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동서 얘기 하나...

트집일까 조회수 : 2,535
작성일 : 2011-10-11 21:59:15

제게는 동서가 한 명 있습니다.

제 친동생과 동갑이라, 어린 나이에 일찍 시집 와서 아이 낳고 고생하는 것 같아 정말로 동생처럼 대했어요.

제 동생은 친정 집에서 룰루랄라 놀면서 보내는데, 동서는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정말로 짠했거든요.

 

요리며 설거지며 과일 깎는 것 하나도 제가 시켜본 적 없어요.

전 일하고 동서는 전업이지만.... 제사 지낼 때나 명절 때나 당일에 와도 싫은 내색 하나 안 했어요.

 

아무튼 시어머니가 시샘할 정도로 매우 사이 좋은 동서지간이었는데요..

제 친동생이 결혼하면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전 동서를 친동생처럼 대하고, 정말로 뭐 하나 시키거나 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제부에게 별 불만을 다 품는 겁니다 ;;

그냥 다 못마땅하고, 자기랑은 안 맞고, 자기 동생이었으면 패줬을 거래요.

 

툭 하면 제부 욕이니, 열받아서 저도 동서 흠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제사 때에도 설거지 하나 하지 않고, 상에 음식 하나 나르지 않는다고.

김장 담글 때에도 김장 다 담그면 와서 보쌈 먹고 김장 싸가는 것 못 봤냐고.

제사, 차례 준비할 때도 전 한 번 부치는 거 봤냐고.

 

평소에는 나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제부 욕을 하는 바람에 욱 해서 흠을 찾다 보니....

정말로 흠이 많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사람이란 게 그런가 봐요.

 

아무튼.. 그러다 문득, 중고 용품들을 파는 카페에서 동서의 글들을 보게 되고 말았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동서네 아이들이 나이가 가까워서,

아기 때부터 아기 용품들은 물론 옷, 신발, 장난감까지 전부 그냥 주고 있거든요.

제 친구들은 아깝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아깝지가 않았어요.

어차피 저는 안 쓰는 물건, 갖고 있어 무얼 하냐 싶었고...

친구 아이들에게 줄 수도 있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은 동서네 줘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주고 싶었거든요.

(헌 것만 주지 않습니다. 헌 것들 줄 때 꼭 새 것 하나씩 사서 같이 줬어요.

기분 상할까 싶어, 헌 것들 물려주는 거 기분 나쁘진 않은지 매번 확인하고 주고요..)

 

제가 준 것들을.. 고스란히 팔고 있더군요.

보행기며, 바운서며, 신발이며, 모자며, 장난감이며... 몽땅요.

그 글들을 본 순간, 기분이 확 나빠져 버렸어요.

 

사실은 친정 조카도 동서네 아이들과 같은 나이거든요.

친정 조카 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동서네가 더 형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동서네에 고스란히 주고 있는데......

오버스럽겠지만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어차피 제 손을 떠난 거... 어떻게 처분하든 동서 마음이다...

쿨 하게 마음 먹으려고 했는데,

겨울 용품 정리하면서... 솔직히 주기가 아깝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희도 형편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양가에서 첫째..라서 얻어 입힐 곳이 없어서 사입히고 사쓰는 거고요.

또 친정 쪽에서 도움을 많이 주고 선물을 많이 줘서, 고가의 옷과 제품들도 좀 있습니다.

(버x리나 폴x 같은... 그런 것들은 조카들에게 입히지도 않고 바로 팔더군요.)

 

제가 기분 나빠하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이 안 좋기는 합니다.

 

동서는 어디까지나 동서.

딱 그렇게 선을 그어야 하나 봐요.

IP : 219.251.xxx.13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ㄹㄹㄹ
    '11.10.11 10:05 PM (115.143.xxx.59)

    당연하죠..저도 동서한테 겉으론 잘해주지만..속으로 벼르는 중이랍니다.
    큰엄마가 조카들한테 잘해줘봤자..그애들이 커서 알아주지도않을텐데..잘해주지 마세요.

  • 2. 세상에나
    '11.10.11 10:07 PM (222.107.xxx.215)

    제법 괘씸하네요.
    앞으로는 친정 동생 챙겨주시고
    동서한테는 주지 마세요.
    기껏 생각해서 물려준 옷들이며 물건들을
    그런 식으로 처분하다니...

  • 3. ..
    '11.10.11 10:10 PM (175.124.xxx.46)

    형편이 어렵다니
    본인이 쓰고 싶지만
    팔아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만들려고
    그 돈으로 아이 먹거리나 그런 더 요긴한 데 쓰려고
    그러는게 아닐까요?

  • 4. ..
    '11.10.11 10:12 PM (112.184.xxx.111)

    한쪽이 맘써주고 배려해 주면 상대가 받아주고 알아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맞더라구요.
    저도 동서한테 신경써 준걸 그 반대로 받아 행동하는거 보구 정말 정내미 떨어져서 선 긋고 더 이상은 안하게 되더라구요.
    원글님 속상하시겠어요.
    동서가 복을 찼네요.

  • 5. 저는
    '11.10.11 10:14 PM (180.64.xxx.42)

    조카 초등 입학한다고 삼국유사사기 한 질을 선물했는데(올케랑 같이 가서 구입한 거였어요)
    얼마 지나 집에 가보니 그 책에 돈을 더 얹어 교원책을 샀더라구요.
    조카가 얘기해 줘서 알았는데 님 말씀처럼 내 손에서 떠난 일 신경쓰지 말자 생각했지만
    섭섭하기도 하고 괘심하기도 하더라구요.
    그 뒤로는 조카 책 선물 바로 끊었어요.
    해줘도 고마운줄 모르고 아무리 자기 거라지만 맘대로 처분하는 것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978 6억 정도에 살 수 있는 32평 아파트 추천 부탁드려요 9 서울로 가자.. 2011/10/16 3,518
23977 시댁가서 이제는 예 아니요 몰라요 3단어만 하려구요 1 3단어 2011/10/16 2,795
23976 아침에 도전 1000곡에서 장윤정이요.. 1 dd 2011/10/16 2,436
23975 나꼼의 가장 뜨거운 대목. 주진우 기자의 깊고 떨리는 목소리 9 참맛 2011/10/16 2,970
23974 이사할때 어떤부분을 많이 고려하시나요? 1 고민맘 2011/10/16 1,236
23973 프렌치카페 1/2 칼로리 맛 괜찮네요. 1 ~~~ 2011/10/16 1,704
23972 하루 냉동게 간장게장 괜찮을까요? 5 게장 2011/10/16 2,287
23971 시부모님과 함께 살기^^~ 2 이래서 안되.. 2011/10/16 2,623
23970 오늘 튓에 웃긴 거 세엣~ 6 참맛 2011/10/16 1,876
23969 난 책 읽기가 좋아 3 비룡소 2011/10/16 1,457
23968 딸 자랑 하고 싶어요. 만원 어디로 보낼까요? ^^ 19 *** 2011/10/16 3,679
23967 31년된 폐허같은 건물 보세요~ 6 폐허 2011/10/16 2,662
23966 이승환이 왜이렇게 갸름하고 멋있어졌나요.. 9 지금 티비... 2011/10/16 3,723
23965 서울시장 선거 막판 최대 변수는 이거 아닐까요 1 ^^ 2011/10/16 1,319
23964 트렌치코트가 중년 이미지? 7 .. 2011/10/16 2,964
23963 어제 밤 12시 넘어서까지 드릴로 화장실 공사했어요. 1 똘아이 2011/10/16 1,951
23962 35년된아파트1층 세놓는거 문제 없을까요?? 1 보수,관리 2011/10/16 1,714
23961 아래 정신분열 여친 얘기를 보고... 9 ........ 2011/10/16 5,009
23960 영문 해석 도움좀 부탁드립니다. 5 동구리 2011/10/16 1,330
23959 도요타 2 자유 2011/10/16 1,583
23958 광고글잡아주세요..ㅠ.ㅠ 2 희망 2011/10/16 924
23957 안과 진료 하나요? 1 소아과에서 2011/10/16 1,028
23956 넷북 속도가 현저히 느립니다. 디스크 조각 모음 외에 방법 없나.. 6 0000 2011/10/16 2,706
23955 홍반장님은 왜 나오셨나 모르겠어요 5 나꼼수 2011/10/16 2,119
23954 혹시 음식할 때 고무장갑 끼는 분 계시는지요? 10 키리쿠 2011/10/16 4,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