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저번에 자게에 올라왔던 베스트 글 아닌가요?
신기하구만요 ㅎㅎ
조선일보 클릭수 보태주는건 싫어서 우선 전문 옮겨와 볼게요 ㅎㅎ
[태평로] 댁의 아이, 괜찮으세요? 김형기 논설위원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부가 글을 올렸다. "조금 전 중1 아들이 친구아이와 놀다가 싸우고 들어왔어요. 잠시 후 제 휴대폰에 발신자 미확인 문자가 떴어요. '부모×발년아 아들×같네 찌질.' 가슴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그 아이한테 전화를 걸어 "네가 그랬니" 했더니 처음엔 아니라고 버티더군요. 그러다 "통신사 가서 확인하면 다 나온다. 솔직히 얘기하면 용서해주지만 네가 한 짓으로 밝혀지면 부모님과 학교에 알릴 수밖에 없다"고 하니까 사실은 자기가 그랬다고 털어놓네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현명할까요…."
커뮤니티 회원 90여명이 댓글을 달았다.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갈렸다. ①아이 부모에게 알려서 더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 부모는 자기 자식에 그런 면이 있다는 걸 모를 수 있다. ②솔직히 말하면 용서하겠다고 한 이상 약속은 지켜야 한다. 한 번 더 그러면 용서 없다는 다짐을 받는 정도로 넘어가는 게 좋다. ③사춘기에 누구나 실수는 한다. 상처받지 않게 따뜻한 말로 잘못을 깨우쳐주면 성인이 되어 고마워할 날이 올 것이다. 각 의견의 비율은 엇비슷했다. 만약 이 일이 당신에게 닥쳤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1996년은 한국 사회의 언어문화에 분수령이 된 해다. 그 해 헌법재판소는 영화와 공연물, 음반에 대한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제도를 위헌으로 판정했다. 그때까지 공륜은 영화가 다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다 싶으면 뭉텅뭉텅 잘라내곤 했다. 배우가 구사할 수 있는 욕설은 '나쁜 자식' 정도가 고작이었다. 공륜의 가위질이 사라지자 수십년 억눌렸던 욕구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영화, 비디오, 만화, 대중가요에 섹스·폭력·욕설의 홍수가 밀어닥쳤다. 때맞춰 IT 붐이 일면서 이들에게 광대한 사이버공간과 모바일네트워크가 열렸다.
지금 청소년들은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다. 요즘 중·고생들이 75초에 한 번씩 욕설을 한다는 보도는 이들에겐 뉴스도 아니다. 올 최고 흥행 영화 '써니'에서는 풋풋한 얼굴의 여학생들이 영화 내내 걸쭉한 욕설을 쏟아낸다. 경쟁상대인 불량서클 여학생들과 누가 더 욕을 잘하나 겨루는 장면도 나온다. 공륜을 대신해 출범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런 영화에 버젓이 '15세 관람가(可)' 등급을 주었다. 어느덧 기성세대도 세태에 무감각해져버린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갈 데까지 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쌍시옷욕설(F-Word)'이 두 번만 나오면 우리 '청소년관람 불가(不可)'에 해당하는 'R(제한)'등급을 매긴다.
내 아이가 친구 부모에게 욕설 문자를 보냈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험해졌어도 내 아이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교육개발원 조사를 보면 "평소 욕설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아이는 100명 중 5명에 불과하다. 내 아이의 휴대전화와 컴퓨터에는 곱고 천진한 메시지들만 가득 차 있을 거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아이가 빗나가면 학교가 바로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체벌금지'다 '학생인권조례'다 해서 학교는 사실상 생활지도에 손을 놓아버린 형편이다. 결국 부모밖에 없는 셈이다.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장래를 위해 가끔씩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호되게 혼을 내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아닐까.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던 주부는 고민 끝에 ②번을 택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10/20111010015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