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배경은 강원도 정선 산골마을... 눈이 맨날 와서 눈 치우는 게 일인 그런 마을입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어느 한집 눈을 열심히 치워주곤 도망치듯 사라져 버립니다.....왜냐하면
이 할머니가 가장 자주 하시는 말씀은
그래서 엄청 무서운 호랑이 할머니신가 했더니 설핏 귀여운 느낌까지 드는 90세 이인옥 할머님...
할머니는 50대 때부터 척추 문제로 허리가 굽으셨지만 생활의 불편이 없으시고
후레쉬만 있으면 웬만한 것도 다 잘 보일 만큼 정정하십니다.
그런데 귀가 약간 어두운 할머니가 쉬시는 동안
마을분들이 드나들면서 연탄 갈아주고 반찬 가져다주고 떡도 가져다주고....우렁각시가 한두 명이 아니네요.
(50장 압박 때문에 몇 분은 잘랐어요 ㅠ.ㅠ)
할머니께 들키면 큰일나기 때문에 얼른 얼른 도움을 주고 가시는 마을분들.... 왜 이런 일이???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는 본인의 땅(16000제곱미터 상당)과 집을 모두 마을에 기부하고
기초수급 지원비만으로 생활하고 계신 것이었어요.
하루에 한 번 배달되는 기초수급 도시락을 3등분하여 하루 식사를 해결하십니다.
도시락에 관한 피디의 농담 하나로도 너무 즐거워하시는 할머니는 빵을 나눠먹자며 자꾸 피디를 재촉하시고...
자꾸 재촉하신 이유는
그런 할머니가 아침부터 꽃단장에 돌입하셨네요.... 이렇게 세수도 꼼꼼히 하시고
머리도 예쁘게 쪽 지으시고
잘 안 입던 코트에다가
평소에는 잘 안 신은 털신까지!!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게 분명하군요..
할머니, 어디 가세요? 위험해 보이는 눈 덮힌 언덕길을 거쳐서 어디를 가시나 봤더니
바로 20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묘소. 봉분이 2개가 있는 건 옆에 미리 할머니 묘자리까지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라고...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할아버지는 마을에서 송덕비를 세워주고 회장님이라고 높여 불렀을 만큼 인망이 높으신 분이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분. 이 두분이 어떤 일을 하셨기에 마을에서 이렇게 존경받는 걸까예?
바로 이런 일을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이북에서 피난내려오셔서 가져온 재산과 농사지은 돈으로 마을에 방제초등학교를 세우셨고
할머니는 굶어서 소나무 껍질을 뜯어먹을 지경이었던 탄광촌 150명의 아이들에게 밥을 해먹이셨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두 내외분의 자녀얘기는 하나도 없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두 내외분에게도 세 딸이 있었어요..
그런데 피난통에 굶주림으로 그만 세 아이를 모두 잃으셨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방제초교 아이들을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키우고 돌보신 거라고 하십니다.
방송국에서는 방제초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을 널리 찾았고....과연 찾을 수 있을까예?
그 사이 할머니는 숨을 몰아쉬며 어디론가 가고 계시고..... 예쁘게 입으신 걸 보니까 뭔가 중요한 행사?
바로 기초수급 지원비를 모은 돈으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주시는 거였닭. 큰 사람 되라는 덕담도 해주셨고....
사실 할머니의 존재 자체가 아이들에겐 제일 큰 교육이 될 것 같네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삶을 사신 할머니.
돈이 최고로 중요한 세상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 베푸실 수 있으세요?
할머니의 말씀. 남들은 자식이 있으니까 더 힘들지만 우리 두 내외는 둘만 있으니까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으셨다고 하심...
배고픔은 참으면 때를 넘길 수 있지만 배움은 때가 있으니 아이들 교육에 모든 걸 헌신할 수 있으셨다는 할머니.
애타게 찾던 방제초등학교 출신 중 4명이 연락이 닿아 할머니를 찾아왔고....
90세의 연세에도 기억력이 비상해서 4명의 가족사항이나 특징을 줄줄 꿰시는 할머니....
이제 중년을 훌쩍 넘고 강릉에서 크게 사업체를 하고 있는 졸업생은
어렸을 적 할머니가 맛있게 만들어주시던 메밀국수를 준비해 왔고....
3시간 넘게 차로 달려와 그 사이 퉁퉁 불었지만 맛있게 드시는 할머니와 졸업생들....
달리 어릴 때의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어 열심히 잘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졸업생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가야 할 시간. 졸업생들은 오래오래 사시라며,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고...
할머니는 졸업생들이 가고도 한참을 그 길을 바라보며 서 계시다가... 그러다가 갑자기!
막무가내(?)로 제작진 손을 끌고 들어가시는 할머니. 왜요, 할머니???
이제 서울로 가야 하는 제작진 손을 꼭 붙잡고 마지막으로 주고 싶으셨던 건
손모양 구경하려고 하는 거라고 우기시며, 방안에서 이리저리 도망치는 피디를 기어이 붙잡고 쥐어주신 건
피디랑 스텝들 빵 사먹을 돈 2만원.....ㅠㅠ
할머니에게 돈은 마음이었고....
거절할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돈 2만원. 이 안에 담긴 마음을 언제쯤 닮아갈 수 있을까예?
돈을 똥이 아닌
거름으로 쓰신 할머니.
할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할머니처럼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