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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크리스마스도 있었습니다.

글로리아 조회수 : 1,138
작성일 : 2004-12-26 12:50:59
올해 저의 크리스마스 정말 최.악 이었습니다.ㅎㅎㅎ
키톡에 너무 예쁜 크리스마스 음식들이 가득해서 딴지(?)도 걸 겸^^
(정말 너무 너무 예쁘게 사시는분 많지요?)
우울하게 보내신 분도 기운 잃지 마시라고
난리 부루스 그 자체였던 제 크리스마스 얘기 올립니다.  

저는 24일 퇴근 무렵에야 내일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그것도 어떤 분이랑 일 때문에 통화하고 나서 그 남자분이 "메리 크리스마스!" 해서 알았습니다.
사무실에 크리스마스라고 바람잡는 남자들이 있으면 그래도 좋은데...
다 저보다 한술 더 뜨시는 양반들입니다.
사실 이날 화장실 가고싶은 것 참아가며 일했습니다. 이것도 정말!!
일의 양으로 치자면 거의 일주일치 분량을 해치웠습니다. (그래도 82쿡엔 1-2분 들어왔음)

그 순간 미뤄놓고 있던 일들이 걱정이 되어서 퍼퍼퍽 터져나오데요.
당장 이날 저녁 10시에 아이들 미술학원에서 산타할아버지를 우리집에 `파견'하기로 했는데  
(미술학원의 깜찍한 이벤트죠), 이 할아버지 들고올 선물을 미리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산타가 빈 손으로 오게 생긴겁니다.
일단 백화점에 문닫기 전에 선물쇼핑을 끝내야 했습니다.  
길에 나가보니
광화문 `루미나리에' 하느라고 북새통. 행인들 손손에 케이크. 젊은 친구들마다 디카를 찍느라고
하늘로 손을 쳐들고...부대껴서 걸음에 속도를 붙일수 없더군요.
아니, 백화점까지 걸을 필요도 없이 정말 인파에 밀려서 갔답니다.  

제 신용카드 고장난지 일주일 됐습니다.
통장에 돈 빼러, 신용카드 고치러  은행에 갈 시간조차 없었거든요.
지갑엔 먼지뿐, 버스 탈만한 몇천원이 전부. 아~~ 눈물나데요.
다만 백화점 상품권 꼬불쳐둔게 하나 있어 이것으로 간신히 아이들 둘의 선물을 샀답니다.
그나마 선물을 20분만에 살수 있었던건, 미리 머리를 굴려 품목을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품에 고이고이 끌어안고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발각되면 저희 사무실에서는 졸지에 구경꺼리됩니다.^^)
이 선물을 산타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 아세요?
산타에게 핸드폰 걸어 "그 선물, 제가 우리 대문앞 우유 봉다리에 넣을테니까
저희집 딩동딩동 하시기 전에 챙기세요. 꼭 꼭 꼭!!" 이랬습니다.
그리하야 이날 밤 세레모니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휴~~우~~

크리스마스 디너는 어땠냐면요,
천만다행인게 회사에 들어가니 야간근무수당이 나오데요.
나도 케이크를 살려고 집에 가며 제과점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가만 생각하니 당장 먹을 반찬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그 발걸음을 회사앞 정육점 겸 고기집으로 바꿔서
소고기 한근 로스구이로 썰어서,(제일 만만하잖아요, 로스구이) 검은 봉다리에
덜렁덜렁 들고 집에 갔습니다.
더 한심한건 집에 가니 쌀도 떨어져 있더라 이겁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렵니다.
추운 연말에 나는 이렇게 일할수 있는 직장도 있고, 고기 한근 살수 있는 수당도 나오고.
며칠 빈 지갑으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요즘 이렇게 살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의 빈곤을 체험하는 감사한 기회였다고 생각하면서
이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답니다.
IP : 210.92.xxx.238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ndrma
    '04.12.26 1:14 PM (221.151.xxx.87)

    우유 봉다리에 들어갈만한 아이들 선물 뭐 사셨어요?

  • 2. 글로리아
    '04.12.26 1:16 PM (210.92.xxx.238)

    여자아이는 요새 유행하는 꼬마 화장품 몇가지...
    남자아이는 자석으로 서로 철컥철컥 붙는 조립식 장난감, (단행본만한 크기)
    사무실에 앉아서 우유봉다리에 들어갈만한
    장난감 구상하려면, 머리 엄청 굴려야 합니다.

  • 3. champlain
    '04.12.26 2:07 PM (24.35.xxx.134)

    ^ ^ 글로리아님.. 애쓰셨어요..^^
    생생한 님의 크리스마스 일기를 읽으며 살며시 미소가 나옵니다..^^

  • 4. 헤스티아
    '04.12.26 2:12 PM (221.147.xxx.84)

    글로리아님!! 수고하셨어요!!!! 홧팅홧팅!!

  • 5. 글로리아
    '04.12.26 2:15 PM (210.92.xxx.238)

    앗, 챔플레인님이다!!
    캐나다에서 구입대행해주신 그 맛있는 치약 덕분에
    우리 아이들 올해 이가 아주 반짝반짝 했습니다.
    손놀림이 어눌해 3분의 1정도는 그냥 튜브를 짜다가
    세면대에 버린거 같아요. 아까워요 정말.
    그러니 그 많던 치약들 거의거의 다 써갑니다. ^^
    헤스티아님, 크리스마스 이브에 저는 거의 널을 뛰었습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웃지요, 격려 감사!!

  • 6. 마농
    '04.12.26 2:33 PM (61.84.xxx.104)

    무슨 일이 그리 많았을까... 어떤 회사길래 일거리가
    그리 넘쳐서 직원들이이 그리 바쁘게 일하도록 할까...^^
    글 읽으면서 그게 더 궁금해졌어요.
    요즘 워낙 일없다..불경기다 못살겠다...말들만 들리는데..
    글로리아님 이야기 들으니...기분이 살짝 좋네요.
    그렇게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것..
    왠지 좀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의미있게 바쁜 시간을
    좀 보내보고 싶어요...

  • 7. 폴라
    '04.12.26 2:43 PM (70.70.xxx.61)

    저 같았음 열불내고,(괜한 남편까지)원망하고,한숨쉬고,(괜한 애들한테)짜증내고 그랬을 거에요.(__);;
    글로리아님의 글을 읽고 많이 배웁니다......

  • 8. 글로리아
    '04.12.26 3:18 PM (210.92.xxx.238)

    폴라님, 제가 열불이 확확 나는데
    밖에다 화풀이는 못하고 안으로만 들끓어요.
    이것이 제가 겨울에도 반 팔옷 입고 다니는 이유!
    마농님, 기분이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요새 같이 어려운 시절에, 어쩌면 행복한 고민인지도 모르죠.
    어려운 사람들 정말 너무 많더군요.

  • 9. 유유자적
    '04.12.26 3:28 PM (218.153.xxx.45)

    신혼들이 많은 울 사무실 퇴근시간 되니까 인삿말
    애로크리스마스
    난 애로시러 멜로가 좋아 그랬다죠

  • 10. 커피와케익
    '04.12.26 7:01 PM (210.183.xxx.202)

    최악이라뇨^^ 웃자고 하신 말씀이죠? 말씀만 들어두 아주 팽팽하고 멋지게 사시는
    모습이 팍팍 그려집니다..근데 글로리아님 아이 한명은 딸이세요?? 에궁..전 아들만 둘이신줄
    알았네여...^^(저번 용산전쟁기념관 글 땜에..)저희도 구성이 똑같네요..ㅎㅎ
    애들이 무지하게 좋아했겠어요..그죠??

  • 11. 김혜경
    '04.12.26 8:22 PM (219.241.xxx.38)

    글로리아님...파이팅!!

  • 12. 글로리아
    '04.12.26 9:08 PM (211.38.xxx.76)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렇게 뛰어다녀도 살이 안빠져 걱정입니다. 혜경선생님.

  • 13. 벚꽃
    '04.12.26 10:47 PM (211.224.xxx.221)

    산타가 빈손으로 오게 생겼다 ㅋㅋ
    읽는 사람은 너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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