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초반, 남편은 30대 중반입니다.
저희는 안암동 K대에서 CC로 만나서 오랜 열애 끝에 결혼을 했고, 저를 꼭 빼닮은 딸아이가 하나 있어요.
둘다 그냥저냥 대기업 근무를 하며, 부유하지는 않지만 모자름없이 알콩달콩 잘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남편은 직장생활이 참 힘들었나봐요.
저도 같은 직종에 종사해서, 얼마나 그 업무가 힘든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더욱 힘들었었나봐요.
예전부터 남편은 요리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자신이 한 음식을 남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즐기곤 했어요.
그래서 항상 음식점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결국 남들이 모두 말리고 말리는데도, 음식점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늦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는 것보다, 일찍 경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전 말리지 않았어요.
혹시라도.. 만약에 혹시라도 실패를 하게되면, 다시 회사에 입사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올해 여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랜차이즈 분식점을 알아보았어요.
일사천리로 많은것들이 결정이 되더군요.
모아놓은 돈에... 전세집을 줄여서....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20대 젊은 청년들과 실습을 하러다니고...
저는 도와준게 하나도 없어요.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기도 했고, 지금 집에 다른 식구가 와 있어서
아무것도 도와줄수 없었답니다. 남편 혼자서 모든걸 알아서 했고, 그냥 믿고 맡겼어요.
오픈하는 날까지 한번도 가볼수 없었답니다.ㅠㅠ
시간은 흘러흘러 오픈날이 왔어요.
남편은 오픈준비로 바빠서, 여동생부부와 함께 가 보았습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유니폼을 입고서 땀을 뻘뻘 흘리고 일하는 남편의 모습이 왤케 낯선지...
10년을 넘게 함께 지냈지만, 내가 알고 있던 남편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원하고 원하던 일을 하고있는 남편이 멋있기도 하지만, 참 마음이 먹먹해 왔습니다.
이젠 매일 매일 기다려지던, 주말의 달콤함도 없을 것이고.......
퇴근후, 지하철에서의 짧은 데이트도 없을 것이고........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저녁식사도 없을 것 같아요......
당분간은 땀냄새 풀풀 풍기며, 늦은 저녁에 쓰러져 자는 남편 얼굴만 보겠네요.
코코는 소리를 들으니... 오늘도 참 고된 하루였나 봅니다.