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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핸드폰....

청포도 조회수 : 918
작성일 : 2004-08-11 10:50:52
저 게시판에 도배한다고 눈치 주시는거 아니죠?
아무래도 눈치 쪼매 보여서리~~~~

우리 신랑 전에도 말했듯이 엄첨(?) 효자예요.
신혼땐 토요일 일요일 둘이 있음 얼마나 좋아요?
근데 이 사람은 퇴근하면서부터 엄마한테 가자고 졸라요.
동네들어가서 자기집 보이면 뛰어가면서 "엄마! 나왔어. 밥~줘~"
물론 밥 중요하죠.
제가 1주일동안 잘 못챙겨주고 먹기싫다는 빵, 못마시는 우유, 냄새나는 치즈만 먹였으니....
첨엔 많이 싸웠어요.
울고 불고 울면서 또 따라나서고.....안따라가고 성질부리고 울다가 전화코드 빼놓고 잠들어서 시댁에서 난리나고 식구들 무슨일났는줄 알고 한걸음에 쫓아들 오시고....

지금도 주말마다 시댁에 가는데 요즘은 내가 않가면 몸이 근질근질......않가? 하고 묻는다죠?

시골 어른들 밭에가서 일도 많이 하시고, 마실도 다니시고, 아줌마들이랑 약장수 구경도 가시고, 병원도 가시고 집에 앉아 전화받기 참 힘드시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도 그렇구요.
그런데다가 큰집이 아주버님의 백수생활로 가끔씩 전화 끊길때가 있어요. 어머니랑 큰집 마당을 같이 쓰는 바로 옆집이거든요.
우리 신랑 어머니 전화 않받으면 걱정된다구 핸드폰을 사드릴까 어쩔까 많이  고민을 하더니 흑백폰을 직원에게 하나 얻었다며 해드렸어요.

어머니 동네아주머니들에게 좋지도 않은 흑백폰 목에 걸고 다니시면서 자랑도 하시고......
우리 신랑 한술 더떠서 "엄마 이동네 아줌마들중에 핸드폰 있는 아줌마 있어?" 묻는데 정말 웃기더라구요.
좋지도 않은걸 가지구....
그래도 우리 어머니 잘 가지고 다니고 전화도 잘 받으세요.
우리 아이들이 가끔씩 가면 벨소리를 바꿔 놓는데 그럴때면 생전 큰소리 않내시는 분이 야단치세요.
아기 목소리로 "전화 받으세요" 이게 젤로 좋다 하세요.
꼭 우리 아이들이 할머니 전화 받으세요 하는거 같다구요.
일주일에 한번씩 가 뵙는데도 외로우신가봐요.

우리 식구들 시댁에 가는 날은 어머니 핸드폰도 쉬는 날이래요.
목에 걸고 다니시다가 목 아프다고 옷핀을 끈에 꼽아 놓으셨는데 그걸 잊어버려서 우리 전화 못받을까봐 바지나 치마에 옷핀으로 꼭 꼽아 다니시는거예요.

핸드폰 쉬는날이라서 방바닥에 있는 핸드폰이 그날은 외로워 보이네요.
옷핀이 달린 핸드폰줄을 보면서 우습기도 하고 저것이 우리 어머니들랑 우리신랑들의 끈이구나 생각했어요. 며느리들이 끼어앉을수 없는 그 자리...
저희 어머니 연세 79세! 얼마나 더 사실지 몰라도 치매 않걸리고 사시는 날까지 드시고 잘 소화시기키다가 모든분의 소망이듯이 잠자듯이 아버님곁으로 가셨으면 하는 소망으로 몇자 적어봤어요.

전 어머니가 우리 애들 8살, 7살까지 기저귀 갈아주고 씻겨주고 키워주셨지만 어머니 아퍼 누우시면 간병할 자신이 없다고 겁나고, 걱정된다고 시누이한테 솔직하게 얘기한 적도 있어요. 못됐죠?
시누이는 걱정말라고 직접 어머니 시중 들어드릴꺼라고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시누이 제 말에 서운했을거라고 하네요. 저희 언니 말이요.

얘기가 엉뚱하게 흘러갔는데 그냥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몇자 적었어요.

IP : 203.240.xxx.2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청포도님...
    '04.8.11 11:13 AM (211.211.xxx.69)

    이런글 자주올려주세요.
    혜경선생님의 넉넉한마음과 청포도님을 닮고싶네요.

  • 2. yuni
    '04.8.11 11:36 AM (218.52.xxx.243)

    저 지금 청포도님한테 눈치 마구 보내는거 보이시죠??
    눈치눈치.....뿅뿅뿅....=3=3=3
    부러움에, 시샘에, 존경에, 사랑스러움에(엇!! 저 동성애 아니여유~~!! ㅎㅎㅎ)

  • 3. 김혜경
    '04.8.11 10:55 PM (211.201.xxx.17)

    청포도님...한번 꼭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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