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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옷 가지고 놀기 :-)

| 조회수 : 17,782 | 추천수 : 1
작성일 : 2016-12-06 00:16:26
해야 할 일을 미룬채 (채점기간이어요 ㅠ.ㅠ) 하는 82쿡 구경은 언제나 재미지죠 :-)
리빙데코에 오랜만에 왔어요.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옷을 만들며 즐거웠거든요.





제가 곧 휴가 여행을 떠나요.






인터넷 후기들을 보니 가족 단체 셔츠를 맞춰입고들 여행을 즐기더군요.
이렇게 가족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면 미아사고도 방지할 수 있고 또 여행의 즐거움이 더 크겠더군요.


허나....

이미 막대한 여행경비를 지출한 터라, 한 벌에 20-30달러나 하는 옷을 사자니 손이 막 오그라들었어요.
네 식구가 한 벌씩 입으면 거진 100달러, 십만원이 넘는 금액이니까요.

사실, 여행이 끝나면 저 옷을 어디 다른 곳에 입고 다닐 수도 없고 집에서 잠옷으로나 입게 될텐데...
십만원을 절약하면 다른 곳에 훨씬 유용하게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집 가훈, 없으면 만들자!
를 마음에 새기며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족 단체 셔츠를 만들었어요.
재료비를 넉넉하게 잡아도 30달러가 안되게 들었고, 남은 재료는 다음에 또 사용할 수 있고, 또 우리가 직접 만든 옷을 입고 가족 여행을 간다는 즐거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만큼 큰 즐거움이죠.





다림질해서 붙이는 레터링을 고르는 것이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이었어요.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판 레터링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의 이름을 쓰려면 여러 셋트를 사야 하고, 남는 글자는 버려야 하는 낭비, 그리고 글자 셋트를 필요할 만큼 구입하면 차라리 완제품 셔츠를 사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갔어요.






게다가 글자체도 별로 마음에 안들고...
해서 글씨를 직접 만들기로 했어요.
종이에 글씨를 프린트 해서 오린 다음...






접착 천에 글씨 하나하나를 거꾸로 대고 따라 그려서...







그걸 또 다 오렸죠...
눈이 흐려지고 손이 떨리는 기나긴 작업이었죠.
제 아들 이름이 죤 이나 밥 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어요 :-)



참, 저 글씨는 디즈니 체 인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원하는 글자를 디즈니 체로 써주는 싸이트가 있어요.
글씨 크기 조절도 가능하고 물론 무료이죠 :-)





다리미로 30초간 눌러주면 글씨가 옷에 딱 달라붙어요.
이 무지 셔츠는 한 벌에 4달러 주고 구입했습니다.
네 식구니까 16달러 들었어요.







다음은 디즈니의 상징과도 같은 미키마우스 대가..., 아니 죄송, 머리 모양 그리기입니다 :-)







천에 사용할 수 있는 물감으로 스텐실을 했는데 붓이나 스폰지로 칠하지 않고 이렇게 물감을 뿌려봤어요.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요리에 이런 데코를 많이 하죠?
그래서 한 번 흉내내어 봤어요 ㅎㅎㅎ







조금 더 멋스러운 느낌이 나는지요?
사실은, 매끈하게 칠하다가 실수해서 물감이 밖으로 삐져 나가면 보기 싫을 것 같아서 눈속임으로 이렇게 한 거예요.







이렇게 셔츠 네 벌을 만들고 남은 물감으로 아이들은 자기 셔츠 한 벌씩을 원하는대로 꾸미고 놀았어요.
그리고 저는 코난군의 학교 행사에 필요한 의상을 만들었어요.
방학 전날에 아동극 공연을 하는데 화려한 색상의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옷을 입어야 한대요.

(아이들 키우시는 분들은 그린치 라는 동화나 영화를 아시죠? 제 아들이 거기에 엑스트라 - 지나가는 애들 ㅋㅋㅋ - 역으로 출연하는 모양인데, 그 오리지널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요란벅적한 옷을 입어야 한대요.)

구두쇠인 제가 가족 셔츠도 직접 만들고 할로윈 코스튬도 직접 만드는 판국에, 그깟 무대의상을 돈을 주고 구입할 리가요...
옷장을 뒤져서 이런 크리스마스 색깔의 헌 옷을 찾았습니다.







코난군이 무척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그려진 옷인데 이젠 낡고 작아서 무대 의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승락을 했어요.
글씨와 무늬를 가리려고 물감과 스티커로 꾸몄습니다.
스티커는 달러샵에서 1달러 주고 산 것인데 반짝거려서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면 1달러보다 큰 가치를 발휘할 것 같아요.







어느날 해리포터 영화를 보다가 해리가 갖고 있는 것과 똑같은 목도리를 사달라길래, 목도리보다 싼 털실을 사서 목도리에다 모자까지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모자 꼭대기 부분을 뜰 때는 코를 줄여가며 떠야해서 집중을 해야 하는데 자꾸만 가족들이 말을 시켜서 고생했어요 ㅎㅎㅎ







오빠가 하는 건 똑같이 따라해야 직성이 풀리는 둘리양에게도 4달러 짜리 털실로 모자와 목도리를 떠주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에 만들 것도 많고 그래서 즐길 재미도 많으네요.

모두들 따뜻하고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언삭궁
    '16.12.6 9:07 AM

    엄마란 뭘까?
    소년공원님의 힘과 능력발휘는 정말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며 매번 감탄합니다.

    요즘 매주 소도시에서 하는 시위집회를 딸, 손녀딸과 (9개월) 참석하며
    아가에게 모자와 목도리 떠서 따뜻하게 입혀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소년공원님의 작품을 감상하며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데~~

  • 소년공원
    '16.12.7 12:09 AM

    매주 집회에 나가시는 개념찬 어머님이자 할머님이시군요!

    님의 닉네임이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네요.
    말이 많으면 자주 궁지에 몰리게 된다...
    마음에 깊이 새길만한 말씀입니다 :-)

    참, 아기들 목도리나 모자는 싸이즈가 작아서 금방 완성할 수 있어 좋더군요.
    저도 사흘만에 두 아이들 모자와 목도리를 완성했어요.
    다언삭궁님이라면 하루 이틀 안에 예쁜 작품 완성하시리라 믿습니다.
    동기부여!
    되셨나요?
    ㅎㅎㅎ

  • 2. 즐거운혼밥녀
    '16.12.9 9:46 AM

    파는 디즈니 셔츠보다 100배 이쁘네요 - 노력과 공을 제외한 순수한 디자인 만으로도요^^

  • 소년공원
    '16.12.10 12:18 AM

    어머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다른 건 다 그저 그런데...
    미술은 정말 못하거든요.
    그 뭐랄까...
    미적 감각 같은 게 많이 뒤떨어져요.
    그래도 아이들 덕분에 맨날 뭘 만들고 뚝딱거리다보니 이만큼이나마 발전한 것 같아요.

  • 3. 조금느리게
    '16.12.10 7:36 PM

    멋져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지요?

  • 소년공원
    '16.12.10 11:53 PM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큼 훌륭한 엄마는 못됩니다.
    안중근 의사나 유관순 열사 정도는 되어야 자녀들이 자랑스러워해도 부끄럽지 않을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요...?
    ^___^

    저는 그냥...
    아이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 4. 엄마는노력중
    '16.12.12 10:21 AM

    한국에 계셨어도 똑같은 육아 하셨을까요?^^
    큰애 입시를 치루어 가며, 늦둥이는 선행시키느라 남는 에너지가 1도 없는..건조한 엄마 반성하고 갑니다.
    애들 가르치느라..저도 똑똑해져 가고 있는 이 웃픈 상황
    공부 탈출하고 싶어요. ㅎ

  • 소년공원
    '16.12.13 1:21 AM

    님의 닉네임이 바로 우리의 마음!

    잘나고 훌륭한 자랑스런 엄마는 못되어도, 최소한 노력은 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주겠죠?

    저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

  • 5. 헝글강냉
    '16.12.13 9:19 AM

    와 디즈니 크루즈!!! 저도 크루즈에 로망이 있어서 ㅎㅎㅎ
    아이들 더 크기 전에 한번 타 보고 싶은데 후기 꼭 부탁드려요 ^^
    티셔츠 정말 멋지네요 아이디어 얻고 갑니다 ~ 저도 아들 happy birthday 가랜더 만들때 파는건 맘에도 안들고 비싸서 펠트지사가지고 딱 소년공원님처럼 했어요 ^^ 왠지 동질감이 들어 반가웠다는요 ㅎㅎ 게다가 아들래미 이름 스펠링 무려 7 개 ㅜㅜ 영어이름을 왜 안만든다는 거야 투덜거렸어요 ㅋㅋㅋ 톰 이런걸로 ㅋㅋ

  • 소년공원
    '16.12.14 1:16 AM - 삭제된댓글

    눈알이 빙빙 돌고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서 숨도 참고 해야 하는 가위질...
    그걸 해보셨군요!
    동지 만나 반가워요 :-)

    디즈니 크루즈는 열 달 전에 예약해놓고 이제 드디어 출발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apiacare.net/boypark
    에 가셔서 제목에 디즈니 크루즈 로 검색하시면 제가 여행 준비하는 글을 보실 수 있어요.
    거기에 후기도 올릴 예정입니다.
    시간 날 때 와서 구경해주세요.

  • 소년공원
    '16.12.14 1:16 AM

    눈알이 빙빙 돌고 손끝이 부들부들 떨려서 숨도 참고 해야 하는 가위질...
    그걸 해보셨군요!
    동지 만나 반가워요 :-)

    디즈니 크루즈는 열 달 전에 예약해놓고 이제 드디어 출발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apiacere.net/boypark
    에 가셔서 제목에 디즈니 크루즈 로 검색하시면 제가 여행 준비하는 글을 보실 수 있어요.
    거기에 후기도 올릴 예정입니다.
    시간 날 때 와서 구경해주세요.

  • 6. 다이아
    '16.12.16 10:25 AM

    우렁손톱이라고 아세요?
    제가 그 우렁손톱을 가지고 있어요. 엄지가 우렁손톱이면 손재주가 많다고
    저만 보면 사람들이 이야기 하곤 했는데 그건 우렁손톱을 가진 사람을 위한
    위로의 말이였을까요?(참고로 저는 어렸을때 부터 우렁손톱에 대한 창피함이나
    트라우마는 없었어요. 원래그런가보다 했어요 ㅋㅋ)
    손재주가 하나도 없는 저로서는 뚝딱뚝딱 잘 만들어내는 소년공원님이 부러울 뿐이네요.
    우리엄마는 저 어렸을때 가디건이며 목도리며 모자며 잘 만들어 주셨는데..
    작아지면 풀러서 또 떠주곤 했는데... 저는 엄마를 닮지 않은 모양입니다 ㅎㅎ

  • 소년공원
    '16.12.18 4:40 AM

    우렁손톱... 참 귀여운 이름이어요 :-)
    저는 개인적으로 손톱모양과 손재주의 상관관계를 믿지 않습니다만... ㅎㅎㅎ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은 동의합니다.
    저는 피할 수 없어서 즐기고 있는 것일 뿐이구요.

    다이아 님은 어떤 것을 즐기고 계신가요?

  • 소년공원
    '17.1.10 12:46 AM

    다이아 님,
    도시락 사진들을 보고 우렁손톱에 대한 속설이 근거있는 말이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
    역시 어릴 때 어머님 어깨너머로 보고 자란 실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닌가봐요.

    님 덕분에 저 오늘 당장 도시락 싸서 출근했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시락 사진 올려주세요!

  • 7. 삼성불매운동
    '16.12.18 10:22 AM

    대단해요~
    가족티 미키님 머리 스크래치 느낌의 물감기법
    고급지고요~
    헌티가 파티를 주도할 만한 느낌 하며..
    뜨게 모자며 목도리까지...
    박수 보냅니다~
    멋진 크루즈 되시기 바랍니다^^

  • 소년공원
    '17.1.3 8:09 AM

    부끄러운 솜씨에 박수를 보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게 감사합니다 :-)
    여행은 즐겁게 잘 다녀왔어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 8. 나나나
    '17.1.7 12:03 PM

    세상에, 뜨게질까지 할 줄 아세요?;;; 정말 만능 엄마인 듯. 가족들이 정말 너무 사랑할 것 같아~
    저는 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요즘 괜히 손이 근질근질 하고 조금 우울해서 취미로 뜨게질을 하면 어떨까 생각중이였는데, 한국은 털실이 참 비싸더라구요 ㅠㅠ

  • 9. 나나나
    '17.1.7 12:03 PM

    헉;; 위에 오타에요. 사랑할 것 같아요...라고 적었는데 왜 ~이 표시가 나왔는지요;;;

  • 소년공원
    '17.1.10 12:49 AM

    쑥떡같이 말하셔도 찰떡같이 알아듣습니다 저는 :-)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마시고 싸구려 털실로 부담없이 뜨개질을 시작해보세요.
    완성하면 여기에 보여주시구요.
    우울증 확! 날아가 버렷!
    하고 빌어드립니다.

  • 10. 100
    '17.1.7 5:22 PM

    와....글씨를 하나하나 오리시다니
    예전에 아이 가랜드에 아이 이름새길때
    나는 왜 이런것을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었는데
    저만 혼자 그런 길을 걷는 것이 아니었어요 ㅎㅎㅎㅎㅎㅎ
    덕분에 외롭지 않네요 ㅎㅎㅎㅎ♡

  • 소년공원
    '17.1.10 12:51 AM

    ㅋㅋㅋ
    자괴감... 맞아요 :-)
    외롭지 않은 동지 만나서 저도 기쁩니다.
    그나저나...
    프랑스 십자수는 글자 오리는 것보다 더 심한 자괴감이 들겠던데...
    힘내세요!

  • 11. 소년공원
    '17.1.10 12:51 AM - 삭제된댓글

    ㅋㅋㅋ
    자괴감... 맞아요 :-)
    외롭지 않은 동지 만나서 저도 기쁩니다.
    그나저나...
    프랑스 십자수는 글자 오리는 것보다 더 심한 자괴감이 들겠던데...
    힘내세요!

  • 12. 열무김치
    '17.3.23 5:58 AM

    글씨를 하나하나 거꾸로.........존경하옵니다. 엄마계에 하이브리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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