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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어머니 우리 아이 뇌수막염 극복기에요.

a 조회수 : 1,615
작성일 : 2011-03-23 13:33:22
지난번 뇌수막염 걸린 애기 엄마한테 글 쓰고 싶었는데.. 아이들 땜에 도저히 틈이 안나서..
오늘 글을 쓰게 되네요.

꼭 그 엄마가 제 글을 봤으면 좋겠어요.

혹시... 그 엄마의 후기를 기다렸던 분들이라면 죄송해요^^

우리 애기는 생후 50일에 뇌수막염에 걸렸어요.
당시 첫째가 26개월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제가 맞벌이엄마라... 첫째를 시터분이 봐주셨는데.. 갑자기 병이 나셔서.. 첫째를 봐주기가 힘든 상태였어요.
저 역시 휴직이 어려운 상황이고.. 양가 부모님 모두 멀리 계시고 해서..
첫째가 22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어요.

어린이집에 너무 어릴 때 갔었는지.. 감기에 자주 걸렸고..
제가 둘째를 낳고 집에 왔을 땐 첫째가 기침 감기로 목까지 쉰 상태였어요.

그래도 독하게 맘먹고 어린이집에 보내야했을까요.
동생 보고.. 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가 안스러워 두 아이를 한 집에 같이 봤어요.
첫째가 동생한테 가서 손 만지고 볼을 비비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랬는지..
신랑이 출장을 간 날 저녁..
둘째가 유난히 보채더라구요. 아주 고음으로 울면서.
열은 37.5도 정도였구요.
시어머님께서 그 와계셨는데 첫째가 동생을 때려서 놀란거 같다고 한의원에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느낌이 너무 이상한거에요.
그래서 다음 날 낮에 큰 병원에 갔는데.. 바로 입원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구요.
병원에 갈 때 열은 37.5도 였는데... 병원에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39도가 되더군요.

아이의 높은 울음소리... 소변검사 이상 무, 엑스레이 검사 이상 무..
뇌수막염 검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전 그 때까지도 담담했어요. 미쳤었나봐요. 큰 병이 아닐거라는 그런 생각이었죠.
검사 결과.. 뇌수막염.

의사가 오더니..
백혈구 수치가 1,600으로... 자기네 병원에서 최상급에 속하는 아주 위험한 상태로
치사율도 높고.. 치료가 된다고 해도 장애가 남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50일 된 우리 아기는 너무 작은데....
병원에서 쓸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의 항생제와...
뇌압 상승을 막아주는 주사, 염증치료 주사..
주사를 무려 5가지를 8시간 간격으로 맞기 시작했어요.

무서웠죠.
두려웠죠.
기도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아이는 그렇게 3일을 자더라구요.
3일동안 아이가 열이 오르지 않자.. 의사선생님께서는 예후가 좋다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하셨어요.
2011년 1월 1일.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MRI 검사, 뇌수막염 재검사를 했죠.
아이의 눈동자는 돌아가고.. 그게 경련이라 하더군요.

의사는 뇌염 같다면서 아주 심각해 질 수 있다고 했어요.
적혈구 수치가 나왔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건..
강건한 마음으로 기도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 동안 제가 살면서 늘 불만불평이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 불만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어요.
성실한 신랑과 잘 커주는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되는 낡은 아파트에..
구두쇠처럼 아껴써야.. 되는 형편이 너무 싫었어요.
넓은 새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몹시 부러웠고..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시부모님께도 원망했죠.

그런데 말이죠.
아이가 아프니까... 그냥 그 모든것들이 허망했어요.
오순도순 사는게 제일 행복이다.
정말 매사 감사하며 살아야지.. 그런 생각이 제일 많이 들더군요.

저 지금도 가끔 불만 생길 때 우리 아이 아플 때 생각 많이 하면 마음이 가라앉아요.

아이는... 3일 열이 나더니.. 다행이 다시 오르지 않았어요.
병원에서 제일 쎈 항생제 주사는... 어른들도 맞으면 아파서 운대요.
우리 아이는 그 주사를 20일을 넘게 맞았어요.
그 주사액이 들어갈 때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데 그 때 정말 뭐라 설명할 수 없을정도로
마음이 아프죠.

열이 내리자... 뇌파 검사를 시작했고..
아이의 뇌파에서 이상파가 잡혔어요.
뇌파검사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고... 통원치료를 하기로 하고
아이는 한달만에 병원에서 퇴원했어요.


저는 아픈 아이를 집에 두고 출근을 했고..
3주간 회사에 온갖 욕을 얻어먹으며..^^
휴직계를 내고
지금은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아이 10초 대기조로.. 잘 때도 아이를 지켜 보고 있을 정도로..
이 아이를 어떻게 잘 기를것인가... 두렵고 무서웠어요.


병원에서 가장 위험한 케이스였던
우리 아이는 뇌수막염은 아주 치료가 잘 되었어요.
청력 이상 문제가 있을거라 했는데
청력도 괜찮고 MRI 검사 결과도 이상 없고..
뇌파 검사에 잡힌 이상파 때문에.. (이게 반복되면 간질이 된다고 하더군요)
약물치료를 했지만 2달만에 뇌파도 좋아져서 약도 이제 끊었어요.

항경련제를 먹은 아이라.. 예방접종도 못했는데..
의사선생님께서 이제 시작해도 될거 같다고 하셔서
어제 DPT와 소아마비 시작했구요.

선생님께서 모든 발달 과정을 지켜보자고 하셔서..
아직도 매일매일이 조심스러운 엄마지만...
아이가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커줄거라 믿어요.

그 때 응급실 갔던 어머니...
꼭 힘내세요.
우리나라 의료진 정말 훌륭해요!!
그리고 아이는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서 잘 극복해요!!

IP : 210.181.xxx.232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식간에
    '11.3.23 1:43 PM (211.57.xxx.106)

    글을 끝까지 읽었어요.
    아는 분 아이는 뇌염인데 아직도 병원에 있어요. 1월에 입원했는데
    2달을 중환자실에서 있다가 일반병실로 간지 얼마 안돼요.
    뇌염은 더 심각해서 아직 결과는 모르겠는데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아기옆에 있어요.
    저도 아기가 안스러워 늘 기도해주고 있어요.
    원글님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저도 기도할께요.

  • 2. 글 쓰려고...
    '11.3.23 1:45 PM (211.238.xxx.39)

    ...로그인했어요.
    제 아이도 생후 1달 무렵에 원글님 아이와 비슷한 열이 나서 응급실 갔다가 다음날 외래진료갔다가 척수액 검사하고 바로 1주일간 입원치료 받았었어요. 주삿바늘을 온통 머리에 꽂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경미한 정도의 뇌수막염이었는데도 얼마나 놀라고 울었는지 몰라요. 지금은 그 아기가 건강한 초등학교 2학년이 됐어요.
    원글님 아기도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랄게요. 또 응급실 갔다던 그 아기도요....

  • 3. 저는
    '11.3.23 2:10 PM (168.131.xxx.200)

    칠순넘으신 친정아버지께서 뇌수막염 걸린거 기억나네요. 고열에 잠만 주무신다기에 처음에 동네 병원 갔는데 치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대학병원으로 옮겨서 검사했는데 전 병원에서 찍었던 엑스레이같은거 보지도 않고 검사를 다시 다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뇌수막염이래요. 근데 증상은 정말 치매 걸린 사람하고 똑같아요. 워낙 약을 끼고 사시던 분이시라 항생제도 잘 안 듣고 겨우 찾은 항생제로 나았어요. 항생제만 들으면 회복은 금방이더라구요.
    아기들 열나면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가고 안 듣는다 싶으면 병원 바꾸고 해야 되겠더라구요.

  • 4. 그쵸.
    '11.3.23 4:30 PM (114.204.xxx.13)

    새해 첫날 여기에 축하해달라는 글 쓴사람입니다. ^^ 세상의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였어요. 이년동안 힘든 병원생활과 피말리는 수술들.. 그리고 평생장애를 가지고 살수 있다는 불안감... 그 시간동안 정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모든것들이 감사했어요. 우리아가 지난밤도 아무런 일없이 지났다는 그 감사함... 일분일초 눈을 못 떼셨다고 했죠? 저두 그랬어요. 뇌에 이상이 있던거여서 항경련약을 먹어도 듣지 않았거든요. 저희 아이는 경련을 하면 숨을 못쉬어서... 정말 잠자다 후 하는 소리에 저절로 잠이 깼어요. 그렇게 3년을 살았어요. 지금은 참 건강해졌어요. 약도 안 먹고 학교도 잘 다니고 건강합니다. 너무나 행복합니다. 그럼에도...아침에 못 일어나는거에도 화도 내고, 공부도 안한다고 혼내기도 하고...
    살아만 있어준다면 다 용서(?)할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원글님 덕분에 천사표 엄마로 살아야겠다고 다시 맘 잡아 봅니다. 글고 원글님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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