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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5년 산 아들녀석의 한국말 실력...

champlain 조회수 : 1,271
작성일 : 2004-03-29 05:13:55
전에 제가 아이 육아일기 겸해서 쓴 글입니다.

=============================================================================================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 부모들은 아이들 앞에서 말도 조심해야 하고 싸움도 자제해야 한다고 하지요.

아이가 어릴 때야 뭔가 잘 모르니까(물론 분위기 파악을 하겠지만) 간혹 그냥 넘어가기도 했는데
아들녀석이 이젠 6살(이젠 7살)이 다 되어 가고 보기엔 단순무식하게 생겼어도 눈치가 빤하여 요즘엔
남편과의 언쟁이 늘 조심스럽답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늘 이렇게 생각을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말을 조심한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서로 불화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불안함을 느끼니 정 다투게 되면 아이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하도록 한다...)
근데 그게 어디 쉬운가요?

주로 차를 타고 가다가 제 잔소리가 길어지면 참다 참다 남편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저 또한 지지않고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면 아들아이가 늘 한소리 하지요.
"stop arguing!!"
"엄마, 아빠 좋은 말로 하세요."

엊그제 저녁을 먹으면서 입니다.

새로 산 식탁에서 자꾸 않 좋은 냄새가 난다고 남편이 코를 갖다대고 또 킁킁 대더군요.
여기서 <또>라고 한 이유는 벌써 몇번째 그런 소리를 해서입니다.

사실 개러지 세일에서 10불 주고 산 식탁인데 그 집 창고에 오래 넣어두어서 그랬는지 좀 콤콤한 냄새가 나기도 했어요.
그러나 자꾸 닦고 좀 지나니 괜찮은데도 유난히 남편은 자꾸 그러는 겁니다.
더구나 손님들이 왔을 때까지 그러니 제가 창피할 수 밖예요.
손님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남편이 먼저 자꾸 그러니 손님들도 그런가싶은 표정이고..주부인 저는 얼굴이 빨개지고..

그래서 제가 엊그제는 남편한테 잔소리를 했습니다.
잔소리를 하다보니 점점 열이 올라 목소리가 높아졌지요.
않 그러던 사람이 왜 그러냐고 나이도 별로 많지않은 사람이 왠 주책이냐고....

점점 제 표현의 수위가 높아짐을 저 또한 느끼고 있을 때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아들녀석이 한마디 했어요.

"참으세요.."

그순간 냠편 "음하하하,,, 거봐? 택준이가 참으라잖아. 그만해. 이제..."
너무나 통쾌하다는 듯이 천군만마의 응원군을 얻은 듯 의기양양해 하면서 저를 쳐다 보더군요.

아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저도 반성이 되어 목소리를 조금 부드럽게 낮췄죠.
그래도 억울해서 "택준아! 엄마 말이 틀렸니? 아빠때문에 엄마가 창피하잖아. 그리고 이제 식탁에서 별로 냄새도 않 나는데.."

그러자 아들녀석이 제 얼굴을 보면서 히죽이 웃는 겁니다.
"야, 넌 아빠편만 드냐? 무슨 아들이 그러냐?"
제가 아들에게 투정을 하니까 아들 녀석 지아빠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거리면서 또 한마디 하더군요.

"아니요~~, 냄새가 나도 아빠가 좀 참으시라구요."

그 순간 저 "우하하하!!!"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기가막혔지만 남편도 마찬가지였구요.

아들녀석의 교묘한 말솜씨에 남편이나 저나 혀를 내두르면서 기분이 확 풀렸습니다.

남편은 아들녀석이 언어의 마술사라나 뭐라나 하면서 방금 전까지 저한테 쿠사리(?) 먹은 것은
기억도 않 나는듯 유쾌해 하고...

저 또한 둘째를 보면서 너도 형 닮아서 말도 저렇게 잘해야 한다 큰 아들 들으라고 한마디 하고..

의기양양 큰 아들은 기분이 좋아 코가 벌렁벌렁..

암것도 모르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 두리번 거리던 둘째도 웃는 분위기에 덩달아 엉덩이를 씰룩씰룩..

요즘 한창 한국말이 서툴러지는 것 같고 학교에선 불어를 쓰고 친구들과는 영어로 말하고
영어가 편해서 그런지 영어만 쓰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아직은 아들녀석의 한국말 실력이 괜찮은 것도 같지요?

이상 고슴도치 엄마였습니다...^ ^

IP : 63.139.xxx.16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4.3.29 5:24 AM (198.53.xxx.15)

    캐나다에서 태어난 저의 아들 초등학교 때 차 뒷자석에 앉혀놓고 저랑
    남편이랑 잔소리를하고,알았어? 했더니 뒤에 앉아서, 나 니 둘 뭐 말하는 지 몰라
    (경상도 버전).

  • 2. champlain
    '04.3.29 6:18 AM (66.185.xxx.72)

    저도 알죠. 여자한테 물릴 돈도 없어보이는데 "여자가 남자 돈만 노린다고 펄펄 뛰는 D급 남자"인 거 확실.

  • 3. siso
    '04.3.29 8:55 AM (211.176.xxx.123)

    하하..귀여워요..^^

  • 4. 아라레
    '04.3.29 10:24 AM (210.221.xxx.250)

    ㅎㅎㅎ. 아들이 참 능청(?) 스럽네요. 행복하게 사세요. ^^

  • 5. cherokey
    '04.3.29 11:57 AM (218.235.xxx.58)

    귀여운 아들이네요 ㅎㅎㅎ
    아들은 엄마편 ~~~

  • 6. 친구
    '04.3.29 2:19 PM (24.64.xxx.203)

    든든하시겠어요. 아들이 엄마편이라서. 우리 큰 아들은 아빠편인데..
    부럽습니다. 행복한 가정 냄새가 솔솔 나네요.

  • 7. 김혜경
    '04.3.29 4:52 PM (218.237.xxx.162)

    택준이, 아주 깜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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