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그사람을 좋아한건 아닌데..

비오는날 조회수 : 2,313
작성일 : 2006-07-05 15:11:43
결혼전에 학원다닐때
그룹모임을 가졌더랬어요

몇번 맥주도 마시고 하면서 안면익히는 정도로 친해졌는데
어떤 남자가 절 좋아했다고
4개월 전부터 혼자서 좋아했다고 느닷없이 고백하더라구요

그 사람을 좋아한건 아닌데
괜스리 우쭐해지는
그런 감정은 생기더라구요

저는...
남친이 있었고
그 남자에게는 전혀 곁을 주지 않았더랬지요

어느날
저랑 친하게 지내던 후배하나가 와서는
아이씨~ 그 오빠 이상해
맨날 나한테 만나자고
비싼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하더니
언니 얘기만 물어보잖아.. 머야.. 정말..

언니 그 오빠 정말 관심없어?
어디어디 있는 빌딩있지?
거기 아들이야...

그때는 그런게 하나두 와 닿지 않았더랬어요
참 별꼴이다

돈많아 좋겠다...
그냥 이정도로 생각했을까....?

언젠가 집에 가려고 정류장에 서있는데 막 뛰어오던 그 남자
빨개진 얼굴로 불쑥 나에게 내민 것은

껌.... 이었답니다
ㅋㅋㅋㅋ

이거 씹으세요..
하고 돌아서던..
풋..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좋았네요
에혀....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을때
한번만 만나달라던 그 남자

정말정말정말 다시 볼 기회는 없냐며
진짜진짜진짜 잘해줄 자신있다며
왜....
자기에게 곁을 주지 않냐며..
세상에 대한 자신감으로 살았는데
이제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다면...
당신 곁에 갈 수없는 부족한 자신을 탓하며 살게 될거라는...

덧붙여서 뜬금없이

저희집은 제사가 없거든요?

ㅋㅋㅋ
그때는 피식 웃었답니다

이게 도대체 먼소리래.. 속으로 이랬지요

자기 엄마는 여자들이 시집와서 시댁일 하는거 말도 안된다 생각하셔서
집안 제사를 다 절에다 모셨고
당신도 시댁제사를 안지내기 때문에
당연히 며느리도 제사없고
시댁스트레스 걱정안해도 될거라는 말이었어요

어린 나에게 그런 말은 그냥..
정말 뜬금없는 소리하네... 이정도로 받아들여졌답니다

그 사람 말이..
나에대한 마음이 진심일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곁을 주지 않았고
그렇게 그 인연이 끝이 났지요

그리고 나서..

지난 겨울에 후배가 느닷없이 그 사람 소식을 전해주네요
사법시험 붙어서 연수원에 있다고
아직도 내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결혼한 소식도 알고 있더라는...

머랄까..
그 사람을 좋아하는건 아닌데
그저
누군가의 기억속에 아름답게 그려져 있을 내가..
기분이 나쁘진 않았죠
그냥
나두 꽤 괜찮은 여자였나?
혼자 생각하며
으흠~~

휴..

결혼하고 나니 그때 그사람이 말했던 그 뜬금없는 대사들이 맘에 와 닿네요
결혼한 여자의 시댁일이란거...

제사가 열번이 넘고

평생.... 의리를 지켜 당신에게 잘하라는 시부모님..

여자는 시댁이 우선이어야 한다며..

너는 팔자에 내 아들 쫒아다니게 되어있어..

너 시집 잘와서 좋겠다...

이런 소리 들으며 살게될줄은 몰랐는데...

아하하하...

뭐 사는게 다 그렇겠죠..

그 사람이 보고싶은건 전혀 아니고

다만.... 스무살에 한남자를 만나 아직도 사랑한다 생각하며 살고 있는 내가...

조금은 미련스러웠던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나

시동생 배고프다며

밤늦게 나더러 밥하라는 시어머니를 보면

아주 지겹지요...




IP : 61.85.xxx.221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게
    '06.7.5 3:13 PM (222.108.xxx.94)

    인연이겠지요......

  • 2. 비가 오네요
    '06.7.5 3:15 PM (202.30.xxx.28)

    덩달아 저도 회상에 젖습니다

  • 3. ...
    '06.7.5 3:16 PM (202.4.xxx.67)

    한 사람에게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계신 님이 부럽네요...
    혹시 그 남자를 차버리고 후회하시는건 아니시죠?...^^

  • 4. 아깝지만
    '06.7.5 3:17 PM (124.59.xxx.77)

    우짜겄어요. 물건너갔는디...인생이 다 그런 거 아닌가요?

  • 5. 저도
    '06.7.5 3:18 PM (58.238.xxx.65)

    덕분에 추억속에 잠시 빠졌다 나왔습니다....ㅎㅎ

  • 6. 누구라도그러하듯이
    '06.7.5 3:21 PM (59.6.xxx.45)

    갑자기 노래가 떠올라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비가 오면 생각이 난다~~~(가사가 맞는진 몰라도..)

    저도 그러네요.......
    이젠 사랑했었던 기억마저도 아른거리는, 사랑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 그 사람이
    생각이 나네요..

  • 7. ....
    '06.7.5 3:27 PM (211.35.xxx.9)

    무리 속에 있는 제가 빛나서 절 좋아하게 되었다는...그사람이 궁금해 지네요.
    연애를 하기엔 어렸을때라...걍 보내고...좀 나중엔...멀리 가고...몇년전에 들어왔다는데...

  • 8. 저는
    '06.7.5 3:30 PM (211.229.xxx.88)

    한때 절 좋아해주고 끊임없이 바라봐 주던 사람이 있었지요..
    철모르던 초등학교시절부터 결혼식 몇주전까지..
    절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그냥 순수히 바라보기만 하고 마냥 그리워해주던 사람..
    그사람이 그리운게 아니라 그사람 맘속에 있을 제모습이 그리워요..
    그사람은 절 나풀대던 소녀의 모습이나 싱그런 처녀의 모습으로 기억하고있을텐데
    전 어느덧 애둘에 피부는 쳐지고 여기저기 나잇살이 잡히는 ㅠㅠ 30대 중반의 아줌마가 되어있네요..ㅠㅠ

  • 9. ....
    '06.7.5 3:32 PM (210.94.xxx.51)

    정말.. 원글님의 인연은 지금 남편분하고이신 걸거에요..

    사람의 마음은 변하기가 쉬운것이라서 혹시 모르지요..
    그 당시에는 남자가 괜찮아보일 수도 있지만..
    님이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니 다행이지만..
    그 남잘 만났더라면 아마 사법시험 불을때까지 은근 맘고생에 뒷바라지 해야할지 모르고
    시험붙고 나서 눈높아져갖고 더 심한 맘고생 시키다가 채여버렸을지도.....

    그리고 남자쪽 얘기도 믿을것이 못되잖아요..
    제사는 어디론가 보내버렸다지만.. 그 장막 뒤에 또 무슨 기절유발 엽기행각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요..

    전 매사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요..
    사랑하던 한남자하고 편안함을 얻은것도 어디에요..
    원치않는 부산물이 딸려왔지만 이 남자와의 결혼은 어쨌든 내가 원하던거잖아요..

    한남자의 기억속에,,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아직도 설레게 만드는 여자인 원글님이 부럽네요.. ^^ (미인이신가부다..)

  • 10. 다들 어떻게 지낼까
    '06.7.5 3:41 PM (61.66.xxx.98)

    제가 마구 좋아했던 사람도 있는데 생각도 안나요.
    하지만,
    절 좋아했던 사람들은 마음속에 남아서 가끔은 생각이 나네요.
    그사람은 왜 날 좋아했을까?하는 생각도하면서....
    유치한 자존심인지 몰라도...
    내가 좋아하면 그쪽에서 느낌이 없고,
    그쪽에서 좋아하면 내쪽에서 느낌이 없고...
    이런 엇갈림을 계속하다 드뎌 양쪽이 동시에 필이 통한 사람을 만나서...결혼까지 하게 되고...
    이런게 인연이고 인생인가봐요..
    내 인생에서 스쳐갔던 사람들 모두 행복하고 잘 살았으면 해요.

  • 11. ...
    '06.7.5 4:01 PM (203.229.xxx.75)

    그말이 와닿네요.. 제사없다는말... 정말 많이 좋아했어나봐여..

  • 12. ㄴㅁ
    '06.7.5 4:12 PM (222.238.xxx.22)

    전 단지 저였다면 상당히 배아플듯하네요.. ㅎㅎㅎㅎ

  • 13. 저두요..
    '06.7.5 4:18 PM (222.117.xxx.30)

    그래서... 요즈음... 배아파 죽습니다..T.T
    그 시아버지가 며늘이라면 껌뻑죽고...
    얘야 용돈이다! 백(가방)이나 하나사고 비자금으로 가지고있거라.. 옜~따~!~턱~!! (만원권 현금뭉치1.000만원)
    그나마 신랑이 제말 하나 허투루 듣는거 없이 챙겨줘서... 살만합니당~~~*^^*

  • 14. 흐 ....
    '06.7.5 4:22 PM (58.143.xxx.146)

    아깝긴 아깝당 ......ㅎㅎ

  • 15. 지금 알고 있는것을
    '06.7.5 4:24 PM (125.181.xxx.221)

    그때도 알았다면
    인생의 항로가 달라졌겠죠????

  • 16. 백마탄 왕자
    '06.7.5 4:43 PM (202.136.xxx.115)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ㅎㅎ
    과연 행복했을까요??
    삶은 현실인 것 같아요.
    저도 한 땐 백마탄 왕자님을 만났었고,
    지금의 남편이 예전 남자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시댁이 넘 싫을 때도 있지만...
    더한 남자 안 만난게, 더한 시댁 안 만난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신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죠??
    겉치장에 가려진 더한 고통이 있을 수도 있지요.

  • 17. 생뚱맞지만..
    '06.7.5 4:46 PM (155.230.xxx.84)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가 맞아요 ㅋㅋ

    근데 덕분에 이 노래가 생각나 너무 조아여~

  • 18. ..
    '06.7.5 6:09 PM (219.255.xxx.87)

    혹시 비가 오면 날 생각해주는 인연도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 19. 가끔은..
    '06.7.5 7:26 PM (59.29.xxx.53)

    옆에있는 신랑을 딱히 미워하는것도 아니면서 옛사람 생각이 날때가 있습니다
    그사람이랑 살았으면 어땠을까...
    지금은 현실이고 그사람과는 환상이기에 더 행복하게 상상이되죠..
    여잔 다그런것 같아요(나마그런가?...)
    전 생*전후에 그런생각들이 더 많이 들더군요

  • 20. ㅋㅋ
    '06.7.5 8:48 PM (211.224.xxx.50)

    윗분말에 공감.
    -지금 알고 있는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0795 사업장 화재보험 들려는데요. 2 요리좋아 2006/07/05 154
70794 저기... 대출은 어느정도 있으신가요?? 9 익명이니까 2006/07/05 1,347
70793 수학공부하는 방법? 비결 ?내공 4 초등4학년 2006/07/05 1,021
70792 제가 넘 이기적인가요? 11 궁금 2006/07/05 1,824
70791 [질문]시어머니가 건망증?이 아주 심하신데...치매되실가 걱정 6 치매예방 2006/07/05 665
70790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네요 6 2006/07/05 1,263
70789 오늘도 행복 예쁜순이 2006/07/05 289
70788 수정본 13 당황 2006/07/05 1,419
70787 소세지 두번죽이기 3 예전에 2006/07/05 1,051
70786 휴대폰의 이 멘트 어떤 상황인가요??????? 9 ... 2006/07/05 1,439
70785 [강연회 정보] 2006년 여름방학~ 영어완전정복!! 김우진 2006/07/05 400
70784 전세연장에 대해서여.. 10 알라딘 2006/07/05 627
70783 세탁기... 트롬대하우젠.. 2006/07/05 141
70782 기한지난 화장품 재활용 1 재활용 2006/07/05 532
70781 접시에 그림그리는거요. 2 첫사랑 2006/07/05 494
70780 쪽지함이 이상해요.. 3 찬진맘 2006/07/05 185
70779 아니...전자동? 3 ... 2006/07/05 414
70778 도련님이... 7 맏며느리.... 2006/07/05 1,415
70777 (급) 아르바이트 모집합니다. 3 비비아나 2006/07/05 873
70776 유모차 정보좀~갈켜주세요~ 6 예비엄마 2006/07/05 307
70775 하나로 너무 황당하네요. 아직도 무료점검??? 2 쯧쯧 2006/07/05 410
70774 가전 제품을 몇 년 동안 안쓸 경우 보관을 어떻게 할까요? 4 이사는어려워.. 2006/07/05 642
70773 임신중 에어로빅 3 별걸다 2006/07/05 379
70772 17개월인데 못걸어서 걱정입니다.. 15 걱정이만큼 2006/07/05 1,085
70771 필립스 다리미 골라주세요!! 2 다리미 2006/07/05 221
70770 여름아이 vs겨울아이 배넷저고리 6 ... 2006/07/05 494
70769 그사람을 좋아한건 아닌데.. 20 비오는날 2006/07/05 2,313
70768 한국 관료들은 미국 밥인가요? 2 어휴 2006/07/05 390
70767 Trylt님!!! ... 2006/07/05 339
70766 워크맨 살려고하는데요... 6 아카시아 2006/07/05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