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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하루 3 - 펜10자루의 뇌물

이희숙 조회수 : 884
작성일 : 2003-12-30 01:45:55
나의 본업은 요리와 전혀 상관없는 프린터 A/S상담일이다.
주로 10시쯤 출근해서 (원래 출근은 9시 30분인데 ..)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아 되도록이면 말로 프린터를
고치려고 하고 도저히 말로 안될땐 접수를 받아 익일 A/S담당 직원들이
출장을 나간다.
출장시 출장비가 무조건 청구되기에 난 되도록 접수하지 않으려 하지만
뭔가 답답한 고객들은 무조건 나오라고 보챈다.
그러다 출장비 얘기를하면 대부분은 다시 해보겠다며 설명을 자세히 해달
란다.
이미 없어진 회사의 제품을 상대하다보니 대부분 불만 투성인 사람들을
대하게 되고 이일을 맡았을때는 적쟎은 스트레스로 서랍에 청심환을 넣어
놓고 살았었다.
지금이야 나름대로 요령도 생기고 그중엔 좋은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몇몇 고객들도 있기에 보람도 느끼며 산다.

출장이 불가능한 지방에선 주로 택배로 프린터를 보내서 수리를 받는데
오늘은 수원에서 입고된 제품중 박스안에 필기도구인 펜이 10개가 있었다.
포장이 뜯기지 않았고 색도 검정, 빨강, 파랑이 골고루 였는데 ...
의외로 뇌물인가?? 그래도 기분 나쁘진 않네란 생각이 들었고 제품속에
메모엔 프린터의 고장 증상과 보내는 이의 연락처와 '보내드리는 펜은 작지
만 뇌물입니다'라고 쓰여있었다.

펜 10자루의 뇌물이라????

프린터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았기에 일단 청소부터 해놓고 점검을 해 봤다.
다행이 큰 고장이 아님에 내가 더 기뻤다.
큰 고장이면 돈은 되겠지만 뇌물의 약발이 이미 맘깊이 스며있기에 이 제품
에 대해선 고객의 맘으로 바뀌어 있었다.

담당 직원이 수리를 하고 다시 내려보내면 되는데 맘으론 절대 그냥 내려보
낼 수 없는 제품이 되었다.  
뇌물 잘 못 먹음 큰일 나니깐, 답례 뇌물을 챙겨줘야징~

살면서 이런 뇌물은 매일 받고 싶다.

IP : 211.61.xxx.2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때찌때찌
    '03.12.30 9:37 AM (211.191.xxx.236)

    답례뇌물을 어떤걸루...^^
    사람을 상대로 하는일이 가장 힘들다고 하지만... 또 나름대로 상당한 보람을 느낄수 있는거 같애요.

  • 2. kate
    '03.12.30 10:36 AM (80.186.xxx.4)

    이 글 참 좋네요. 퍼갑니다. 제 블로그에 올려놓고 가끔가다 읽어보려구요. 2004년에는 저도 이렇게 구엽고 부담스럽지않게 아부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네요

  • 3. 이희숙
    '03.12.30 11:02 AM (211.219.xxx.40)

    일단 제품 포장하며 기본 서류에 좋아하는 글 한장과 메모 몇줄 ...
    답례 뇌물은 동호회 기념 타올(제가 도안해서 만들어 나름대로 이쁘다고 자부하는 수건임)과
    회사 이름이 인쇄된 마우스패드를 넣었구요 오늘쯤 지인이 보내는 제주도 귤이 도착될 예정인데
    발송전에 도착하면 귤도 몇개 넣어 박스의 빈 공간을 메꿔보렵니다.
    (일단 입을 막아야 뇌물의 뒷탈이 없을듯 싶기에...)

    어떤 연유로 같이 오게된 펜인지는 모르지만 2자루씩 포장된 5묶음의 펜이 제가 하는일에 보람을
    더해주었고 더구나 연말에 이런 고객을 대하다보니 1년의 보람도 같이 얻는것 같았습니다.

  • 4. ky26
    '03.12.30 4:28 PM (211.216.xxx.15)

    정말 기분 좋아지는 글이네요
    아무리 상막하다고 하지만
    아직 따뜻한 정 같은게 남아있는것 같아요

  • 5. 이희숙
    '03.12.30 5:13 PM (211.219.xxx.40)

    모두 감사 ^^ 귤은 늦게 도착해 같이 못보냈네요.
    감사하단 어설픈 전화보단 그냥 받으면서 기뻐하라고 조용히 보냈는데
    보내고 나니 꼭 어린아이같단 유치한 생각이 들지만 남한테 피해주는거 없으니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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