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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미네르바 조회수 : 885
작성일 : 2005-01-06 16:47:07
책을 읽다가 어느 구절에서 마음이 끌렸습니다.

사위에게 주는 요리책       -- 박형옥 박이은경


“남들은 어린아이 같다고 하겠지만 , 그애는 그애 나름대로 이런 결점을 커버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겐 그런 딸이 흠이 아니라 자랑이었다”

별스런 말이 아니었지만  저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엄마에 대해서 ㅠ.ㅠ


대대로 천석꾼 집안의 막내딸로 자라서 선생님이셨다가 집안과 학벌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추어서 아버지랑 결혼하셨지요.
저는 어릴 적 외가 닯아서 까맣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피부가 정말 희고, 아버지는 까만 편인데도
그리고 제 남동생은 정말 외탁을 했다는 소리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걔는 정말 피부 희고 얼굴 갸름하고 잘 생긴 편이거든요.
그래도 까만 제 피부는 아버지를 닮은 것이 아니라 외탁이라고 하더군요.
우리집 식구들은 외사촌언니 한분이 까맣다고....
여기서 가끔 시집식구들에 대해 하는 많은 소리 들으면서 저는 엄마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생각합니다

외가분들은 엄마의 성격을 한마디로 어질다고 하세요.
제가 아는 모든 분들의 말도 비슷합니다.
시도 잘 쓰시고 다른 이의 어려움도 잘 도와주시고 마음이 고운 우리엄마는
집안일을 못하셨어요.
정말 공부만 하다 시집을 왔는데...

제 친가는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손으로 당대에 엄청나게 많은 재산을 모으신 분이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 당연히 아주 부지런한 분이시죠.
두 분의 눈에 시 잘 쓰고 마음씨 고운 며느리는 별로 마음에 차지 않으셨나봐요.

어쩌면 또다른 열등감이었을까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제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할머니, 고모들, 삼촌 모여 엄마 일 못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으셨답니다.
어린 저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절대 맏며느리 안할거다라고 마음을 먹었지요.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엄마는 그 생활이 참으로 힘드셨던가봐요.
결국 다시 학교로 나가셨지요.
그러니 또한 숱한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엄마 밖에 나가 시아버지, 시어머니 험담 안하셨습니다. 이건 제가 알아요.
애들도 다 보고 듣잖아요.

가끔 생각합니다.
할머니가 저에게처럼 엄마를 생각하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도 엄마를 닮아서 앉았다 하면 책이고, 일 못하지만 우리 할머니  여러 사람 모인 곳에서 항상 그러셨답니다.
“저런 애들이 시집가면 잘 산다”라고

며느리하고 똑같은 행동이 며느리는 싫고 어째서 저는 눈에 들으셨을까요?

우리 할머니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씩은 할머니가 조금은 원망스럽더군요.
그냥 책 속 말 한마디에 여러 생각이 떠올라서 적어봤습니다.
IP : 218.146.xxx.18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농
    '05.1.6 7:50 PM (61.84.xxx.24)

    좋은 어머님을 두셨네요.^^..
    그리고..할머니가 좋은 시어머님은 아니셨지만..
    그래도 손녀를 자랑스러워하는 좋은 할머니신 것같아요.
    미네르바님 어머님은 엄마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가진 딸을 두셨으니.....
    할머니는 어진 며느리에 착한 손녀를 두셨으니 복이 많으시구...
    미네르바님 글 읽으면서 다들 두루두루 좋구나..^^ 싶어서
    마음이 좋았습니다.(미네르비님 쓰신 글 내용하고 제가 쓴
    리플하고 동문서답같으시죠?^^;;; 근데 그냥 제 솔직한
    감상이예요....살짝 부러우면서도 흐뭇하게 읽혀졌어요...^^)

  • 2. 돼지용
    '05.1.6 8:16 PM (211.119.xxx.23)

    마농님 말씀이 맞은 듯~
    저도 동문서답이죠?
    ㅎㅎㅎ

  • 3. 별조각
    '05.1.6 10:02 PM (211.169.xxx.182)

    좋은 어머님 두셨네요~
    동감입니다.
    저도 그책 봤어요.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딸에게 주는 요리책, 사위에게 주는 요리책..
    요리 자체보다 정성을 중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음식이 삶의 일부라는 그런 것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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