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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명의 내 강아지들아 잘 다녀와

울지 않으리 조회수 : 1,140
작성일 : 2011-06-20 22:11:04
오늘 해병대 입소식이 있었습니다

새벽밥 먹고 4시간 30분을 달려 포항에 있는 해병대 훈련장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십년 전

손바닥만한 배냇저고리도 커서 어쩔줄 몰라하던 작고 작은 아이가 발바닥 두개가 내 손안에 폭 잠기던 아들이

어느새

7센티 굽을 신은 저보다 더 커서 고개를 꺽어야 얼굴을 볼수 있고

저를 폭 안아주면 세상 무서울것이 없을만큼 듬직해졌습니다

훈련장 근방에서 점심을 먹는데

아들 옆에 앉은 남편을 보니 흰머리가 귓가에 보이더군요

아빠는 젊음을 바쳐 아들을 키웠고

아들은 아빠의 젊음을 먹고 자라주었네요

아들을 안은 포대기를 세상 무엇과도 바꿀수 없다는듯 천천히 병원 계단을 내려오던 남편의 스물 아홉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때 우리가 꾸었던 꿈

그때 우리가 가졌던 희망

무언가는 이루었고 무언가는 잊어버렸지만

여전히 우리는 셋이었습니다

짧게 깍은 머리로 모인 550명의 젊음이

운동장에 넙죽 엎드리며 어머님 감사합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하며 올리는 큰 절이

아프고 흐뭇하고 사랑스럽고 장하기만 한 내 강아지들

550명의 1144기 해병대 지원자들아

내 강아지들아

내 새끼들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눈물도 웃음도 오래오래 간직하는 좋은 추억 많이 가지고

훈련 잘 마치고 원하는 해병대 되어주기를

사랑한다

지금쯤 낯선 어둠 속에서 잠들려고 애써야 하는

대한민국 강아지들

대한민국 아들들아
IP : 119.200.xxx.13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울지 않으리
    '11.6.20 10:14 PM (119.200.xxx.136)

    참 이상도 하죠
    처음보는 아이들인데 .... 함께 모인 아이들이 다 낯설지가 않고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고 누구하나 이쁘지 않은 아이가 없는거에요
    짧게 깍은 머리도 커다란 손과 발도 여드름이 솟아난 볼도 어찌 그리 이쁘고 귀엽기만 하던지...

  • 2. 눈물이 나요
    '11.6.20 10:15 PM (220.88.xxx.199)

    저는 님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납니다.
    아직 고1 짜리 어린 아들이지만
    언젠가는 님처럼 군에 입대시킬 그날이 오겠지요.

    저도 님처럼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문득 기숙학교에 가있는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 싶네요.

  • 3. 1064기 엄마
    '11.6.20 10:21 PM (211.186.xxx.211)

    마음이 많이 허전하시지요.....
    지금은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겠지만
    세월, 정말 빨리 간답니다
    아드님, 훈단생활 잘 견디어내고
    늠름한 해병이 되길 기원드립니다

  • 4. 힘 내세요!!!
    '11.6.20 10:47 PM (211.196.xxx.222)

    작년7월에 군대 보내고 지금 최전방에 있지만
    점점 남자 다워지는 아들을 보면 마냥 아쉬워 할만한 세월은 아닌것 같아요..
    어머니도 아들들도 화이팅!!!

  • 5.
    '11.6.20 11:00 PM (222.107.xxx.54)

    원글님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아우.. 제 뒤에 자고 있는 17개월 꼬맹이도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겠죠? 아 저 눈물나요...

  • 6. 훈련병
    '11.6.20 11:57 PM (119.64.xxx.36)

    3월 21일 해군에 입병한 아들 생각에 ...애틋한 마음이 한참을 갔었답니다.
    그래도 요즘은 훈련받는동안 훈련교육사령부 홈페이지에서 훈련 상황들과 동영상 등이 올라오니까 한결 마음이 진정이 되는 듯 했답니다. 원글님도 얼른 홈페이지 방문하셔서 댓글도 남기세요...일주일 동안의 신검 마치면 옷이랑 소지품, 손편지 올겁니다...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해도 아직 몇 번은 더 울어야 하더이다...ㅠㅠ

  • 7. .
    '11.6.21 12:03 AM (211.52.xxx.83)

    아들형제 둔 엄마에요. 둘째는 불과 한달전만 해도 배냇저고리 입었었고요.
    이글 보니까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꼬물대는 저 두 녀석들이 7센티 굽 신고도 올려다볼 그날을 생각하니 괜시리...

  • 8. 그 마음
    '11.6.21 12:46 PM (175.116.xxx.69)

    저도 알아요.
    우리 큰아들, 작년9월에 입대했는데
    그 뒤로는
    길가다가 보이는 군인들은 전부 제 아들 같더군요.

    좀 있음 작은아들 군대갑니다..

  • 9. 미칠듯이
    '11.6.21 12:54 PM (175.119.xxx.206)

    눈물이 나네요.
    내년에 군대 보내야 하는 아들이 있습니다.
    군에서 사고소식이 들릴때마다 정말 보내기 싫습니다.
    누구를 위해 군대를 가야하는건지 정말 싫습니다.
    원글님 아들을 비롯
    군에 가야하는 이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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