, 어떻게 2킬로 남은걸

10킬로로 바꾸냐고 비난조로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직원들하고 의논해보고 전화한다고 끊겠다고 하면서 먼저 끊었어요

기다려도 전화가 안와서 다시 걸었더니 점장이 받으시더라구요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그냥 드시라고 직원 교육 다시 시키겠다고 하는데

그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너무 자존심이 상함에도 불구하고 울먹거리며

다시 쌀을 가져가라고 했어요

몇번을 그냥 드시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쌀을 가족에겐 먹일 수 없다고

사정을 드렸더니 알았다고 하시며, 한참뒤 다시 가지고 가셨어요

직원이 그렇게 말한것도 저는 다 이해가 되구요, 점장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어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건 제 태도예요, 어떻게 그렇게 감정적으로 줄줄 눈물을

흘렸는지 제자신에게 부끄러워서 견딜수가 없어요

처음부터 이상했으면 바로 가서 얘기를 하던지 아님 차라리 가만있기나 하던지

왜 오늘 그런 얘길 꺼내서 모욕감에 시달리는지 참 한심하네요

이제 남부끄러워서 그 수퍼를 이용할 수도 없으니 저만 더 불편하게 되었고

아이앞에서 엉엉 울었으니 창피하고, 저는 정말 너무 바보같아요

너무 슬퍼서 지금도 마음이 안좋아요
IP : 218.50.xxx.36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3.6 7:24 PM (211.193.xxx.154)

    그렇게 아줌마가 되어가는거랍니다
    살면서 억울한일도 당해보고 부당한 대우도 당하면서 점점 단단해지고 굳어지는거지요
    아마 십년쯤 후에는 당장 뛰어가 "점장누구야? 당장나와!!" 소리라도 지를수 있게될지 어떻게 알겠어요 ㅎ
    내 가족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아줌마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화이팅!!

  • 2. 세상에
    '07.3.6 8:29 PM (218.50.xxx.36)

    답글 달아주신 님 정말 크게 위로가 되네요, 이번에 저도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뭔가 미심쩍은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다른 사람들하고 상대할때도
    좀더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해야하는 것도요, 정말 감사합니다

  • 3. 세상에나
    '07.3.6 9:27 PM (218.236.xxx.97)

    어이쿠 참 기가 막힌 일이네요.
    유기농 쌀을 먹는 이유가 농약 조금 덜 먹으려는건데 오히려 상한 쌀을 드셨네요.
    원글님 같은분을 만났으니 그렇지 다른사람 같았으면 벌써 큰소리 났을텐데
    그 수퍼분들 참 물정도 모르십니다.
    그 수퍼를 피해가시지말고 한번 일부러라도 들러서 그 쌀 보러오셨던 분께 말하세요.
    나는 서로 피해없이 조용히 하려고 했던건데 오히려 나한테 이렇게 하시다니요..제가 뭘 잘못했나요?
    상한 쌀 팔아놓고 그렇게 몰염치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다니 내가 그깟 쌀 몇키로 더 먹자고 그런줄 아세요?
    이 수퍼를 믿고 설마 상한걸까..했던 나도 바보지만 사람 그런식으로 몰아부치는거 아닙니다!하고
    그 불친절한 점원에게 사과를 받으세요.(또 눈물이 나오려거든 꾹! 참으셔요~)
    그 점원이 사과를 하거든 웃고 나오세요..그래야 다음에 그 수퍼에 또 갈 수 있어요.
    불친절해서 일부러 안가신다면 모르지만 가까운 유기농 매장이라 필요하다면 계속 다녀야하잖아요.

  • 4. ..
    '07.3.6 9:53 PM (220.76.xxx.115)

    에구 저런저런 토닥토닥

    전 제 얘기인 줄 알고..
    저도 참 비싼 수업료 내고 인생 살고 있거든요
    저야 그렇다 쳐도
    불쌍한 울 딸 엄마 덕에 같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삽니다 ㅠㅠ

    그럴 땐 친정이나 시댁이나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는 어른이랑 가까이 있는 집이
    부러워요
    전 제가 혼자 알아서 해야하니...

    근데 그 수퍼 동네일텐데 장사 그리 하면 곤란할텐데..
    유기농이라면 일반미보다 관리 더 신경써야하는데
    하자 있는 물건을 팔아놓고
    마치 일부러 다 먹고 조금 남긴 후 문제 일으킨 일부 몰염치한 사람으로 몰아부치면
    안 되지요
    동네 입소문이 얼마나 중요한데 ..

    전 아직도 가끔 남편한테 물어봐요
    내가 그리 어리버리해보이냐구 ..
    참 쉽게 넘기는 사람들도 웃기고
    그리 당하고도 또 당하는 나도 웃기고 ..

  • 5. 세상에
    '07.3.6 11:14 PM (218.50.xxx.36)

    여러분의 위로글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풀렸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남들한테 만만하게 보이는 저한테도 문제가 있을거예요
    덕분에 인생공부했다고 생각해야죠뭐...좋은밤 되시길 바래요

  • 6. 다음부턴
    '07.3.6 11:17 PM (220.76.xxx.172)

    목소리톤 낮추시고 조근조근 말씀하세요.
    저도 흥분하면 목소리가 떨려서 무지 쪽팔렸는데 쉼호흡 한번 하고 조곤조곤 말하는
    습관을 들였더니 고쳐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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