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당신 치매야?"

30대 치매 조회수 : 1,025
작성일 : 2005-08-12 10:28:57
“당신, 치매야? 아침에 전등 안끄고 갔네.”

말솜씨 별로 없는(!) 남편이 어제 퇴근하니 하는 말입니다. 먼저 출근시키고 20분 뒤 출근하면서 선풍기랑 라디오랑 전등이랑 다 껐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미처 못껐나 봅니다.

“말나왔으니 말인데 어제도 하나 안끄고 갔어.....”

깨갱..... 여기서 상황정리하자면 5개월전 둘째를 낳은 34살 아줌마구요. 아직도 앞머리가 좀 휑해서 걱정이 태산이랍니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지난주 외가에 보내놨구요. 이번 일요일 데려올 예정이예요. 요새는 아르바이트 겸 며칠 나가구요. 다음주부터는 고정적으로 직장복귀할 거 같아요.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하고, 이불개고, 상차리고, 식기헹궈서 세척기에 넣고, 마루랑 안방에 큰 쓰레기만 치우고, 정리하고, 빨래감 치우고, 일어나자마자 돌려놓은 빨래 널고, 아파트 현관문에 있는 우유랑 신문 가져오고, 그랬네요.(써놓고 보니 별로 한게 많지는 않네요.) 그나마 아이들이 집에 없어서 많이 줄었네요.

$%$&^*^&%*&$#%....... 이렇게 정신없는 나를 치매라고 말하다니! 확 받아버릴 까 했더니 남편얼굴을 보니 아무 생각없이 뱉은 말이네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 네 부인 치매네. 좋겠다, 넌. 치매부인 델꼬 살아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 가져다 주면서 “치매 부인이 가져다 주는 아이스크림이야. 맛있게 먹어......ㅎㅎ”

“아이 둘 낳고 30대 초반 치매온 아줌마.... 이렇게 신문에 나면 참 좋겠다. 넌 인터뷰도 하겠네.....ㅎㅎ”

슬슬 불쌍 모드 “나도 애 하나 낳고는 좋았는데...... 이번에 낳고서는 머리도 많이 빠지고. 기억력도 깜빡깜빡하고...... 피부 푸석푸석한 거야 새삼스럽지도 않고. 그리고 발도 시려. 에고! 양말 어디있나.....”

흘낏 남편 얼굴 보니 자기 딴에는 불 잘 끄고 다니라고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말 같은데 서서히 깨갱하고 있습니다.

“이런 몸 상태에 빨리 돈벌어서 집사려고 일나가는데...... 몸이 어떻든, 돈을 많이 벌어야지......(속으로 너 한번 당해봐라. 네가 마누라 없으면 끈떨어진 갓이지.....ㅎㅎ) 그리구 혹시 나한테 뭔일 생기면 보험금 나오니까 괜찮아. 그냥 애들만 잘 건사하고 그러면 돼. 그리고 꼭 재혼해. 뭐하러 너혼자 사냐! ”

가만히 있던 남편, 슬그머니 안방가서 이불 깔아놓고 옵니다. 반격이 얼추 성공한 거 같습니다. 내일은 몸살기 있다고 드러누워야겠습니다.
IP : 61.74.xxx.4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때찌때찌
    '05.8.12 10:30 AM (218.146.xxx.15)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 2. 갈수록 태산..
    '05.8.12 10:58 AM (221.164.xxx.110)

    나름대로 잘 반격하셨네요.표현력 없는 남편 여기에 한 사람 더 있어요.건망증 !갈수록 증세가 더 심각한 게 문제죠. 얼마전 옆동에 가스 불 안끄고 외출해서 연기 새~나오고 누군가 119 불러 소방차6대 구급차까지-아주 난리가 났었답니다.정말 살림 살피는 거 잘해야될거 같아요.

  • 3. ㅎㅎ
    '05.8.12 11:16 AM (220.127.xxx.97)

    배울점이 많습니다. 욱하는 성질에 제것도 못 찾아먹는 바보가 여깄습니다...ㅠ.ㅠ

  • 4. 박수를..
    '05.8.12 11:50 AM (219.241.xxx.108)

    멋지네요...
    기분같아서는 팍 받아버릴수도 있는데
    조용히 한방에 날리셨군요...

  • 5. ..
    '05.8.12 1:40 PM (218.52.xxx.7)

    하하하.... 아자아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5106 님들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얼마나 벌어야 풍요롭나요? 18 ... 2005/08/11 2,750
35105 잔금 받기 전에 집수리한다는데... 14 난감해요.... 2005/08/11 2,845
35104 세상에..부부가 알고보니 남매라니..(인터넷뉴스예요) 2 안됐어요 2005/08/11 1,407
35103 b형간염 보균자엄마와 모유수유 6 궁금이 2005/08/11 420
35102 [펌글]참 좋은 내용이네요. 읽어보세요~~ 9 Happy 2005/08/11 976
35101 삼성 A/S 다녀가고..이후.....기막혀서.. 5 삼성A/S 2005/08/11 1,080
35100 미운남편!! 10 ㅜ_ㅜ 2005/08/11 1,065
35099 마트에갈때 7 궁금이 2005/08/11 1,162
35098 ....님께 8 우울맘 2005/08/11 1,010
35097 살림돋보기가 질문란으로 바뀐 느낌이/// 6 살림돋보기 2005/08/11 558
35096 아이들 싸움 어떻게 다스리세요? 7 똘순이 2005/08/11 504
35095 안구건조증 5 지지구볶구 2005/08/11 331
35094 같이 사는 시어머니가 하버세이라는 다단계를 하시는데... 1 시어머니.... 2005/08/11 749
35093 언어치료사 어떻게 할수 있나요? 6 언어치료 2005/08/11 333
35092 참 도련님이 장가가게되면요... 6 형수... 2005/08/11 535
35091 6개월 아가, 잠시도 가만있질 않아요... 4 realit.. 2005/08/11 366
35090 항문거근증후군 이수진 2005/08/11 571
35089 혼자 휴가받고 뭐하면서 놀까요? 4 휴가 2005/08/11 433
35088 5살 된 아이와 놀아주는 여러가지 방법들.....궁금해요 1 힘내서 2005/08/11 234
35087 양양에 막국수집? 8 맛나리요 2005/08/11 503
35086 여가활용 주부맘 2005/08/11 155
35085 저 아래의 글 '주책바가지'님께 1 주책 팬 2005/08/11 910
35084 이대앞 커트 값 3만원? 6 궁금이 2005/08/11 1,073
35083 짐이 되어버린 친정엄마 23 속상녀 2005/08/11 2,454
35082 [질문] 남해안 해수욕 아직도 가능한지요? 3 늦깍이 2005/08/11 139
35081 자게에 올린 글도 등업할때 필요한 원글에 포함됩니까? 5 궁금 2005/08/11 347
35080 양재천쪽에 인라인배울수있는곳좀 추천 부탁드립니다. 5 인라인 2005/08/11 141
35079 sk텔레콤 번호이동하면 무료폰 준다는데.. 4 8월맘 2005/08/11 3,723
35078 삼성A/S가 다녀가고.. 13 삼성A/S 2005/08/11 634
35077 미국에서 쇼핑할때요(영어 질문) 4 답답 2005/08/11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