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
몸 쓰시는 일 하시고
아파도 술담배 못 끊고
잘 안 씻고
매일 텔레비전만 끌어안고 사시고
엄마랑 투닥거리고
남들 앞에선 싫은 소리 못하면서 집에와선 흉보고
참 그렇고 그런, 시시한(?) 영감님이라 생각했어요.
아빠가 조만간 검진때문에 입원하시게 되었는데
심심할 때 읽을 마땅한 책이 없다 하시대요.
저희 집 책장에 있는 고만고만하고 대중적이고 가벼운 유행 수필, 실용서적, 그림과 사진 많은 책 권해드렸는데
아빠 말씀이 "추리 소설은 없냐?"
결국 아빠가 고르신 건 셜록 홈즈 전집이었어요.
제가 잊고 있었네요.
저 어릴 적 추리소설 전집 퇴근 길에 일주일에 한 권씩 사다 주시던 아빠를요.
그 때부터 제가 셜록 홈즈와 괴도 뤼팽, 포와로 등에 빠졌다는 것을요.
전에 아빠가 새 차 바꾸시고 차에서 들을만한 CD 찾으시길래
트로트나 들으시겠지.. 어른들 고만고만하게 좋아할 나훈아? 장윤정? 싶었는데
심수봉과 냇킹콜, 코니 프랜시스를 고르시더군요.
제가 또 잊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 서랍장을 꽉 채우던 톰 존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등의 테잎과 정성스레 자르고 붙인 소위 빽판들을요.
이제 다 흰 머리여서 염색 안 하고 그냥 둘 거라는 아빠를 보니
맘이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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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빠의 재발견
음 조회수 : 880
작성일 : 2011-04-21 13:34:30
IP : 14.63.xxx.3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1.4.21 1:37 PM (116.37.xxx.204)아빠도 한 때는 청년이었고
우리도 결국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이렇게 잊고 살지요.
원글님 아빠랑 더 친해지시겠네요.^^2. ...
'11.4.21 2:40 PM (203.234.xxx.3)어린 자식 혼내키지 말아라, 네가 지나왔던 길이다.
늙은 노인 비웃지 말아라, 네가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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