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삶의 파도

가을비 조회수 : 1,987
작성일 : 2011-10-15 21:24:57

아이는 학교에 가고, 토요일인 오늘, 저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이 아니어서, 오랫만에 집청소를 했습니다.

침대매트리스도 탁탁 털어 세워놓고 이불도 다 볕에 말리고, 재활용쓰레기도 버리고, 걸레도 빨아 구석구석 닦아내고,

유리창들도 닦아내고, 냉장고위도 닦아내다보니, 백원짜리 일곱개가 있더군요. 벌써 연필도 몇자루씩 주웠고요.

활짝 열어놓은 창문들과 현관문사이로 넘실대는 바람의 물결들이 가을 그대로네요.

 

설겆이가 끝난 그릇들이 소독기안에서 바짝 말라가는 토요일 오전...

커피한잔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창문밖 세상을 바라보니, 주홍으로 물든 앞산이 부드럽게 누워있는 모습앞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삶은 파도가 만장이나 되는 삶인것 같았거든요.

전 어떤 직장을 가던지 제가 제일 일을 많이해요.

예전에 정형외과에서 근무할때에도, 소독돌리고, 비품만들고 정리하고 등등의 일들을 상대적으로 제가 더 많이 했고, 친구관계역시, 폭넓지가 못한데다가, 그마저도 제쪽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상한건 어딜가던, 똑같은 일을 해도, 제가 더많이 하게되고 제가 더 윗사람들에게 짜증을 많이 받는편이에요.

왜 그런걸까요?

이제 내일만 지나고, 월요일이 오면 아파트단지내 가정어린이집에 보육교사로 근무한지 한달입니다. 첫월급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많이 혼났고, 많이 꾸중을 들었습니다.

옆 선생님들은 서로 잡담도 하고, 핸드폰도 서로 보여주며 살짝살짝 쉬기도 하는데 저만 어린이집에서 일을 거의도맡아 하는것같이 어깨가 힘듭니다.

아이들이 워낙 어리고 걷는다해도 비뚤비뚤 걷기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한시도 눈을 떼지못합니다.

선생님들은 방에 들어가 아이도 재워가면서 서로 잡담도 하는데 저만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말해주고, 안아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글썽글썽해지고 혼자된것같고..

 

너무 힘들고 많이 혼나고 게다가 평가인증을 앞두고 있어서 모두가 예민해진 상태라, 갑자기 아이가 우는 소리가 난다거나, 하면 곧바로 원장님이 저를 부르면서 짜증을 부려요.

임선생! 뭐하는거야, 왜 울어!~

금요일인 어제, 비가 추적추적..

베란다난간엔 벌써 빗방울들이 동글동글 매달려있는데 세시반정도쯤 되자, 아기들 몇이 찡얼대더라구요.

제 곁에 선생님들은 아이들 자는 방에 들어가 계시고 거실엔 제가 혼자.. 원장님은 그 부근 책상옆에서 서류에 정신없고 주방선생님은 간식 끝난것 치우는 소리외에는 오랫만에 조용하더라구요/

조용하면 혼날까봐, 얼른 아이들과 놀아줬어요. 말도못하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울길래.

얘들아, 오늘 비가 왔나보다. 어머, 빗방울이 똑똑똑 창문을 두드렸어요, 똑똑똑.. 들어오라고 할까요? 네, 들어오세요..

라고 해볼까? 손흔들어볼까,우리?

여덥시 아침출근부터 아이들 뒷처리에, 또 눈맞추며 대화하기에.. 그러고도 계속 혼나고..

마음이 울적해서 오후 네시 퇴근무렵이면 마음도 몸도 후줄근.. 그 몸으로 아파트단지내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걸어오면

슬픔..집엔 아이혼자 기다림.

IP : 124.195.xxx.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플럼스카페
    '11.10.16 12:31 PM (122.32.xxx.11)

    저희 둘째가 4살에 처음 간 어린이집에 4살 처음반 선생님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서 갓 취업한 지금 제 나이쯤 되는 아줌마 선생님이었어요.
    다른 엄마들은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내심 더 반갑고 좋았어요.
    다들 미혼의 젊은 선생님들이었는데 그 틈에서 갓 부임한 교사로서 또 경력은 더 많은
    아가씨들 틈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시는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원글님 쓰신 것처럼
    늘 일만 하시는 듯 보였네요. 그 분은 지금 당신 집에서 가정 어린이집을 차리셨어요.
    글 사이 사이 갓 시작한 직장에 대한 고달픔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이실 것도 같고요.
    또 아이 엄마니깐 당연히 아이에 대한 고민도 행간에 다 묻어나네요.

    집청소 묘사하신 부분이 청신인 듯, 상쾌하여 마치 저희집이 그런 거 같아
    상쾌하게 읽었습니다.
    또 내일이면 월요일이네요. 힘 내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747 나꼼수를 알고나서..... 11 분당 아줌마.. 2011/12/21 2,175
49746 오늘 추운거 맞죠? 9 11 2011/12/21 1,931
49745 이제 시작합니다 ㅜ.ㅜ 2 렌스 2011/12/21 708
49744 애들 논술, 동네 논술이냐, 솔루니냐 고민인데요 3 논술 괜찮나.. 2011/12/21 1,818
49743 급)발열내의 효과가 정말 없을까요? 7 라맨 2011/12/21 1,597
49742 시댁식구와 동행시 운전하는 남편 옆에는 누가 앉나요? 38 며느리 2011/12/21 8,025
49741 갤럭시 s2 케이스 추천부탁드려요~ ^^ 2011/12/21 500
49740 도와주셔요 ㅠㅠㅠ고1여자 13 ㅠㅠ 2011/12/21 2,391
49739 도와주세요..아들 군대문제!!!! 12 명랑시민 2011/12/21 1,783
49738 밑에 겨울에 옷 많이 사셨다고 남편과 다툼하신 글보고 제가 산것.. 4 ㅁㄴ 2011/12/21 2,132
49737 아이패드 중고를 살까하는데 리퍼가 뭔가요? 8 아이패드 2011/12/21 2,877
49736 집에 와이파이존 만드는거요... 4 궁금 2011/12/21 1,684
49735 반영구아이라인 1차하고 난 후엔 원래 이렇게 희미한가요? 7 바닐라 2011/12/21 2,229
49734 초등3학년 여자아인데 너무 뚱뚱해요. 이번방학때 운동 시키고 .. 8 키즈짐 2011/12/21 2,658
49733 전자동 커피머신 좀 봐주세요. 2 커피 2011/12/21 1,233
49732 데체코 스파게티면은 어떤가요?? 5 스파게티 2011/12/21 2,142
49731 sk브로드밴드에서하는 인터넷 쓰시는분 9 뭐가뭔지.... 2011/12/21 1,220
49730 82쿡....아이폰에서 로그인이 안되요....맞나요? 3 단미희야 2011/12/21 622
49729 줄임말 많이 쓰잖아요. 그 중에 '개취'라는 말을 들으면... 28 검은나비 2011/12/21 1,903
49728 초3 남자아이 행동 느린거 어떻게 고칠수 있을까요? 3 우울 2011/12/21 1,421
49727 리홈 스팀청소기 쓰시는 분들은 물통을 어떻게 말리세요?? 1 스팀 2011/12/21 854
49726 예전에 학교다닐때 우리 담임이 해결사이였는데 2 왕따해결사 2011/12/21 893
49725 제 글좀 읽어주세요-유치원생대접받았어요 7 보육교사 2011/12/21 999
49724 주진우 기자 책 기다리시는 분~~ 2 참맛 2011/12/21 1,263
49723 배우 문성근 씨 부산 출마 유력 (부산일보 기사) 6 세우실 2011/12/21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