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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크림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 조회수 : 3,709 | 추천수 : 3
작성일 : 2014-12-09 21:44:23




2009년 12월에 우리집에
유기묘의 상태로 왔던 우리 큰 고양딸 크림이가
2014년 12월 9일 새벽 2시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너무나 순둥순둥해서
고양이들의 부처님이라고 불렀지요.
캔을 따면 저쪽에서부터 후련하고도 행복한 걸음걸이로 뛰어왔던것이 생각 나네요.

딱 하루 아팠고 
침을 너무 흘려서 병원에 가서 이물질이 의심된다고 초음파 하고 엑스레이 찍고
주사 두대 맞고 
약 주사기로 먹이고 잘 먹었다고 칭찬받고
동생의 유리너리 사료 뺏어먹고 
그리고 새벽에 발작끝에 죽어버렸어요.

이 아이를 데리고 왔던 큰아이가
방앞에서 너무 큰 소리가 나서 새벽 1시 49분에 저를 깨웠고 십분정도 지나서 쓰다듬어주는 제 손밑에서
눈도 못감고 가버렸어요.

오늘 광주 애완동물 화장소에서
혼자 가서 아이 화장시키고 돌아와서
하루종일 얼마나 울었는지 머리가 다 아파요.

아이들과 지금까지 크림 회상하고 크림인 이랬어. 크림이가 이랬지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지금 크림의 유골을 쥐고 혼잣말을 합니다.
크림아 미안해
엄마가 이렇게 예쁜 크림이가 털을 날린다고 미용을 하다 실패해서
크림이 등만 미용이 되서 사자가 되었다고 머리통만 크다고 놀려서 미안해.
통조림 많이 못줘서 미안해.
비타캣스틱 좋아했는데 그것도 늘 동생 보리만 많이 주고 크림이는 나눠먹게 해서 정말 미안해.
동생 보리 유리너리 사료 좋아했는데 보리꺼야 하고 못먹게 해서 미안해.
크림아 정말 미안해.
못살려줘서 미안해.
오래오래 살 줄 알았는데
하루만 아프고 그렇게 가버리기 있기 없기...
너무 슬픕니다.
정말 이렇게 슬픈 일은 없었던거 같아요.
이제 더이상 반려묘를 늘릴수는 없을거 같아요.

동생 보리는 그 과정을 다 봐서 그런지 놀라있고
커피는 아무것도 못봐서인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고 있고
그 와중에 우유는 위염이 걸렸는지 여기저기 토하고 다니고 있네요.
우유는 다 큰 길고양이로 우리집에 와서 잡을수도 없는데 아프지 말아야지..
왜 또 아플까...
커피가 무섭게 굴어서 스트레스일까요.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고
전 습관처럼 크림? 하고 부르고 울고
크릉크릉 하는 환청을 듣습니다.

이제 외출했다 돌아오면 마중나오는 아이도 없고
새벽에 제가 일어나면 꼭 제 발을 휘감던 아이도 없네요.
우리 크림이 이렇게나 제게 큰 존재라는걸
죽고나서야 알았어요.

천국엔 고양이 너무 싫어하던 우리 아빠가 먼저 가계시는데
새벽에 아빠를 꿈에서 만나 말씀드렸어요
아빠 크림이 죽었어. 아빠는 못본 고양이.
그러니까 아빠는 그럼 이렇게 해야지. 하고 뭔가 계획을 세우는 얼굴이셨는데 그걸 보고 잠에서 깼어요.
거기서도 이사람 저사람에게 붙임성있고
창문밖을 바라보기 좋아하는 고양이로 잘 살까요.
크림이는 저희집 창밖에서 꽤 오래 살다 들어온 고양이라
봄이되면 그곳에 뿌려주려구요.

저랑 날이 따수울때면 종종 바깥 나들이를 했었답니다.
크림이때문에 전화번호 적힌 목걸이를 샀는데 
그걸 유골이 들은 복주머니에 같이 넣어주고
흔들어봅니다.
크림이가 움직일때마다 들리던 소리가 거기서 나요.

박스를 좋아하고 
종이봉투도 좋아했는데
우리 크림 거기도 그게 많을라나 모르겠다..

엄마가 크림 많이 사랑해.
기다리고 있음 금방 갈게..
치로 (carid)

운동좋아하고 고양이 좋아하고 사람의 아이들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리고 먹는것도 좋아해요.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디자이노이드
    '14.12.9 10:15 PM

    하나 보내봤는데.......
    머리가 아프다는 말씀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토닥토닥

  • 2. 복숭아
    '14.12.9 10:45 PM

    크림이는 분명히 엄마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ㅠㅠ

  • 3. 등대
    '14.12.9 11:44 PM

    얼마나 힘드실지 저도 작년에 겪어서 잘 알고 있어요.
    크림이는 치로님을 만나서 행복했을거예요.
    남은 냥이들과 힘내서 크림이 추억해 주세요.

  • 4. 마샤
    '14.12.10 12:29 AM

    크림이 아버님 곁에서 그릉대며 잘있을거에요.
    끝까지 부처고양이였다 싶네요
    엄마 힘들까봐 딱하루 앓고 간걸 보면요.
    근데 녀석 엄마가 마음의 준비할 시간은 줬어야지.
    야속한녀석...

  • 5. 리본
    '14.12.10 2:37 AM

    치로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슬픈 소식을 가지고 오셨네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건가요?
    크림이 명복을 빕니다 ㅠㅠ

  • 6. 캐시캣
    '14.12.10 8:23 AM

    치로님 고양이는 알고도 모른척 하는거에요
    제가 키우는 고양이들도 다 그래요
    제 경험으로는 우유는 병이 아니고 스트레스에요
    제 고양이도 큰 스트레스 받고 토하고 그래서 병원 갔더니 스트레성 위염이라고 하더라구요
    안정하니까 나아요
    남은 고양들은 살아야 되니까 상처 잊고 모른척 살거에요
    그래도 상처 절대로 못 잊지요
    우유는 지켜보시고 안나으면 병원 가세요
    스트레스 받아서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고 위에 병이 생겼을수도 있거든요

  • 7. 고든콜
    '14.12.10 11:34 AM - 삭제된댓글

    아침부터 눈물바람이네요..아침에 길고양이 뉴스보고도 속상했는데..ㅜㅜ
    그래도 크림이 마지막 몇년을 좋은 엄마 만나서 충분히 행복했을거에요..힘내세요..

  • 8. 산티아고
    '14.12.10 11:38 AM

    댓글 한 번 단 적 없지만 치로님 고양이들 좋아했어요. 이름도 좋아하고 사연도 좋아하고 우유가 어여 마음 열기를 바랐고요, 오랜만에 오셨는데 이런 슬픈 소식이라니... 저도 늙은 고양이들 셋이나 있어서 남일 같지 않네요ㅜ.ㅜ 모쪼록 크림이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편안하기를, 치로님 그리고 가족분들 커피랑 우유 모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우리 아이들 먼저 가서 나중에 우리 마중나올거에요..

  • 9. 그린 티
    '14.12.10 9:26 PM

    지금 네이버에서 성시경 캐롤곡 음악 감상회 틀어 놓고 이 글 읽었는데..눈물이 막 나오네요.
    반려견,반려묘가 있는 집의 님들은 다 같은 마음일거에요.
    저 위에 캐시캣님 말씀처럼 고양이들 다 알면서도 모르는척..ㅠㅠ
    저도 우리집 냥이 이불속에서 코~ 하고 있을때 이불 들치고 꼭 껴안고..
    아프지 말고 엄마하고 오래도록 살아야 해..
    치로님 어쩔거나...아무리 위로를 해주어도 치로님 마음속에 크림이가 있는데...

  • 10. 동동입니다
    '14.12.10 11:57 PM

    아... 치로님....
    창밖에서 살던 크림이 집안으로 들여
    좋은 엄마 해주신 사랑받은 치로님
    크림이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내면서 먼 훗날 마중나와줄거에요.
    보리랑 커피도 짠해서...
    치로님 기운내세요.

  • 11. emile
    '14.12.11 6:40 PM

    어떤 연으로 인해 새롭게 찾아오는 인연..
    또 그 인연이 다하였기에 떠나 보내야만 하는 아픔..
    그 과정 속에서 많은것을 배우게 되는거 같습니다.
    힘내세요 치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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