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이야기...(퍼온글)

| 조회수 : 1,130 | 추천수 : 75
작성일 : 2006-09-29 23:05:02
내게는 핸드폰 두 대가 있다. 한 대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 핸드폰을 사드렸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올 3월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일을 보시러 나간 후 '띵동'하고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어머님 것이었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난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치매증상이 오신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 여사 비 오는데 우산 가지고 마중가려는데 몇 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 싶네"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거라."

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끊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네 시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알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던 것도 안다. 미안하다."

그날 이후 아버님은 다시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짠~~하죠...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우엄마
    '06.10.1 8:19 PM

    정말 짜아안 하네요...
    올 7월 하늘나라에가신 친정아버지가 더욱 그리워 집니다...
    몇번이고 불러보아도
    찾아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6164 이야기...(퍼온글) 1 Alice 2006.09.29 1,130 75
6163 백두산의 가을.... 1 rkdmfgidrl 2006.09.29 929 35
6162 코스모스 2 안나돌리 2006.09.29 929 40
6161 단풍 초입~ 8 밤과꿈 2006.09.29 967 12
6160 리심을 읽다가 만난 들라클로와 2 intotheself 2006.09.29 1,448 87
6159 평온한 개울가... 윤덕이와 엄마... 4 정호영 2006.09.28 1,522 32
6158 울 딸 좀 봐주세요 ~ 3 예진호맘 2006.09.28 1,490 44
6157 물장난 삼매경 - 여름의 끝을 잡고.. 6 선물상자 2006.09.28 1,050 8
6156 수묵화 한편~~~~~~~~~~~~~~~~~ 1 도도/道導 2006.09.28 909 15
6155 가을을 느끼려면~ 1 안나돌리 2006.09.28 1,041 51
6154 what a surprise!!-peacemaker님에게 2 intotheself 2006.09.28 1,100 57
6153 귀염둥이 조카~ 1 신진희 2006.09.28 1,071 22
6152 아침 일찍 만나는 꽃~~~~~~~~~~~~~~~~~~~~~ 2 도도/道導 2006.09.27 932 24
6151 힘껏 불어!! 3 건포도 2006.09.27 1,794 195
6150 덕담 한마디 나누어요~ 6 경빈마마 2006.09.27 1,581 14
6149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4 intotheself 2006.09.27 1,295 26
6148 하회 담연재에서 ....탈춤 도현맘 2006.09.26 1,382 57
6147 담쟁이 앞에서 느낀 인생의 사계 1 intotheself 2006.09.26 1,117 25
6146 우체국 계단 2 밤과꿈 2006.09.26 1,190 37
6145 나도 남자야~ 1 준&민 2006.09.26 1,324 16
6144 이른 시간의 축복~~~~~~~~~~~~~~ 도도/道導 2006.09.26 987 38
6143 함양 상림 (가을에 가면 정말 좋아요~~ ) 3 zusammen5 2006.09.26 1,841 11
6142 대여료가 만 원이라고요? intotheself 2006.09.25 1,390 23
6141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 엘리프 2006.09.25 986 20
6140 달리기 1 노니 2006.09.25 1,088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