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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래서 내가 전업을 선택했나봐..
둘째 출산이 임박했어요.
오전에 병원에 가니 자궁이 꽤 열렸다고 아마 오늘 내일 진통오겠다고 해요.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어쩐지 배도 괜히 심상찮게 아프고, 이슬도 좀 비추고 그렇네요.
예정일을 이미 며칠 넘겨서 양가 어른들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니 일단 이러저러하다고 전화를 드렸지요.
가까이 사시는 친정엄마께도 전화를 드리구요.
혹시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출산이 임박하면 엄마가 오셔서 큰애를 맡아주셔야 할테니
엄마 오후 스케줄도 알아놔야 했고.. 생각같아선 오늘 하루 만큼은 엄마가 애를 좀 봐주시면 어떨까 싶기도 했고..
하지만 엄마는 오늘도 두어시간 간격으로 약속이 있으시네요.
퇴직하신지 몇년 됐지만 아직 찾는 사람들이 많아 지역 사회에서 이런 저런 일을 맡으셨거든요.
원래 애한테 티비도 잘 안보여주고, 동생 태어나기 전까지라도 최선을 다 해주려고
큰애랑 웬만한 놀이감 다 찾아서 열심히 놀아주곤 하면서 요즈음을 보내고 있는데
오늘은 그냥 티비 틀어놓고 애가 그 앞에서 뒹굴든 말든 그냥 내버려두고 있어요.
시계를 보면서.. 아.. 이 시간이면 엄마가 약속과 약속 중간 시간이니 집에 좀 다녀가시라고 할까.. 싶다가도
에이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진 그냥 내 힘으로 하지 뭐.. 하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놔요.
큰애가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는 체질이라서 곧 저녁 준비도 해야겠고
오늘따라 애가 먹을 반찬도 없으니 좀 더 서둘러서 반찬거리도 좀 해야겠구요..
그러면서도 또 마음 한켠으론.. 친정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출산 임박했다고 전화도 드렸는데 오늘같은 날 엄마가 오셔서 반찬도 좀 해 주시고 그러면 좋겠다.. 싶지요..
하지만 역시 저는 엄마한테 도와달라는 전화를 못 드릴거에요. 엄마는 바쁘시니까요.
제 나이 서른 일곱, 어린 나이도 아니고 이제 막 살림을 시작한 새댁도 아니지요..
하지만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선 이 나이까지도 그냥 막 기대고 싶으면서도 슬슬 눈치를 보는..
속으로는 아직도 한참 어린 제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양이에요.
그냥.. 어릴 때 부터 그랬어요. 엄마랑 뭘 하고 싶고, 어디를 가고 싶고 해도,
아주 어릴 때 부터, 아니야, 엄마는 바빠, 엄마는 일 해야돼, 엄마 방해하면 안돼, 그랬거든요.
그러니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보고 막내답지 않게 철이 일찍 들었네, 맏딸처럼 든든하겠네.. 그랬어요.
제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요. 저도 그냥 마구 발 뻗고 투정도 부리고 떼도 쓰고 그러고 싶었거든요.
첫 애 출산전까지 저도 나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축에 들었어요.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이제 거의 2년 반도 넘게 지나가는데 아직도 복직하지 않겠냐는 요청 들어요.
저도 집에서 애랑 붙어서 살림하고 육아하면서 답답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내게는 뭐가 남을까..싶지만
단 하나의 심정.. 내 아이들도 나와 같이 자랄까봐.. 일하는 엄마를 보며 뭔가 억누르며 살까봐.. 마음을 접어요.
전업맘이건, 직장맘이건, 상황을 떠나서 모든 엄마는 대단하고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리고 우리 친정엄마에게 내색도 못하면서 나 혼자 서운해 하는 모습이 참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둘째를 낳으면 또 아등바등 내가 다 품고 지내면서 여전히 서운한 그 마음 숨기고 살 제 모습이 뻔히 보여서..
그냥 오늘은.. 제 감정에 빠져서 이렇게 있어봐요..
1. 사랑 많이 주세요.
'11.5.9 4:12 PM (210.121.xxx.67)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해요. 님 어머니도, 일하다 말고 얼마나 한번씩 슬프셨을까요?
사실 한국의 비정상적으로 긴 노동시간이 문제인 거지,
왜 꼭 모든 사랑은 엄마로부터만 받아야 하는 걸까요? 아직도 멀었지요. 과도기예요.
모두가 완벽한 조건에서 만족하며 사는 건 아닐 거예요. 님은 선택을 하셨고, 최선을 다하시면 돼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엄마가 되어주신다면, 그건 님의 허전함과 상처 덕일 겁니다. 거름인 거죠.
전업 엄마라고 아이의 사랑 욕구가 다 충족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마음 만큼 노력하셔서 좋은 엄마 되세요.2. d
'11.5.9 4:14 PM (203.234.xxx.81)님 둘째 순산하셔요! 그치만 둘째 조금 키워두신 뒤에는 복직도 고려해보세요 사람 심리가 내게 부족한 걸 베풀고 나면, 그것도 상당한 나의 희생과 바꾸어서요 내가 너한테 이렇게나 해줬는데,, 이런 마음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아픔을 아시니 어느 정도 절충도 하실 수 있는 분이라 여겨져 말씀드려요^^
3. .
'11.5.9 4:35 PM (14.52.xxx.167)부모자식관계가 완벽하기란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원글님 마음에 동감하구요,
저도 지금 전업에 임신중이라 남일 같지가 않은 마음이 들어 글 남깁니다. 순산하시고 행복하세요.4. 저도비슷
'11.5.9 5:08 PM (118.91.xxx.104)늘 가게일로 바쁜 엄마덕에....단한번도 도움을 받은적이 없네요.
내 스스로 도움을 청할 생각도 안하지만요. 그게 가끔은 슬프대요.
근데 또 아이러니한건...그런엄마싫어서 저또한 전업을 택했지만...내자식은 이런 집에만있는 엄마 싫다고 직장맘할지도 모른다는거...ㅜㅜ5. 이런 글을 보면
'11.5.9 5:27 PM (112.168.xxx.119)비슷한 상황에서도 사람은 참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껴요.
저도 항상 바쁜 부모님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그냥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했는데요.
울 엄마는 가슴아파하시더군요.
하루에 12시간 야간 공장일하고 낮에 피곤해서 자고 있으면 애들이 와서 놀자고 그럼 못놀아줘서 마음이 아팠다구요.
근데 저는 그런 기억은 없어요.
그냥 어려서부터 제 일은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부모님이 오신다고 하면 오히려 오시지 말라고 했구요. 간섭을 싫어해서 그런지..
내가 못받은 관심을 자식에게 주겠다.. 그래도 원글님처럼 기뻐할지는 모를일이에요. ^^;
사람마다 다르니까 내가 뭘 못해줬다 자책은 필요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을 채워주려는 부모마음은 좋아보입니다. 순산하시고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