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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기-- 왕의 결혼식

technikart 조회수 : 958
작성일 : 2004-04-01 10:28:43

푸른 색조의 조화가 아름다운 그림.

공작새와 매로 쉽게 누군지 알수 있게 해놓은 상징.

하얀 깃털 투구는 헨리 4세의 상징물이엇답니다

선보는 장면을 생각나게 하죠? 사진대신 그림으로 선을 보는거 같은 느낌.
pierre paul rubens, henri 4 recavant le portrait de marie de medicis, entre 1622 et 1625.

나는 이상한 증세가 한가지 있다. 루벤스와 렘브란트, 모네와 마네를 헷갈린다. 나의 이런 기괴한 증세에 내 친구 하나가 명쾌한 정의를 내려줬다.
'루벤스는 부자구 렘브란트는 가난해'.

루벤스는 당대의 화가로써는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지닌 사람이다.
화가로써 뿐만이 아니라 외교관으로써 더 환영을 받았던 그는 유럽 왕가 사이를 오가며 결혼 중재뿐 아니라 이견 조정, 외교 문서 조약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해냈고 덕택에 귀족지위를 누리면 풍족하게 살았던 화가.

그의 그림을 보면 왜 그가 당대의 귀족에게 가장 환영받는 화가의 지위에 올랐는지를 쉽게 이해할수 있다.

갑옷을 입은 당당한 풍모의 노인은 사랑의 신인 에로스와 히멘이 보여주는 초상화 한장을 보고 있다. 하늘에서는 올림푸스의 왕인 쥬피터와 쥬농이각기 자신의 상징인 공작새와 매를 데리고서 이 초상화의 아가씨와 노인의 결혼을 축복한다.노인의 뒤에는 프랑스의 상징인 아마존 프란치아가 노인에게 아가씨의 장점이라도 말해 주는양 어깨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다.바닥에는 멀리 보이는 마을을 배경으로 두 천사가 방패와 하얀 깃털이 달린 투그를 보호하고 있다.

17세기 동시대 인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그는 금방 이 그림의 주인공인 저 노인이 헨리 4세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을 전쟁에서 보내고 왕위를 스스로의 힘으로 가진 유일한 프랑스 왕인 헨리 4세를 이 그림에서는 화려한 감옷과 왕의 상징인 하얀 머플러, 아름답게 손질된 하얀 턱수염, 프랑스의 상징인 여신, 하얀 깃털을 단 투구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는 헨리 4세가 카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카톨릭 반대파들을 누루고 간신히 왕의 자리를 인정 받은 때였다. 당시 나이 47세. 기록에 의하면 헨리 4세는 그림에서 처럼 초상화를 교환하고 편지 여러장을 미래의 부인과 교환한뒤 얼굴도 보지 못한 채로 결혼했다. 실제로 이들 커플이 얼굴을 대면한것은 결혼식 2달후였다.

오랜 전쟁으로 인해 1174174 에퀴라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던 헨리 4세는 엄청난 지참금을 가지고 올 여자와 결혼하는것만이 빚을 청산하고 나라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며 왕권을 강화할 유일한 방책이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당시 나이 27세의 마리 드 메디치스.

메디치스 가문은 유력하고 이름난 피렌체의 상업 가문이다. 이탈리아 역사를 거론할때 이름이 빠지지 않는 정치적인 힘과 수많은 미술가를 키우고 애호하여 미술사에서도 이름이 전해지는 가문. 그러나 메디치스 가문은 왕관으로 상징되는 왕의 지위를 가진 전래가 없어 이 결혼에 자신들의 정치적인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당시 귀족 가문의 딸들이 15세가 될때까지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서 비추어 보면 마리의 27세라는 나이는 엄청난 감점의 요인이 된다. 헨리 4세의 전 부인들이 라틴어와 그리스어까지 말하고 쓸줄 알았던데 비해 마리는 프랑스 어 조차 할줄 몰랐다. 그녀가 이 결혼에 간택된데는 정치적 야망이 컸던 그녀의 삼촌 토스카나 공작의 힘이 컸다. 이 결혼을 위해 토스카나 공작은 수년의 공을 들였고 결국 마리는 언젠가는 왕비가 될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수년을 인내속에서 버텼다. 금발 머리에 장미빛 피부를 가진 마리는 다소 뚱뚱했고 --이 시기에는 다소 뚱뚱함이 환영받던 시기였다-- 침착하고 의지력이 강하며 다소 어두운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헨리 4세의 단정한 위용과는 달리 실제의 헨리 4세는 턱수염이 엉망으로 잘려지고 이빨이 듬성듬성 빠진데다 신경통으로 고통받는 노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에너지는 일상적으로 잔인함을 보아왔으며 수많은 내전과 음모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는 동시대 인들을 감동시킬 정도였다. 침대에서 자는 시간이 삼시 세끼를 먹는 시간보다 짧았다고 전해지는 헨리 4세는 20년을 줄곧 군인들과 전쟁터에서 살았다. 전쟁과 사냥과 스포츠, 도박과 여자를 좋아했던 왕은 늘 냄새를 풍기며 자신의 외모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위그노로 종교 전쟁의 한복판에서 태어난 헨리 4세는 왕위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샤를 9세의 동생인 마고와 결혼함으로써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결합을 꿈꾸었다. 그러나 결혼 바로 다음날에 일어난 프톨레미 학살이 보여주듯이 당시의 사회는 카톨릭왕을 바랬다.1593년 그는 결국 카톨릭으로 개종하게 된다.당시 마고는 오빠인 샤를 9세와의 추문으로 인해 성에 유배되었던 중이었고 헨리 4세에게는 카브리엘 데스테라는 애인이 있었다.
가브리엘 데스테에게 순정을 바친 그는 그녀와 결혼하려 했으나 결혼식 전에 가브리엘 데스테는 죽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마리와의 결혼을 위해서라는 독살설부터 자살설에 이르기까지 분분한 의견들이 있으나 역사적으로 그녀는 병으로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헨리 4세와 마리의 결혼은 지참금에 대한 오랜 협상 끝에 이루어진다.
프랑스에서 지참금으로 요구한 금액은 100만 에퀴에 달했다. 3년간의 길고긴 협상끝에 6십만 에퀴에 합의한 양측은 3십 5만 에퀴를 선 지급함으로써 길고긴 결혼 협상에 종지부를 찍고 1600년에 최종 결혼 게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여왕 마고를 비롯한 당시를 찍은 영화나 아직도 남아 있는 당시의 그림을 보면
이 시대가 유럽에서는 엄청난 혼란의 격동기였음을 알수 있다.
일상적으로 죽이고 죽는 음모와 술수의 시대였음에도 이 그림에서 묘사된 왕의 모습은 당당하고 평온하며, 치밀한 협상하에 이루어진 결혼은 천상의 신들로 부터 축복받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은 17세의 중반기에 마리가 루벤스에게 주문한 자신의 인생그림 시리즈 중에 하나이다.루이 13세의 어머니로 1610년 헨리 4세의 피살이후 7년간의 섭정을 했던 마리에게 권력에 다가갈 기회를 만들어준 이 결혼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었을까?

이렇게 신화를 이용하여 권력을 찬양하고 왕의 위엄을 더한 그림들은 17세기 왕권이 강화되는 시기부터 19세기 이르기 까지 아카데믹한 그림들의 표본이 된다. 이 표본들은 시대를 지날수록 강화되어 모든 화가들이 배워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그림의 틀이 되었다.

이 그림의 동시대가 엄청난 문맹률과 소수의 사람만이 삶의 여유를 누렸던 시기임을 감안해 볼때 이 그림은 동시대에서도 이해하는 사람보다 이해하지 못했던 시람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화가는 이해를 높이기 위해 세세한 왕의 상징을 적절히 배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며 문화의 기초가 되었던 그리스 신화를 동원했던 것이다.

결국 신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러한 그림으로 부터 아무것도 읽어 낼수 없는 아이러니 함은  오늘날 이러한 그림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주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된 이러한 그림들속에서 재미난 역사의 한부분을 슬쩍 보게 되는것이, 이런 그림들 속에 들어 있는 동시대 인들의 머리속으로 들어가 보는 흥미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아직도 루벤스가 미술사의 역사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각종 경매에서 환영받는 이유가 될거라 생각하고 있다.
IP : 81.49.xxx.7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송심맘
    '04.4.1 10:49 AM (211.203.xxx.9)

    아~ 오늘도 실망시키지않고 재밌는 글을 남기셨네요..^^

  • 2. 솜사탕
    '04.4.1 11:16 AM (68.163.xxx.62)

    흐흐흐.. 이 그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황미나의 불새의 늪이 생각이 나네요...
    그 만화 읽으면서 참 많이 슬펐는데....

  • 3. happyrosa
    '04.4.1 11:43 AM (211.104.xxx.246)

    심심할때면 집에 있는 명화전집(?)을 보곤해서 눈에 익던 그림들인데
    그런 뒷이야기가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무언가 알아간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 같아요.
    새로운 눈이 열리잖아요.
    헬로엔터에서도 그리고 82cook에서도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바쁘실테지만 계속 기대해도 되겠죠???
    유학생활 힘내세요!!!

  • 4. 아라레
    '04.4.1 1:22 PM (210.221.xxx.250)

    저두 <여왕 마고>랑 <불새의 늪> 생각나요. 근데 그 때 당시 종교랑 정치계가 너무 복잡해서
    보면서도 항상 어리벙벙 했지요...
    그림으로 역사를 배우는 시간.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

  • 5. 몽그르르
    '04.4.1 2:34 PM (221.139.xxx.22)

    잘보고 있어요. 계속 기대해도 되겠죠? ^^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총총

  • 6. 두사니
    '04.4.1 5:18 PM (61.102.xxx.18)

    정말 그림을 읽어주시는군요..
    너무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ㅎㅎ

  • 7. 레아맘
    '04.4.1 8:47 PM (82.224.xxx.49)

    잘 읽었습니다...흠...그랬었군요...
    이렇게 좋은 공부하시는데...외롭고 힘들더라도 좀만 더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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