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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푸우님의 글을 읽다가

냔냐 조회수 : 883
작성일 : 2003-12-15 20:25:17
떠오른 제 일화입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외근 나갔다가 들어오는 길에 KFC에 들렀습니다(혼자). 점심 지난 시간이라 사람들 거의 없는데, 중국 관광객인듯한 남자들이 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중국말로 떠드는걸 듣고있으려니 갑자기  졸업 이후 멀리 했던 중국어로 말하고픈 충동이 생기더군요.

  홀린듯 중국어로 한마디 걸고 나니까 그사람들 너무 신나하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가이드인듯한 사람이 닭을 사가지고 오더라구요.  이 사람은 한국말 무지 잘하는 화교이고, 대만에서 온 친구들 관광시켜주고 있던 참이라 했습니다. 중국어 반 한국어 반 하며 그냥저냥 얘기했는데 저 퇴근 후 다시 만나자고 하더라구요.

그러마하고 연락처 알려주고 회사에 들어왔는데,  뭔가 사고를 친 것 같고 후회도 되고  전화가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한 맘에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퇴근무렵 전화가 왔습니다. 망설였지만 어느새 만날 약속을 하고 있더라구요. 명동에서 만나 저녁으로 무슨 찌갠가 전골을 먹었습니다.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2차로 장소를 옮기는 중에 눈이 내리더군요. 그때가 3,4월 쯤이었는데  대만 사람들 눈 보며 너무 신기해하고 좋아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습니다.
처음의 우려는 불식되고 저는 어느새 기분이 좋아지고 한층 업! 되어 오늘 많이 늦을 거라고 미리 집에 전화까지 해두었습니다. 이국어로 말하는 네 명(다섯명?)의 남자들 사이에서  저는 제가 무슨 글로벌인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친구인 화교들이 하나, 둘  여럿이 합류했습니다. 그래도 전 즐거웠습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여자 화교 둘이 합류한 후 어느 순간  아!  저는 대만인들 사이에 섬이 된 저를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음이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술이 거나해진 그들 중 하나가 제게 블루스를 강요하며 **도 하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황급히 도망치듯 대충 핑계를 대고 나왔습니다. 기분이 순식간에 싸늘해지고 꿈을 꾼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부끄럽고 화도 나고 무엇인지 모를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습니다.


   얼마 후 TV 채널을 돌리다 중국어 회화 프로그램에서 그때 그 여자 중 한 명이 원어민으로 출연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그때 그여자 둘, 중국인 남자들 사이에 있던 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들의 일별로 전 섬으로 고립된 저를 발견했던 거죠...
한동안 씁쓸한 기억이었는데 지금 되짚고 보니  우습고도 어리석은 해프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IP : 210.205.xxx.3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우
    '03.12.16 10:19 AM (218.52.xxx.59)

    섬으로 고립...
    맞네요,, 그땐 제가 섬이었네요,,ㅎㅎㅎ
    근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섬이 조금씩 없어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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