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사람이란 것이

| 조회수 : 9,90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9-04-11 09:51:16

어제 일찍

오늘 쑥 가래떡을 할 쑥과 쌀을 준비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끝내고

이제 방앗간에 떡을 맡기러 갈 시간인데

참으로 오랫만에 만사가 귀찮아 지고 움직이기 싫어

집에서 25km 거리에 있는 읍내 떡방앗간에 가는 일을 미적거리디가

오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없이 읍내 방앗간에 가서

준비한 삶은 쑥과 불린 쌀을 맡기고 왔다.

그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거거릴 정도로 오래 전에도

오늘 아침과 같이

만사가 귀찮아 지면서

손발을 움직이기조차 싫을 정도로 귀찮던 때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이 귀찮아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에 들기도 했었다.


쑥과 쌀을 가지고 읍내 방앗간에 가는 동안에도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거지?"

이번에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한진 조중훈회장의 죽음이 생각나면서

재산이 수 십조 라는 국내 굴지의 재벌가 회장도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고 빈손으로 가는데

나는 무엇을 얻으려고 이처럼 억척을 떨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재산이 넘치는 사람들이야 죽으면 묘역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고

갖은 석물을 세워 죽은 후 에도 자신을 과시하기도 하지만

죽어 땅 속에 묻힌 시체에게 그런들 어떤 의미가 있을가?

소수 부가 넘치는 사람들을 빼고

대부분 다수의 사람들이

전에는 죽어도 몇 평 땅을 차지하고 누워서

해마다 철이 되면 후손들이 벌초를 해주는 보살침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 평 땅도 차지하는 것도 사치여서

죽으면 불에 태워져 작은 용기에 담아져

생전 한번 보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닭장처럼 만들어진 작은 칸에 넣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화장후 한줌의 재가 되어

이름도 모르는 산야나 흐르는 물에 뿌려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사람이 살다가 갈 때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채 빈손으로 가는 것을

마치 생전에 얻은 것들을 모두 가지고 가기라도 할 것 처럼

그리 욕심에 쩔어 한시도 쉬지 못하고

억척을 떨어대며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지

세상 모든 일이 참으로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삶은 쑥과 불린 쌀을 방앗간에 맡기도 돌아 오니

오늘 약속을 어기지 않고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하고 안심이 이 무슨 변덕인지.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050 청주 한의원 추천요망 3 thrupass 2019.07.12 10,601 0
    35049 모자 안녕자두 2019.06.27 9,480 0
    35048 손은 큰데 길이는 짧은 주방 고무장갑 없을까요? 7 happyh 2019.06.22 10,293 0
    35047 뮤지컬 중 “비상구는 없다”악보는? 씁쓸녀 2019.06.21 8,783 0
    35046 출근길 서울출발 고양시행 지하철 많이 붐비나요? 1 릴리푸리 2019.06.17 9,257 0
    35045 리더스코스메틱 90퍼나 할인한다네요~ 2 마마미 2019.06.03 11,541 0
    35044 전기자전거 자랑합니다 2 마마미 2019.05.23 11,830 0
    35043 식빵 구울때 쓰는 버터? 7 너무슬퍼요 2019.04.25 18,111 0
    35042 세탁기만 쓰면 옷에 하얀게 묻는데 뭘까요? 9 happyh 2019.04.21 15,325 0
    35041 자동차 와이퍼로 화장실 바닥 물기 제거하시는 분? 3 happyh 2019.04.21 13,381 0
    35040 소이현씨는 왜 안늙을까요.. 5 나약꼬리 2019.04.15 19,887 0
    35039 WTO 승소를 보며: 2008년 미 쇠고기 파동 과거사 정리 필.. notscience 2019.04.12 9,721 0
    35038 사람이란 것이 해남사는 농부 2019.04.11 9,906 0
    35037 비타민c 파우더 유통기한 3 pqpq 2019.04.10 11,855 0
    35036 월플렉스 시안과 실제 모습 비교해 주세요. 17 니마 2019.04.08 13,260 0
    35035 영어 잘하시는 분 짧은 거 하나만 도움주세요 2 whiteee 2019.04.05 12,123 0
    35034 하루를 산다"는 것 해남사는 농부 2019.04.04 10,924 0
    35033 작은 행복 해남사는 농부 2019.04.02 9,817 0
    35032 여자들의 시샘 1 해남사는 농부 2019.04.01 13,452 0
    35031 부부싸움 2, 절대 해서는 안 될 금기어들 2 해남사는 농부 2019.03.31 17,168 0
    35030 대중은 왜 가난한가? 17 1 해남사는 농부 2019.03.28 11,222 0
    35029 취미로 하는 악기연습.. 3 1 fkgm 2019.03.27 11,952 0
    35028 행복의 조건 3 해남사는 농부 2019.03.24 9,657 0
    35027 행복의 조건 2 해남사는 농부 2019.03.24 9,024 0
    35026 행복의 조건 1 1 해남사는 농부 2019.03.23 10,85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