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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분가할때 이야기가 생각나서요.

새삼스럽게 조회수 : 537
작성일 : 2006-09-18 23:04:25
ㅎㅎㅎ
이젠 웃으며 말하곤 합니다만 당시엔 정말 서글펐고 눈물났지요 ㅎㅎ
살.돋에 케로로님이 시어머님께 분가할때 받아나온 칼얘기 있지요.
그거 읽다가 생각이 나서리...

전 결혼후 바로 시댁에 들어가 살았어요.
그때 부모님은 다른 동네서 목욕탕을 하셨지요.
그 목욕탕에 살림집이 있어서 새벽에 바로 일어나 문열기가 좋았어요.
아뭏든 부모님은 거기서 사시고
원래 시댁은 저희 부부와 돌아온 싱글 손위 시누이가 살았지요.
그래서 저희 방 가구 빼고는 살림을 거의 안샀어요. 어머니 농지기 이불 대신
그때 막 뜨기 시작한 김치냉장고만 사왔지요.

그렇게 3년인가 살다가 목욕탕을 접으신 부모님이 다시 들어오셔서 3년을 더 살고
작년 7월에 분가해 나왔답니다.

글케 심하게 시집살이 시키시는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어찌 친정만큼 편하기야 하겠어요.
언젠가 시아버님 흉보느라 자게에 올린적이 있는 얘기인데
1년 365일을 거실에서 주무시는 시아버님때문에 화장실쓰는거며 잠자는거며
여름에 문도 못열어두고 더워도 꼭꼭 싸매고 열대야를 살았지요. 울 시아버님은
팬티바람으로 거실을 활보하시고 ㅜㅜ

암튼 그리살다가 분가를 하게 되었는데 당연 시집올땐 안했으므로 제가 필요한
살림을 사야했지요. 그런데... 별로 안샀어요.
세탁기, 전기밥솥, 렌지빼고는 전부 집에서 들고 나왔어요.
아 식기들은 결혼전에 사뒀다가 안가져갔던거 친정에서 싸왔네요. 유행도 한참 지난거
돈 아낀다고... 돈은 얼마 안들었는데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쌀통하라고 주신 통은 너무 컸어요. 넘 커서 어머니도 자리차지한다고 구박하시던거
우리차지 됐구요. 욕실 물받이용 들통은 그해 마늘장아찌 담궜던 통이라 냄새가
정말이지 심했지요. 오죽하면 울 아들이 세수할때마다 이상하게 마늘냄새가 난다고 해서
씁쓸히 웃었답니다. 칼은 칼끝이 부러진 무딘 식칼,,, 물론 안쓰던거...
돌아온 싱글 시누이가 다시 가져온 냄비들 다 가져가라기에 제꺼 있어요 하고는 두고 왔고
냉장고도 양문형 냉장고 사면서 천덕꾸러기 된거 가져왔고 청소기는 사망직전의 것이었고
등등등.... 가장 압권은 봉지봉지 쓰다만 오래된 가루들, 조미료들, 끝이 탄 튀김젓가락,
역시 끝이 탄 뒤집게... 그리고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시장에서 물건살때 담아온 봉다리뭉치들
꽁꽁 압축시켜서 거의 대형 수박만한 덩어리가 튀어나왔을때는 아예 웃음이 나왔답니다.
나혼자 미친년처럼 웃어댔어요.

그래도 우리끼리 나와사니까 좋대요. 너무 좋았어요. 좁은 집에 난민처럼 애들과 뒹굴며 살고
있지만 지금도 맘편하고 너무 좋습니다. 신혼초 같이 살던 경험때문에 부모님 모시고 사는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잘 알게 됐고 지금도 그러고 계신분들 존경해요

그러다 얼마안있어 시댁에 갔었는데 저녁먹을 시간이었죠. 밥차리려고 주방에 갔는데
세상에... 까~알끔하게 정리되어 있는거있죠. 필요없는거 전부 절 주셨으니 얼마나 깔끔해졌겠어요
게다가 제게 주신거 대신에 새로 장만하신 살림살이들...

그랬던거에요. 버리긴 아깝고 갖고 있자니 귀찮은것들, 새로 사자니 쓰던게 있고, 그래서 아버님이
안사주셨던것들,,, 모두 해결하신거 있죠 울엄니... 봉다리까지...
저에게 그동안 큰딸 시집보내며 얼마들고 나중에 집살때 얼마 주시고
작은딸 첫시집 보내며 얼마들고 나중에 또 가게되면 그정도 들어야될테고
구구절절 제가 다 들었는데... 딸하고 며느리는 틀린거죠.
작년 그때 한참동안 저 정말 우울했어요. 저희 엄니가 다시 보이고 서운했지요.
원래 자잘한걸로 며느리 시집살이 시키시는 분은 아녜요. 아버지가 그러시지...
근데 그렇게 서운하더라구요. 어머님 성격이 단촐한걸 좋아하시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제게 좀 심하셨던거 맞지요?

지금은 웃으며 얘기합니다. 어머니는 모르실거예요. 제가 작년여름 한동안을 슬프게 보냈다는걸...

전 나중에 혹시 며느리랑 살다가 분가시키더라도 이렇게 안할래요. 얼마간 살림사라고 줄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제가 정말 아끼고 며느리가 갖고 싶어하는것만 줄래요.
옛날 생각나서 잠안자고 끄적여봤어요.
IP : 125.189.xxx.7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을 보니
    '06.9.19 1:41 AM (222.239.xxx.173)

    님 정말 얼마나 마음 아팠고 선한 분인지 느껴지네요..

    다 지난 일이니까요..
    이제 더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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