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장 아름다운 옷을 봤습니다. (김진숙 작별인사 전문)

참맛 조회수 : 4,134
작성일 : 2011-10-09 21:09:55
가장 아름다운 옷을 봤습니다. (김진숙 작별인사 전문)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46859

아래글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부산을 떠나는 5차희망버스 참가자에게 드리는 작별인사 전문입니다.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여러분. 고생 많으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봤습니다. 김꽃비라는 배우가 입고 있던 한진중공업 다섯 글자 선명한 글이 쓰여진 옷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작업복은 피부이자 신분의 상징이고 서러움이고 삶입니다. 여름이면 55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 소금꽃 하얗게 핀 작업복. 용접복을 부끄러워하는 세상에 우리 살았습니다.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시꺼먼 기름때가 낙인처럼 선명했던 그 작업복을 입고 아무도 밖에 나다니지 못했습니다. 80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노동자들이 작업복을 입고 거리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투쟁을 통해 노동자 이름으로 작업복은 자랑스런 승리의 드레스코드였습니다.

 

스타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간 영화의 전당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지었습니다. 온 종일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무거운 골재와 씨름하며 노동자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그 건물이 완공되어 영화제 개막식을 하는 날 아이들 손을 잡고 ‘이걸 아빠가 만들었단다’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싶었겠지요. ‘내가 이걸 만드느라 만날 잔업하고 일요일도 특근했다 아이가’라고 마누라 앞에 뽐내고 싶었겠죠. 그러나 그 노동자들은 해고됐습니다.

 

영화의 전당 기공식에 참석하러갔던 노동자들은 몇시간 동안 경찰에 둘러싸여 접근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그 건물에 여배우가 우리들의 작업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레드카펫 위에 섰습니다. 어떤 영화보다 감동이었고 어떤 격려보다 뜨거웠습니다. 청춘을 다 바친 공장에서 억울하게 쫓겨나 배신감과 분노로 피멍이 든 우리 조합원들, 그런 조합원들에게 레드카펫 위에서 빛나던 작업복은 위안이자 치유였습니다.

 

오늘로 277일.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습니다. 먹은 걸 다 토해낼 만큼 무서운 바람이 하루 종일 크레인을 뒤흔든 날이 있었고 한증막 같은 철판 속에서 땅에 떨어진 토마토처럼 물러터지던 날이 있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끝도 없는 내리던 긴 장마에 옷도 젖고 이불도 젖고 마음도 한없이 젖어 뒤척이던 날들도 있었고, 입던 옷을 다 껴입고도 손이 시린 날들도 있었습니다. 단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끊임없이 이어지던 강제 침탈의 위협들. 그 피를 말리는 공포와 긴장의 시간이 모인 277일. 기적 같은 시간이었고 눈물겨운 나날이었습니다. 희망버스가 만들어온 여론이 국회를 움직였고 마침내 요지부동이던 한진 자본을 움직였습니다. 우리 참 멋있었습니다. 희망버스 진짜 멋졌습니다. 크레인의 동지들, 우리 조합원들, 그리고 희망버스 여러분들. 우리 모두 최선 다했습니다.

 

이제 승리를 만들어내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그 시간들을 함께 지켜 오신 여러분. 지켜보는 사람이 더 애달프고 더 가슴 아팠던 투쟁. 여러분이 계셨기에 강제 침탈을 막을 수 있었고 제가 살수 있고 사수대 동지들이 안주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우리 네 사람 살아서 땅을 밟을 수 있다는 희망도 품어봅니다.

 

그런 승리로 가는 길이 이리도 멀고 험란합니까. 손 한번 흔들어 보겠다고 하고 하루종일 달려온 사람을 또 다시 막고 또 다시 잡아가고 또 다시 물대포를 쐈습니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자들. 저들은 결국 파멸할 것입니다.

 

승리합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용기이고 감동인 희망버스 승객 여러분. 여러분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해온 싸움이고 우리 모두가 승리해야 할 싸움입니다. 구럼비가 깨져 나가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부산까지 달려와 주신 제주 강정마을 주민 여러분 그리고 백기완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어르신들 그리고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된 희망버스 여러분.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고 더 이상 마음 아프지 않고 이 싸움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땅에서 기쁘게 만나는 승리의 그 날까지 끝까지 보시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IP : 121.151.xxx.20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맛
    '11.10.9 9:10 PM (121.151.xxx.203)

    http://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46859

  • 2. 아름다운사람
    '11.10.9 9:29 PM (59.21.xxx.193)

    김/진/숙 선생님...당신을 늘 기억합니다
    당신이 땅으로 내려오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그때까지 아푸지마시고 건강하세요!!!

  • 3. 저도
    '11.10.9 9:41 PM (119.203.xxx.85)

    소금꽃 그녀가 원하는 정리해고가 철회되어
    제발 건강하게 무사히 우리가 있는 이곳으로
    내려오길 바랍니다.

  • 4. rdd
    '11.10.9 10:15 PM (118.220.xxx.86)

    너무 없어보여요.이것 저것 많이.

  • 5. 그래도
    '11.10.9 10:25 PM (122.202.xxx.154)

    노파심에 마지막 꼼수 있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김진숙님이 무사히 땅으로 내려오실 수 있기를....

  • 6. 그저
    '11.10.9 10:52 PM (221.139.xxx.8)

    무사히 땅에 두발딛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세상에 공장작업복도 스튜디어스의 그 유니폼처럼 광고효과도 있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작업복을 입는 모든 사람들이 당당하게 출퇴근하는 그런날이 오기를 기도해봅니다.

  • 7. ...
    '11.10.9 10:53 PM (175.118.xxx.2)

    또 눈물나요. ㅜ ㅜ
    어쩜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잘 쓰시는지...

    이제 땅에서 뵐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거겠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077 권양숙 여사와 김윤옥. 52 .. 2011/10/11 15,384
25076 탱고 레슨 ... 2011/10/11 2,965
25075 해석 질문 rrr 2011/10/11 2,733
25074 밤 삶는 시간이요 8 ???? 2011/10/11 6,817
25073 방어 나선 손학규 "13세 소년이 병역 기피? 한나라 네거티브 .. 6 세우실 2011/10/11 3,444
25072 초2 독감예방접종 꼭 맞춰야 할까요? 3 -- 2011/10/11 3,665
25071 음주방송 신지호 또 한건 올리다 9 나시장 2011/10/11 3,797
25070 단식 효과 9 ... 2011/10/11 11,655
25069 커피를마시면 7 커피중독자 2011/10/11 4,405
25068 과외나 학원강사 어떻게 시작하나요 1 아시는분께 2011/10/11 3,678
25067 미국에 부칠.. 4 비안네 2011/10/11 2,953
25066 나경원 대변인시절 " 盧사저 뒤 웰빙숲..."[동영상] 1 ㅎㅎ 2011/10/11 3,255
25065 오미자가 씁스름해요.ㅠㅠ 3 으윽! 2011/10/11 3,068
25064 꿈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셧는데 3 영 거시기하.. 2011/10/11 3,778
25063 남편으로 가장 좋은 남성상 17 페라라 2011/10/11 6,459
25062 [컴맹]데스크탑 컴퓨터 사양 좀 알려주세요. 1 쿡쿡 2011/10/11 2,667
25061 30중반정도가 입을수 있는 수영복 살수있는 사이트좀,, 3 .. 2011/10/11 3,256
25060 유럽 여행갈때 뭘 챙겨주면 좋을까요? 1 음.. 2011/10/11 3,002
25059 내곡동사저매매건으로 본 세금줄이는법 1 머리아파 2011/10/11 3,121
25058 이런 것들 보면 재미있어요. 구경하세요^^ 1 재미있고 기.. 2011/10/11 3,008
25057 어제 이승연의 100인의 여자" 에서요.. 이뻐요 2011/10/11 3,888
25056 서울 근교에 미니골프장이 있나요? 1 혹시 2011/10/11 3,277
25055 영어dvd만보고 한국영화나 드라마 안 보면 좀 7 문제있을까요.. 2011/10/11 3,248
25054 퍼머 하기전 샴푸할때요... 3 ... 2011/10/11 5,258
25053 라이프하이트 빨래건조대 2 빨래건조대 2011/10/11 5,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