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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나쁜 언니일까요
전 대학생이구, 동생도 저랑 세살차이나는 대학생이에요.
위로는 오빠가 있는데 오빠도 저랑 세 살 차이가 나요.
삼남매중 둘째고 장녀라서 전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도와서 집안의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습니다.
엄마도 맏딸이 살림밑천이라고 가끔은 추켜세워도 주시고 더 자주는 혼내기도 많이 하셨죠.
그러다보니 저도 그걸 당연한듯이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동생은 막내고 성격도 저랑 다르게 성격이 솔직하고 애교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집안에서 예쁨받아왔어요.
물론 저도 동생을 아끼고요.
그런데 저도 머리가 좀 굵어졌달까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다보니
제 동생 하는 짓이 점점 밉상으로 보이고 뭔가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거에요
엄마는 말로는 저더러, 엄마가 너한테 가르쳐 준 것처럼 동생한테도 집안일 좀 가르치고 그러라지만
동생은 사실 좀 이기적인 성격이 있어서(밖에선 잘하는데 집안에선 심해요) 자기 일 아니면 집안일 거들떠도 안보거든요
너도 나랑 같이 일 좀 하자 내지는 내가 밥했으니 오늘은 네가 설거지 좀 해라
그러면 어 알았어 이따할게 그러고는 손도 까딱 안해요
엄마가 나중에 보시고 설거지도 안해놨니 화내시면 제가 가서 얼른 하죠 혼날까봐
매일 거의 이런 식이에요. 제가 화나서 동생한테 몇마디 하면 동생은 팩 토라지고
그럼 엄마는 은근히, 그냥 니가 하지 뭘 동생을 굳이 시키냐고...
그런 말 들으면 제가 부끄러워지죠. 억울하기도 하지만요
엄마가 이렇게 은연중에 차별아닌 차별하는 이유를 알기는 알아요 저도.
사실 어렸을때 전 친가에서, 동생은 외가에서 잠깐 자랐거든요. 조금 자라서 엄마아빠가 다시 데려오신거고
친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선 우리 가족이랑 친할머니랑 같이 지냈거든요
근데 친할머니가 당신 손으로 키우신 우리 오빠랑 저만 너무 예뻐하시고
고부갈등도 많이 심한 편이어서 할머니 돌아가시는 날까지 엄마랑 싸우셨어요
문제는 할머니가 제 동생한테 정이 없는지 관심을 안주셔서
엄마는 그것때문에도 속상하시고, 저한텐 할머니가 오냐오냐하니까 버릇이 나빠졌다고 혼내시고
그랬거든요. 할매랑 편먹고 니 동생 괴롭히냐는 말을 초등학생때 들었었는데 그게 너무 충격이라 아직도 안 잊혀져요
잘은모르겠지만 엄마한텐 아직도 그 시절 기억이 영향을 미치는건 아닌지.. 그런 생각 드네요.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엄만 늘 동생을 제쳐놓고 저한테 일을 시키실 때
넌 맏딸이잖아, 시집가서 어떡할래 뭐 그런 말씀하세요
제사상이나 차례상 차릴 때에도 동생은 내내 티비보고 자고..
쟨 너보다 어리잖니, 도움도 안되잖니, 그러면서 전 새벽부터 일하고 그랬어요
동생은 시집 안보내실거냐고 대들고싶어도 전 성격이 그냥 참는 편이라서 입을 못 떼겠어요
어차피 일은 제가 나서서 한다 해도 엄마는 꼭 동생 편만 들어줘야 하는가 싶어서 서럽고...
근데 한편으론 당연히 내가 할 일을 귀찮아서 동생한테 미루는건가 싶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하고...
근데 설거지 억지로 시키면 자기가 먹은 그릇이랑 수저만 빼서 씻고 나머지는 내버려두는
제 동생 보면 속이 막 뒤집혀요. 학교 생활하면서 선후배도 많이 만나고 그랬는데
솔직히 그건 사람끼리 예의가 아니잖아요. 차라리 후배같으면 혼을 내겠는데...
어떻게 동생이 남보다 더 어려운지...
제 가까운 친구한테 털어놓은 적도 있는데, 친구는 당연히 제 편 들어줘요.
근데 얜 나랑 아주 친한 친구라서 당연히 그렇게 말해주나 싶기도 하고
세상은 나랑 동년배들만 사는 것도 아니니까,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어른들한텐 당연한 이치일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여기다 한 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어른들이랑 말할 기회가 없어서...
제가 아량이 좀 부족한 언니인지... 진신으로 궁금해요.
집안에서 저만 희생한다는 식의 논지는 아니고요. 제 동생도 집안일 빼면 다른건 다 잘하고 남들한테도 잘하는 좋은 애에요.
평소엔 저랑 사이도 좋고요.
에휴 그냥 가끔 한탄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
'11.6.26 4:00 PM (59.19.xxx.19)근대,,지나고보니 형제라고 무조건 잘해주고 참아주고할 필요없더군요,,형제도 경쟁상대입니다 님도 요령껏 일하시고 동생일에 너무 신경쓰지마세요 다 내인생이 있는겁니다
2. 저도
'11.6.26 5:31 PM (180.224.xxx.136)세 살 터울 자매 키우는 엄마인데요. 이 글 읽으면서 우리 아이들 떠올렸네요.
어느 집이나 막내는 약간의 뺀질?거림이 있는것 같아요 ^^
저도 작은 아이는 늘 어린아이 같아 못믿어워 보이는 것도 있구요;;
지금 이 글을 두 자매에게 읽어주고.. **(작은아이)아~ 너도 자라면서 이러면 안된다 했어요.
저도 원글님 마음 공감하며.. 두 자매에게 공평한 엄마가 되는데 더 신경써야 겠어요~3. ...
'11.6.26 5:41 PM (211.49.xxx.55)도움되는 말씀은 못드리고...그냥 완전 공감해요-_-
하도하도 저 먹은거 안치우길래, 저 혼자 밥해먹고 제가 해먹은 것만 설겆이 했더니
정색하고 "왜 언니가 먹은 것만 설거지하냐"고 대드는데 정말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너는 왜 니가 먹은 것도 안치우냐"고 했더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고...
전 그냥 같이 안사는게 답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_-;;4. 동생분도
'11.6.26 6:02 PM (220.86.xxx.152)같이 하는게 맞아요. 그런데 부모님이신 어머니께서 언니인 니가 해라하니 하다하다 원글님이 지치신거겠지요. 공평하게 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동생분에게도 길게 보아서 좋구요. 이글 부모님이 보셔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5. 세자매
'11.6.26 6:08 PM (115.143.xxx.6)형만한 아우없다 잖아요
세자매의 엄마이면서, 저 또한 울언니 표현에 의하면 철없는 막내입니다
몇 살 차이를 떠나 맏이 만한 둘째, 셋째 없답니다
예외는 있을지언정
문득, 해외 멀리 가 있는 큰 딸래미가 보고 싶네요
맏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생들에게 양보만 하는 욕심없는 아니, 욕심내지 않는 큰 아이 ㅜㅜ6. ㅠㅠ
'11.6.26 11:47 PM (220.72.xxx.208)댓글들 모두 감사합니다.^^ 언니로 태어난 걸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도 스스로 필요할 것 같고 그러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