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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를 토닥여요.. 조회수 : 574
작성일 : 2011-03-21 14:22:03

남편과 사이가 안좋습니다.
날짜를 세어보면 곧 한달 되어가요.
둘 다 아무 대책없이 서로를 피하면서 그냥 경멸하고만 있어요.

그 와중에 뱃속엔 곧 태어날 둘째가 꼼지락 거리고 있구요,
지금 안방 침대에선 제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아는 두돌된 큰애가 새근새근 자고 있어요.
아침마다 눈을 뜨면.. 또 날이 밝았네.. 오늘은 어찌 시간을 보내지.. 한숨부터 나와요.

그래도 큰 애가 있으니 아침 챙겨먹이면서 저도 옆에서 밥을 한술 뜨고는 해요.
며칠 전엔 문득, 니가 있어서 내가 밥이라도 끼니 맞춰 먹는구나, 니가 나를 살리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제 오전에 저희 동네에 비가 많이 왔어요.
오랜만에 보는 바람결에 흩날리지 않고 그대로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였지요.
큰 애 데리고 장보러 가는길에 음식 쓰레기를 내다 버리려고
한손엔 우산을 들고 한손엔 쓰레기를 냄비에 담아 들고 간다는게,
냄비가 그만 손에서 미끄러져 아파트 주차장에서 땡그랑 땡땡하면서 다 쏟아져 버렸어요.
우리집에서 나온 쓰레기라 그닥 더럽단 생각도 미처 못하고 그냥 그채로 맨손으로
나물이며 김치며 과일껍질같은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다시 주워담다가..

이 널부러진 음식 쓰레기들이 꼭 나 같다.. 내가 꼭 저 쓰레기 같아.. 그런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눈 앞을 가릴만큼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그동안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졌나봐요.
그리고는 그 후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눈물이 나고, 티비를 봐도 눈물이 나고,
애가 노는걸 보면서도 눈물이 나고, 지금도 그냥 눈물이 나네요.

내가 한명 더 있어서,
내 마음 그대로 꼭 알아주는 내가 한명 더 있어서,
제 곁에서 바로 지금 나를 꼭 안고 조용히 토닥여줬으면 좋겠어요. ..
IP : 121.147.xxx.17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3.21 2:43 PM (124.197.xxx.150)

    님의슬픔이 너무 아프게 전해져오네요.
    하지만 님 두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어여 기운내세요..

  • 2. 토닥토닥
    '11.3.21 2:50 PM (1.101.xxx.254)

    이 남자와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요 ㅠㅠ 제 옆에도 두돌된 아기가 자고 있어요. 이 아이 아니었음 지금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눈물만 납니다.

  • 3. ..
    '11.3.21 2:52 PM (61.250.xxx.2)

    마음이 짠하네요.. 제옆에 계심 꼭 안아드리고 싶네요..
    어떤일로 두분이 힘든지 알 수 없지만 지혜롭게 잘 해결하시길 바래요.
    아이도 냉랭한 집안 공기를 느껴서 많이 위축되고 힘들꺼에요.
    뱃속에 아기를 위해서라도 좋은생각 하시고, 즐겁게 생활하셔야지요. 얼른 기운내세요.

  • 4. 또다른나
    '11.3.21 2:52 PM (59.6.xxx.116)

    감성이 풍부하신 분이네요.
    위로를 드려야하는데 문장에 감탄하고 있으니...
    임신중이라서 더 예민해져 있을거예요.
    훌훌 털으시고 맛난음식 많이 만들어
    큰애 먹이면서 더불어 건강해지세요.
    둘째 만날 생각 즐겁게 많이 하시고요.
    힘 내시기 바랍니다

  • 5. 쉰훌쩍
    '11.3.21 2:54 PM (118.34.xxx.85)

    다른 어떤분에게도 같은 댓글 달아드렸는데 대화하세요
    그리고 싸우더라도 대화하세요 선후가 이렇다고 대화하세요
    앙탈도 부리세요 침묵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품이 그립고 당신의 관심을 기다린다고
    직접 말하세요 울면서 성토하세요 거짓없이 자존심 세우지말고
    진솔하게 하고픈말 다 하세요. 그러면 답 나옵니다....

  • 6. ...
    '11.3.21 2:59 PM (125.140.xxx.88)

    많이 슬프신거 같아 제 마음이 다 아파오네요.
    한참 아이낳고 키우고 할때 남편도 어찌 그리 밖으로만 신경을 쓰고
    제마음을 몰라 주던지...저도 그때 생각하면 정말 힘든기억이 더 많네요.
    그런데 이제 세월흘러 오십이 넘고 보니 제옆에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네요.
    서로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이십년 넘은 세월을 함께 한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어떤 신뢰감과 측은지심이 같이 느껴지는 그런 관계인데 나이들수록 더
    소중하게 생각되네요.
    님의 그런 마음 그저 과정일 뿐일거에요. 스스로 밝게 마음먹으시고 대인배처럼 이겨내세요.

  • 7. 눈물 나요
    '11.3.21 6:37 PM (211.204.xxx.86)

    원하시는 댓글은 아니겠지만....어쩜 글을 이렇게 잘 쓰시나요....
    블로그 만들어 글을 한 번 써보세요. 오늘의 감정을, 일기처럼....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많은 해소가 된다고하죠. 자신을 점점 더 객관적으로 보게도 되구요.
    글 쓰고 읽어보고...하다보면 자신의 원하는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 수 있을지도몰라요.

    미성숙하고 부모준비가 덜 된 성인 둘이 만나서 둘 다 힘든거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그맘때쯤....대부분의 여자들이, 남편들이 그렇게 힘들답니다.
    님 먹여살리는 아드님 보면서 힘내시구, 즐겁게 태교해보세요....

  • 8. ,,,
    '11.3.21 6:43 PM (116.120.xxx.220)

    결혼생활이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그러면서 사는게 인생이고요
    흐린날이 있음 개인날도오고요
    부부간에 자존심 아무쓰잘데 없는건데
    젊어서는 왜그리 자존심을 내세웠는지요
    지는게 이기는거라는걸 50이넘어서야 알았네요
    사는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애들생각해서 즐겁게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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