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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만 가면 변하는 신랑

... 조회수 : 2,093
작성일 : 2005-02-11 23:08:16
명절만 지내고 오면 신랑 얼굴 보기가 싫어요.
정말 손 까딱도 안하는 신랑 보고 있으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네요.

저희는 시아버님 안계시고 오는 손님도 거의 없어 한가하게 명절을 보내는 편이예요.
홀시어머님 조그만 구멍가게 하시면서 지내시는데요..
형편이 그닥 좋으신 편은 아니지만 자식한테 기대시는 편은 아닙니다.
시누, 시동생 뒷바라지 하느라 허리가 휘었던 시절이 있어
자식이든 형제든 서로 힘들게 하지는 마라하시는 편이라 고생 많이 하시면서도 경제적 도움도 바라시지 않아요.
없는 형편에 키우느라 도시락 반찬도 제대로 못챙겨준게 안타까우셔서
자식은 꼼짝을 안하게 하십니다. 이해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다 껴앉고 사시는게 답답하기도하고 그래요.

전 시집 와서 애가 생기기 전 7~8년은 명절에도 늘 혼자 이삼일 먼저 내려가곤 했어요.
애 생기면 이렇게 못하지 싶어서 미리 내려가서 어머님 말벗도 하고 음식 장만도 하고 그랬어요.
시댁 이야기하면 말하고픈 사연 책 몇권쯤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만은
(시누 시집살이에.. 나쁜 시고모님들 땜에 맘 고생 많았습니다.)
전 가끔 어머님도 같은 여자이고 같은 며느리 입장인데 싶어 안쓰러운 맘으로 대합니다.
내가 꾀 피우면 그걸 고스란히 같은 입장의 어머님이 다 떠안으셔야하니까
여자인 저라도 덜어드리자~ 하는 심정으로요..

3살 아이가 있지만 제사도 거른적이 거의 없어요. 시댁이 4시간 거리가 더 되는 거리거든요.
배 불러서도 제사는 갔습니다. 이래저래해서 안간다고 하면 어머님도 힘든데 오지마라~하시거든요.
그래도 나 안가면 어머님이 가게 보시면서 그 음식 장만 다 해야하는데 싶어서 항상 갔었어요.
(울 어머님도 제가 전 지지는 동안 나물이며 생선 다 장만하십니다.
전 부치고 힘든데 나물까지 하게 할 순 없다고..)

갓 시집 갔을때는 시키는 일만 했는데 이제는 웬만하면 "두세요..제가 할께요~"하는 편입니다.
그런다고 쉬실 수 있는 입장도 아니시거든요. 가게 일 보시느라 하루종일 다리 뻗으실 시간이 없는 분이시거든요..
내 집에 오면 나야 일 미뤄두고 뜨뜻한 집에서 며칠 쉴 수라도 있지만
어머님은 가게에 살림에 그나마도 못하실 형편이라 하나라도 더 하게 됩니다.
(매달 용돈 못드리는 대신 맘으로 몸으로 정성을 다할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신랑은 정말 시댁 가면 손 까딱을 안합니다.
우리 어머님 자식들 일 시킬 줄 모르는 스타일이셔서 그리 키워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이 삼십 얼마나 자기 엄마 고생하는거 보면 안쓰러운 맘이 안생기나봐요.
신랑 순하고 처가에도 잘하는데 자기 집에만 가면 처가에서만큼도 안합니다.
하루에 한번 샷터문 내리는것도 안하구요.
환갑 바라보는 어머님이 술박스며 선물셋트 들어내고 하셔도 그거 한번 알아서 하는걸 못봤습니다.
(안방에 문 닫고 구들장 지고 있으니 그 소리 들을리가 있나요.)
하다못해 같이 밥 먹다가 손님 오시면 궁둥이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이번 설에도 짐 챙기는데 신랑이 안보이는겁니다.
출발하기 40분 전인데 몸 찌부둥하다고 운동 나갔답니다. 가슴이 콱 메이데요.
제가 짐 챙기느라 바쁘니 어머님은 가게 보시면서 점심상 차린다고 종종 걸음을 치시고..

울 친정엄마는 사위대접 할만큼 하시면서도 시킬 것 시키십니다. 아들들한테도요.
근데 울 시어머님은 혼자 다~ 하십니다. 그래서 더 그러는거같아요.
엄마한테는 그래도 된다는게 알게 모르게 박힌거같아요.
시댁만 가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히게 하거든요.
아들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더니 정말 넘의 자식인 저만큼도 안합니다.
고칠 수 없을까요. 저도 아들 키우는데 무서워요. 울 신랑 같을까봐요.

시댁만 갔다오면 어머님한테도 저한테도 너무 무심한 신랑때문에 속상해서 웁니다.
넘 일도 아니고 자기 집 일에 최선을 다하고 오는 나한테 따뜻한 말 한마디 안해줘서 너무 속상해요.
그래 나도 배째라~한다 하고싶다가도 어머님 생각하면 그리는 못하겠고..
어찌하면 좋을까요. ㅠㅠ






IP : 220.94.xxx.5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명희
    '05.2.11 11:25 PM (211.40.xxx.58)

    속상하고..힘드시겟어여..여기서하소연하면.좀뜨악하니..다음카페에가면..미즈토크로들어가보세여...동감하는사람이..우글우그랍니다..서로헤아려주고..다독거려주기도하고..잘못하면..사정볼것없는질책이잇는그런곳이에여..그곳으로가보세여

  • 2. 봄&들꽃
    '05.2.11 11:29 PM (219.253.xxx.119)

    정말 아주아주 착한 마음을 가지셨네요. ^ ^
    남편분이나 시어머님께서나 정말 복 받으셨어요.
    남편분은 그리 쉽게 고쳐질 꺼 같지는 않아요.
    시어머님께서 시키시지 않는 이상...
    님께서 타인의 사정을 헤아려 적극적으로 착하게 사시는 경우라면,
    남편분께서는 소극적으로(?) 착하게 사시는 분 같아요.

  • 3. 이영희
    '05.2.11 11:49 PM (211.217.xxx.235)

    맘이 예쁜 분이시네요...
    그래서 남자도 마구 일시키면서 키워야해요.
    그쵸???

  • 4. 친정엄마
    '05.2.12 12:00 AM (211.208.xxx.118)

    우리 친정 얘기 같네요.
    우리 오빠가 그래요. 결혼하고 차비도 타 가면서 엄마 가게 갈때 호떡 하나 사가는 걸 못봤습니다.
    결혼 전엔 월급을 다 아버지 드리기도 하고 할때는 하면서도 냉할땐 또 아무 거리낄 것 없이 싸가지죠.
    결혼하니 더 해요. 올케 얘긴 차치하고 님은 맘이 참 착하시네요. 대놓고 함부로 말하고
    그래 이번엔 제가 대놓고 해줬습니다. 저는 힘들어도 경우 없는 짓 안하려는 거 아니까 내말은 좀
    듣는데 그게 그냥 듣는 겁니다. 그냥 귀로 듣는거. 고쳐지려나요. 글쎄.철 들어야지요.
    시어머님 복이시네요. 우리 엄마 며느리는 엄마가 종종 거리며 혼자 다 해놓고 나니까 설전날 저녁7시쯤
    오던데요. 그 전엔 오지도 않았어요.결혼한지 몇년인데.
    참 복이 많으시네요. 시어머님이..며느리 복이요.

  • 5. 에고
    '05.2.12 2:15 AM (160.39.xxx.83)

    맘이 너무 고우세요...
    남편분은 여자들이 얼마나 힘든지..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 어렸을때부터 몸에 박힌게 무섭거든요.
    기회 되는대로 차분히 이야기하시는 건 어때요? 저러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잘하라구요.

  • 6. ..........
    '05.2.12 2:30 AM (61.84.xxx.24)

    글쎄....저희 친정엄마도 아들이라면 그리 귀하게 키운 분인데...
    그리 귀하게 키운 자식이 원래 그렇더군요.
    자식 그러는건...그리 키운 부모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어머님을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지마세요....

  • 7. 같은경우
    '05.2.12 3:21 AM (218.152.xxx.112)

    저희는 시아버지도 계시고, 시동생도 있는데, 술박스며, 배달이며,,
    회사다니며 매일 밤 늦게 오는 아들, 주말이면 부려먹지 못해 아침부터 전화하십니다.
    시동생 방에서 배깔고 누워 있어도, 따로 사는 저희 신랑 불러서 가게 보기, 배달하기,짐나르기 시키시죠.
    시아버님은 원래 막노동 하셔서 훨씬 무거운것 잘 드시고,
    시동생이 더 젊어도 원래 하던 큰아들만 시키시던걸요.
    큰아들이 튼튼 하기라도 하면 모르겠습니다. 매일 일에 절어 골골 대는 대도 말씀만'힘들지?'하시죠.
    울신랑 아주 당연해 합니다.자기 동생은 원래 안했다나요.
    그거 보는 속도 터집니다.
    아마 동서 들어와도 며느리 일분배도 똑같이 하지 싶습니다.

  • 8. 깜찍새댁
    '05.2.12 4:01 PM (218.154.xxx.194)

    바로 윗분 말씀에 동감..
    저흰..미혼인 아주버님 계신데..뭔일 있어서 일하러 가면 시모님 입에 울 신랑 이름 달렸습니다.
    **아 이거해라,**아 저것좀 가져와라..
    그동안 형은 뭐하냐구요?
    늦잠,자기방 청소기돌리기,또는 목욕 그러다가 나중엔 나와서 자~빨랑 빨랑하고 쉬자 이럽니다.
    이번엔 하도 기가막혀 제가 막웃었습니다.
    아직 형님이 없어서 그러나...형님 들어옴 어떨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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